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지난 글보기
"이따 저녁에 시간 비워!"
"왜?"
"절대 아무 것도 먹지말고!"
"뭥미?"
5호선 광나루역을 나와 맞은편에 위치한 셔틀버스 승강장에 도착하였다. 그녀와 함께 가기로 한 곳은 광진구 아차성길에 위치한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이다. 남녀가 유별하거늘 다자고짜 호텔이라니, 그녀는 새삼 놀라는 눈치였다.
"뭐야! 이 눈빛은?"
"짐승!"
"오호 레드카펫이야!"
로비에 들어선 우리는 화려한 내부 인테리어에 감탄하였다. 주말 저녁이라서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중앙 계단을 통해 윗층으로 올라가니 어디선가 감미로운 선율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귀신에 홀린 듯, 선율이 울려퍼지는 곳으로 다가갔다.
"아...아름다워!"
그 곳에는 3명의 외국인 연주자가 감미로운 클래식을 연주하고 있었다. 당연히 무슨 곡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제법 귀에 익은 곡이었다.
"역시 오길 잘했어!"
"설마 이거 때문에 온 건 아니겠지?"
"답은 너 등 뒤에 있잖아!"
"오른쪽으로!"
"포시즌? 춘하추동?"
"헐! 노노! 먹는 거임!"
"진짜?"
"예약하셨습니까?"
포시즌은 워커힐이 자랑하는 국내 최고급 뷔페이다. 9개의 오픈 키친에서 선택한 메뉴를 특급요리사가 즉석에서 요리해주는 맞춤요리가 특징이다. 평소에도 인기가 높다보니, 특히 주말 저녁에는 미리 예약을 하여야만 즐길 수 있다. 그 날도 미리 예약하지 않으신 분들이 아쉬워하며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투준비 완료!"
"다이어트는 물 건너갔군!"
"먹고 토하면 돼!"
"............."
예약된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잠시 후, 텅 빈 식탁에는 온갖 산해진미로 가득찰 것이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허리띠를 한 칸 풀었다. 다행히 점심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에, 나의 위는 쾌조의 컨디션으로 음식물을 공급받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가볍게 전복죽부터!"
마음같아서는 고기부터 냉큼 집어 먹고 싶었지만, 이럴 때일 수록 신중하여야 한다. 가볍게 속을 풀어 줄 필요가 있었다. 게다간 전복죽은 최고의 보양식품이 아니한가? 스프의 그윽한 향을 확인하고는 우아하게 떠먹기 시작하였다. 입 속에서 퍼지는 전복 알갱이가 나의 식감을 더욱 자극시켜 주었다.
"장난은 이제 그만! 본격적으로 먹어보드라고!"
오픈키친에서 요리사가 열심히 조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갓 구운 스테이크와 새우를 냉큼 집어왔다. 이때부터는 더 이상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 식욕이 나의 뇌를 점령하기 시작하였다. 이미 맞은 편의 그녀는 살벌한 분위기로 연신 칼질을 하고 있었다.
이 분위기에서 행여 그녀의 칼질을 방해라도 한다면, 목숨을 보장받기 힘들어 보였다. 어느새 우리들의 대화도 중단되었고, 고기 써는 소리만이 들여온다.
"이따다키마스!"
이번에는 일식이었다. 오픈 키친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초밥이 나오기 무섭게 접시에 담아가고 있었다. 나 또한, 그들처럼 연신 요리사를 바라보며 빨리 만들라는 무언의 압력을 보냈다. 미스터 초밥왕이 부럽지 않은 실력을 뽐내며 요리사는 쉬지 않고, 초밥을 만들고 또 만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먹는 속도가 더 빠른 거 같았다. 그렇게 일식 오픈 키친에서 요리사는 죽어라 초밥만 만들고 있었다. 진정 빡세보였다. 마음 착한 나는 그를 위해 메뉴를 변경하기로 하였다.
"잠시 쉬어가자!"
얼마전에 영덕에서 오리지널 대게를 먹은 탓일까? 평소 같았으면 게다리만 붙잡고 먹을텐데, 많이 먹지 않았다. 참고로 옆 테이블에 있던 남자는 1시간 30분동안 게만 먹고 갔다. 진정 멋진 사나이였다.
"흐름이 끊기면 안돼!"
그렇게 2시간동안 내리 먹기만 하였다. 그동안 뷔페에 가면 많이 먹어봐야 3, 4접시가 고작이었는데, 이 날은 만반의 준비를 한 탓일까? 꽤나 많은 접시를 비울 수 있었다. 스스로 대견스럽고 뿌듯하였다. 다만 미리 한 칸 풀어놓은 허리띠는 당장이라도 터지기 직전이었지만 말이다.
"후식이 한끼 식사 수준이야!"
"돼지!"
"님도 만만치 않거든요!"
"그나저나 여기 완전 비쌀텐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더치페이 아니었어?"
"............."
"계산서가 언제 여기 있었지?"
처음에는 몰랐는데, 꽤나 재밌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음식을 담으러 간 사이, 테이플에 계산서가 놓여져 있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그러다 우연찮게 옆 테이플을 보니, 그 쪽에는 계산서가 반대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직원이 남자가 앉은 자리에만 계산서를 두고 가는 것이었다.
문득, 여자가 사주겠다고 온 남자는 은근히 신경쓰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 만약에 동성끼리 왔다면? 궁금하여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아쉽게도 동성끼리 온 테이블은 없었다. 추측하건대, 아마 나이가 많아보이는 쪽에 놓지 않을까 싶다.
어찌되었건, 맛있게 먹었지만, 맛있는 만큼 계산서에 찍힌 가격은 꽤나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예약까지 하고 왔는데, 무작정 왔을리가 없다. 나는 보란듯이 카운터로 가서는 계산서을 내밀었다.
"영수증은 필요없습니다!"
나의 지갑에서 나온 두 장의 티켓, 얼마전 SK텔레콤 이벤트에서 경품으로 받은 워커힐 뷔페이용권이다. 카운터에서 더욱 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는 진정 경품남이었다!
추천 쾅
반응형
'가츠의 식탐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츠의 식탐이야기, 참치볶음밥 (228) | 2010.05.17 |
---|---|
가츠의 식탐이야기, 피지헛 더 스페셜 바질씨푸드 (102) | 2010.05.09 |
가츠의 식탐이야기, 닭갈비 (169) | 2010.03.16 |
가츠의 식탐이야기, 영덕대게 下편 (207) | 2010.03.09 |
가츠의 식탐이야기, 영덕대게 上편 (155) | 2010.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