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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누구신가?"
"가츠야! 나 경주왔어! 노올자!"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경호가 오랫만에 경주로 내려왔다. 최근에는 나도 자주 서울에 올라가지만, 서로 바빠서 항상 만나기 어려웠다. 경호는 ROTC 출신으로 백골부대에서 근무한 악랄패밀리 특급전투요원이다. 항상 태권도 공인 4단의 명품발차기는 나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기 충분하였다.
게다가 장교로 근무할 시절, 나의 생일에 맞춰서 휴가를 나와 맛있는 한우를 사 준, 멋진 녀석이기도 하다. 나는 언제나 먹을 것을 사주는 사람에게 관대하다. 요즘 한창 공부하느라 고생하는데, 이번에는 내가 맛있는 것을 사주기로 다짐하였다. 잽싸게 옷을 챙겨입고 집 밖으로 나갔다.
"와우 잘 지냈나? 서울 있더니 완전 훈훈해!"
"내가 원래 좀 도시적이잖니? 몰랐니?"
"뭐야? 이런 개우라질! 어디서 이따위 근본없는 서울말투를 내뱉는거야?"
"세련된 도시남의 필수조건 아니겠니?"
"ㅅㅂ 나 집에 갈래!"
"앜ㅋㅋㅋㅋㅋ"
그렇게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창환이 차에 몸을 실었다. 창환이 또한, 고등학교 절친으로 내가 본 친구들 중에 가장 훈훈한 몸을 지니고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소개하겠다.
오늘의 목적지는 영덕이다. 영덕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단연 대게가 아닐까? 일전에 1박 2일에서도 영덕대게편이 방송되어 유명세를 탔지만, 그 전부터 대게하면 영덕, 영덕하면 대게였다. 사실, 통화를 하면서 씨푸드같은 해산물 뷔페를 가자고 하였는데, 세련된 도시남께서 그런 곳은 물린다고 하여 급변경하였다. 하긴 나도 대게를 먹으러 영덕에 가는 것은 처음인지라 무척 설레였다. 게다가 지금이 한창 대게철이다보니, 곳곳에서 대게축제를 하거나 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가자! 영덕으로!"
"바...바다다!"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신나게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차량 우측으로 푸른 동해가 펼쳐졌다. 달리는 차 안이었지만, 카메라를 꺼내고는 빨간 등대를 향해 포커스를 맞추었다. 다들 광활한 바다를 보니, 기분이 업되었다. 늦은 오후에 출발하였기에 언제 해가 떨어질 지 몰랐다.
"스탑! 우리 사진찍고 가자!"
"코오올!"
"이봐! 자네 너무 밋밋했잖아!"
"그런가?"
"이래서 남자모델은 당최 찍고 싶지가 않아!"
"벗...벗을까?"
"정녕 물고기밥이 되고 싶은게냐? 좀 더 풍부한 포즈 없어?"
"이렇게?"
"오오! 바다같애!"
"나는 바다다!"
"창환! 너도 찍자!"
"안돼! 난 저작권있는 몸이야!"
"아나! 있는 놈들이 더 난리야!"
"앜ㅋㅋㅋㅋㅋㅋ"
"저건 독수리야? 갈매기야? 겉멋만 겁나 들어가지구!"
다들 물 만난 고기마냥 신나서 바닷가를 뛰어 다녔다. 사실, 글로 쓰니깐 있어보이지, 실상은 칙칙한 남정네 3명이서 뛰어노는 꼴이란? 상상에 맡기겠다. 이내 배가 고파진 우리들은 다시 차량에 몸을 실었다. 문득 걱정이 되었다.
영덕에 가도 막상 오리지널 영덕 대게를 먹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불만제로, 소비자고발 같은 프로그램만 보더라도 우리같이 순진한 고객들은 항상 먹잇감이 되었다. 이내 경호는 걱정말라며 지인에게 전화를 걸더니, 믿을 수 있는 식당 연락처를 공수하였다. 역시 철저한 준비만이 최고의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빨리 전화걸어봐!"
"두 잇!"
한참동안 통화를 하더니, 이내 어두운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이유인즉슨,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아서 대게가 많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잡힌 대게는 이미 인터넷으로 죄다 팔렸다고 하였다. 역시 대게의 인기를 다시한번 실감하였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잖아!"
"기다려봐! 다시 전화 걸어볼게!"
센스있는 경호는 재차 전화를 걸어, 다른 곳을 추천해달라고 하였다. 하긴 영덕에 그 집만 있는 것이 아닐테니 말이다. 새로 얻은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바램과는 달리, 똑같은 대답만을 들을 수 있었다. 진정 영덕 대게는 귀하였다.
"이럴 순 없어! 벌써 영덕이라구!"
"기다려봐 또 해보자!"
무슨 다단계,피라미드하는 것도 아니고, 추천에 추천을 받아 다시 추천을 받고 있다. 이러다가 영덕에 있는 맛집이랑 죄다 통화할 기세였다.
"너를 먹고싶어! 미치도록!"
"오오! 있다! 있다!"
"어디야?"
"그...그게 축산항이라는데?"
축산항이라? 영덕에서도 한참을 더 가야된다. 정말 대게 한 번 먹기가 무척 힘들었다. 우리의 허기짐은 절정에 다다랐다. 그렇지만 더욱 신선한 대게를 위해 우리는 차량을 돌렸다. 그 곳에 가면, 너를 만날 수 있겠지?
가자! 축산항으로!
추천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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