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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보기
지난 시간에 이어서 계속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난 편을 안 읽은 분은 먼저 신병관리 上편, 신병관리 中편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오랫만에 친구들과 쫄깃쫄깃한 곱창을 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아르바이트생이 나에게 다가온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오는거지? 설마 나에게 반한건가? 한껏 폼을 잡으며 그윽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친구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바짝 다가오더니 귀에 숨결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는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가츠상병님~ 기상하십시오!"
하악! 저리가! 한여름 밤의 달콤한 꿈이었다. 이이병은 나를 연신 자고 있는 나를 깨우고 있었다. 불침번 근무시간이었다. 아쉬운 나머지 입맛을 다시며 피곤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자다가 일어나는 것은 항상 힘들다. 불침번 근무를 서며, 꿈속에서 먹은 곱창과 소주가 너무 땡겼다.
공복이 되어버린 뱃속은 연신 꼬르륵거리며 먹을 것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여기는 군대다. 야식따윈 꿈도 꿀 수 없는 곳이다. 그렇게 불침번 근무를 서고는 다시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이 되자, 어김없이 작업준비로 여념이 없다. 그러나 나는 신병관리를 위해 도서관으로 내려가야 한다. 김병장은 나를 붙잡고는 제발 김하사한테 말해서 자기도 데려가게 해달라고 애원한다.
"가츠야 아니 가츠님~ 저도 데려가주세요!"
"김병장님~ 애들 보는데서 부끄럽지 말입니다!"
"나쁜 놈!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겁나 갈구면서 키웠지 말입니다!"
부러워하는 김병장을 뒤로 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서관을 향했다. 우리 귀여운 신병들이 지난 밤, 무사히 보냈을까? 행여 간밤에 가출한 인원은 없겠지? 도서관에 도착하니 신병들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아나~ 이녀석들 겁나 빨리 왔다! 그렇게 이 곳이 좋은가? 아니 중대가 싫은거겠지? ㅋㅋㅋ
하나하나 표정을 살펴보니, 눈 밑에 다크써클이 장난이 아니다. 죄다 팬더가 되어 버렸다. 지난 밤, 밤잠을 설친 게 틀림없어 보였다.
"좋은 아침이예요! 지난 밤 별일 없었어요?"
"가츠상병님! 질문있습니다!"
"말해보아요~!"
"고참들은 원래 그렇게 빨리 침상에 내려옵니까?"
그랬다~! 신병들은 그간 훈련소에서 동기들이랑만 생활하였기에, 준비태세로 단련된 군인들의 신속한 기상에 다들 놀랄 수 밖에 없다.. 나만 하여도, 자대배치를 받고 다음날 아침, 기상과 동시에 잽싸게 일어나서 침구류를 정리하고 환복해야되는데 침낭부터 잘 안 말린다. 침낭을 붙잡고 끙끙대고 있을 때, 이미 고참들은 전투복을 입고, 전투화를 신고 있었다. 어기적거리며 일어나는 분대장은 이런 나를 보며 혀를 차고 있었고, 그날 나는 심일병의 주도하에 침낭말기 특훈을 받았다.
신병들도 아마 아침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고참들은 죄다 침상에서 내려와 내무실 정리를 하고 있었을텐데, 혼자 침상 위에서 어쩔 줄 몰라 했을테니 말이다. 이거는 끊임없는 반복숙달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다들 기가 죽어 시무룩하였다. 이제서야 자신들의 위치를 실감하였나보다.
곧, 김하사가 들어왔고, 대대장 전입신고는 오후로 잡혀 있다고 하였다.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신병들과 PX에 가서 과자나 사먹으라며 카드를 나에게 쥐어 주었다.
카드다~! 긁으면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무적의 아이템~! 나는 신병들을 데리고 PX로 달려갔다. PX에 들어오자 시무룩하던 신병들도 곧,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하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PX에는 빵빵하게 재보급되어 있었다. 김하사는 과자나 사먹으라고 하였지만, 나의 시선은 이미 냉동코너로 가 있었다.
가끔 몇몇 분들이 냉동이 무엇인지 물어보시는데, 냉동은 말그대로 냉동식품이다. 만두, 닭강정, 동그랑땡 등 냉동상태로 얼려 있는 식품을 말하는 것이다. 군인들은 이런 냉동식품을 구입하여 봉지채 전자렌지에 돌려서 익혀 먹는다. 물론, PX에는 매우 다양한 냉동식품이 구비되어 있다.
