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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군대이야기, 헌혈 上편

가츠의 군대이야기 2009. 9. 24.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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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옛날이야기 다시보기]


오늘은 상병때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6년 1월, 며칠내내 영하 20도에 가까운 혹한의 추위로 인해 온 몸이 얼어 붙는 거 같았다. 특히, 새벽에 근무를 나가게 되면, 살아서 돌아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체감온도 영하 30도 아니 40도일지도 모르겠다. 내복부터 시작해서 아래 위로 5겹은 족히 껴입었지만 추웠다.

휘이이잉~!




칼바람이 내 몸을 휘감고 지나갈 때마다, 효도로의 얼음주먹을 맞는 기분이랄까? 한 대, 두 대, 끊임없이 나를 연타하였다. 그렇게 근무를 마치고 따뜻한 내무실로 돌아가면 천국이 따로 없었다. 계속되는 혹한의 추위로 인해 자연스레 내무실은 환기도 제대로 하지 않고 문을 꽁꽁 닫고 지냈다. 후임들은 내무실을 출입할 때마다 1초만에 문을 열고 바로 닫아야 된다. 잠깐의 찰나에 찬 바람이 내무실을 침투하기 때문에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아나 왜 자꾸 돌아다녀! 내 밑으로 다 움직이지마!"

며칠후, 자고일어나니 머리에서 열이 나고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군대에서 아프면 정말 서글픈데 말이다.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라고 생각하고 아침 점호를 취하러 나갔다. 점호 후 이어지는 알통구보, 구보를 마치고 돌아오자 온 몸이 불덩이가 되었고, 누가 봐도 영락없는 환자였다.

"가츠! 이거 완전 맛탱이 갔는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괜찮습니다!"

"소대장님한테 보고해줄테니깐 쉬어!"

"하하! 괜...괜찮은데 감사합니다!"

분대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빛의 속도로 매트리스를 깔고 침낭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바로 기절하였다. 얼마나 잤을까? 소대원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산 속에서 교육훈련을 받고 돌아왔다. 딱봐도 고생한 티가 역력하였다. 문득 아픈 것도 나쁘지 않았고 생각하였다.

다음날 새벽, 눈을 뜨니 아직 기상시간까지 30분가량 남았다. 평소같으면 아침에 일어나기 정말 힘들었을텐데, 어제 종일 자서 그런지 쉽게 눈이 떠졌다. 밤새 불침번이 물수건을 올려주며 지극정성으로 간호한 탓일까? 어제보다 많이 좋아졌다.

열은 많이 내렸지만, 그래도 아직 제 컨디션은 아니었다. 나는 기왕 쉬는 거 눈치보이지만 하루 더 쉬기로 하였다. 아니 한 3일정도 기절모드로 돌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았다. 낮에 교육훈련도 안하지, 야간 근무도 안나가지, 완전 좋았다.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아픕니다~♪"

쉬기로 마음을 정하고는 머리위에 올려진 물수건을 살포시 베개 옆으로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침낭을 머리까지 덮고는 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제보다 더 아파보여야 된다!

잠시후, 불침번의 기상멘트가 울리고, 하나 둘씩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나는 주위 분위기를 살피며 기절한 척 하였다. 김병장이 왠일로 일찍 일어나더니 세면도구를 챙겼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침구보가 없는 수요일이었다. 그래도 아침부터 왜 씻는거지? 궁금하였다.

"너 아침부터 왠일로 씻으러 가냐? 휴가가는 것도 아니잖아?"

"임마! 오늘 헌혈하는 날이잖아! 간호사 누나들 오는데 깔끔해야지!"

"오오! 진짜? 간만에 좀 씻어볼까?"

"면도부터 하셈!"




헌혈? 헌혈을 한단 말이야? 그럼 간호사 누나들이 오잖아! 센스있게 군부대에는 젊은 미모의 간호사들이 자주 왔었다. 지난 페스티벌편에서 언급한 개념복장에 이어 개념헌혈이었다. 그러고보면 대한적십자사도 피를 부르는 법을 제대로 알고 있는 거 같다.

나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침낭을 걷어차고는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일어난 나를 보고는 소대원들이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가츠! 다 나았어? 멀쩡해 보이지 않는데?"

"완전 멀쩡하지 말입니다! 감히 몸살따위가 하하!"

"나 같으면 푹 쉬겠다! 나도 몸살 걸리고 싶다!"

후훗! 고작 몸살때문에 그녀들을 놓칠 수 없지 아니한가? 게다가 과자와 음료수, 문화상품권, 기념품에 헌혈증까지 주는데 말이다.


사실, 입대 전에는 길가다가 적십자 아주머니들이 나를 납치할려고 시도하면 온갖 변명을 대며 피해 다녔다. 헌혈 자체를 군대와서 처음 하였다.




"학생! 몸 좋네! 헌혈 한번 해야지!"

"니하오!"

".........."


하지만 군대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무리 둘러봐도 매일 보는 지겨운 얼굴들 뿐이다. 게다가 오로지 남자! 단 한 명의 여자도 볼 수 없다. 신병이 와도 반갑고 좋은데, 미모의 간호사들이 온다고 생각해보자. 새하얀 간호사복을 입은 그녀들은 이미 사람이 아니라 천사다! 천사!

나도 세면백을 챙겨들고는 부랴부랴 세면장으로 갔다. 소대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부지런히 씻고 있었다. 면도 하는 녀석, 속옷 갈아 입는 녀석, 안경 대신 콘택트 렌즈 넣는 녀석까지 가히 가관이었다. 위생검열이 온다고 하여도 이렇게 열심히 하지 않을텐데 말이다.

"아나 샤워 한번 해줘야 되나?"

음 그건 아닌 거 같다. 자칫 그녀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죽을지도 모른다. 머리를 감는데 머리가 터질 거 같았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물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참아내야 한다. 이 정도로 무너질 수 없다!

간신히 씻고, 내무실로 돌아왔다. 병장들은 전투화 광을 내고 있었고, 심지어 휴가용 A급 전투복을 입는 녀석도 있었다. 거울 앞에는 짧은 머리를 연신 만지작거리며 웃고 있는 김병장, 누가보면 단체미팅이라도 하러 가는 줄 알겠다.

그렇게 우리들은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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