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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케이크 먹고 싶은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얼마전 레뷰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 리뷰어를 모집하였다. 평소 먹을 거라면 물불가리 않기에, 나는 본능적으로 응모버튼을 클릭하였다. 그리고 잊고 지냈는데,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산타할어버지는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금요일 저녁, 케이크를 받기 위해 집 근처에 있는 던킨도너츠 매장을 찾아갔다. 그런데, 매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휴대폰 대리점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지나가는 여고생을 붙잡고, 물어보니 얼마전에 망했다고 하였다. 결국 차를 타고 핸들을 번화가로 돌렸다.
다행히 시내에 위치한 던킨도너츠는 무사하였다. 이제 이 곳은 경주에서 유일한 던킨도너츠 매장이다. 명실상부 도너츠의 성지인 셈이다. 불법주차 단속카메라의 사각지대에 무사히 주차를 시켰다. 차에서 내려 매장으로 들어 갈려는 찰나, 불안한 느낌이 엄습해왔다.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돌려 단속카메라를 바라보니, 어느새 나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누군가 조종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너는 독안에 든 쥐다!"
"아니 당신은?"
매장에 들어서니 이민호가 나를 반겨주었다. 사실 남자인 나로서는 이민호보다 옆에 있는 여성 모델이 더 반가웠다. 진열대에는 서로 자기를 데려가달라며 크리스마스 케이크들이 나를 유혹하기 바빴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먹음직스런 곰돌이 녀석으로 골랐다.
"안녕! 나는 스노우 스트로베리 쉬퐁이라고 해!"
순백의 생크림에 앙증맞은 스트로베리 크림이 장식되어 있다. 마음 같아서는 냉큼 집어 먹고 싶었지만, 나는 지성인이다. 시식에 앞서 경건한 마음으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소원을 말해봐~♪"
초에 불을 붙이고는 곰돌이에게 열심히 소원을 빌었다. 마치 다 들어주겠다는 듯이 곰돌이는 활짝 웃고 있다. 나의 소원은 너를 먹는 거란다. 음컁컁!
"살려줘!"
나는 곰돌이의 외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칼든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부드럽게 컷팅되는 케이크, 이내 분홍빛 속살을 내비쳤다. 그때부터 나는 잠시 정신줄을 내려놓고 시식에 전념하였다. 입 속에 들어간 케이크는 비단처럼 곱고 부드러웠다. 살짝 혀만 돌렸을 뿐인데, 어느새 샤르르 녹기 시작하였다.
"하앍! 달콤해!"
한참을 말없이 먹기만 하였다. 순간 곰돌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곰돌이를 조심스레 집었다. 그리고는 머리부터 한입 베어 물었다. 곰돌이의 정체는 바삭바삭한 쿠키였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남김없이 먹어치우고는 만족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넌 누구냐?"
얼핏 보면 강아지 같지만, 얘도 엄연히 곰이다. 이벤트 기간동안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구입하면 선물로 주는 곰돌이 모자였다. 보드라운 털로 된 곰돌이 모자는 귀까지 덮어주었다. 얼굴이 작은 여성분이라면, 양 볼도 따뜻하게 가려 줄 수 있을 것 같다.
"곰돌아 니들이 고생이 많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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