"신병님들~! 짬뽕면 먹고 싶지 않아요?"
"네에에엣~!"
"따끈따끈한 만두랑 소세지도 먹고 싶죠?"
"네에에엣~!"
아나 이것들~ 1초도 망설이지 않아! 새우깡이나 한박스 사 먹일까? 그러나 나도 간밤에 꿈에 나온 곱창이 계속 아른아른거린다. PX에서 무슨 곱창이냐고? PX 무시하면 안되지 말입니다.
하앍~!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돌지 않는가? 냉동고에 가득 들어 있는 곱창을 본 순간, 김하사가 말한 과자는 이미 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나는 신병들에게 줄 짬뽕면, 만두, 소세지, 곱창, 닭강정, 바베큐, 곱창, 음료수, 과자 등을 장바구니 터질듯이 담았다.
"가츠 아저씨~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예요?"
"괜찮음! 내 돈으로 사는 거 아님!"
PX아저씨는 연신 바코드를 찍으며 나를 걱정해주었다. 그러나 계산은 김하사의 카드였다. 계산대의 숫자는 쉴새없이 올라간다. 설마 신병들 맛있는 거 사줬다고, 나를 죽이지는 않겠지?
아직 우리 신병들은 대대장 전입신고도 하지 않았다. 아직 최대의 난코스가 남아있는 시점에서 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난 그저 신병들이 먹고 싶다고 하길래 사주는 거 뿐이다. 절대 내가 먹고 싶은게 맞다. ㅋㅋㅋ
"삐 삐 삐~♪ 5만 8천원입니다!"
"사나이 일시불!"
"님하 원래 일시불밖에 안됨!"
"카드깡은 안되나요?"
"............"
나는 김하사의 카드로 폼나게 긁어주었다. 그리고 전자레인지 3대에 풀가동하여 신병들에게 일용한 양식을 선사해주었다. 입대하고 처음 먹는 냉동에 마냥 신기하시만 신병들은 모이를 기다리는 병아리처럼 아장아장 내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곧, PX는 달콤한 냉동의 냄새로 가득찼다.
얼마나 돌렸을까? 탁자위에는 먹음직스럽게 익은 짬뽕면과 만두, 닭강정, 소세지, 바베큐, 곱창으로 가득차 있었다. 우리는 브라보를 외치고 게걸스럽게 먹어대기 시작하였다.
그순간, PX문이 쾅하고 열리더니 김하사가 들어왔다. 자신의 휴대폰에 찍힌 금액을 보고 놀랐나보다. 하긴 면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PX에서 5만원이 넘게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는 나를 째려보기 시작하였다. 나는 능글스럽게 웃으며 일어났다.
"자자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을 선사해주신 김하사님께 다같이 박수~!"
"와아아아~ 짝짝짝 김하사님! 최고~! 우유빛깔 김하사~! 사랑해요 김하사~♥"
우리들은 열광적으로 김하사를 연호하였고, 김하사는 손을 흔들며 화답하며,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우리들과 같이 맛있게 먹었다. 근데 좀 많이 사긴 했나보다. 14명이 앉아서 먹는데도 도통 줄어들지가 않는다. 바깥에서 건장한 남성 14명이 배물리 먹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하겠는가? PX는 정말 좋은 곳이다~!
"이따가 점식먹을 때, 밥 조금만 퍼서 먹는 놈들 각오해~! 남기면 갈아마셔버릴테니깐~!"
김하사는 우리를 향해 소심한 뒤끝을 작렬하였고, 신병들은 순간, 긴장하였다. 배터져 죽을지도 몰라! 살쪄도 좋아! 나는 그저 즐겁다. 마냥 좋을 뿐이다. 지금 이시간에도 김병장은 강렬한 햇살을 맞으며 연신 삽질을 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이윽고, 대대장 전입신고 시간이 다되었다. 이제 신고만 마치고 나면, 1박 2일동안의 신병들과의 만남도 끝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신병들에게 무사히 신고를 마치라며, 신신당부 하였다. 그리고 중대 후임인 박이병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박이병은 나의 눈빛을 읽고서는 마치 임무를 부여받은 병사처럼 결연해졌다.
박하사와 나는 신병들을 대대장실에 들어 보내고는 지휘통제실 앞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대기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대대장은 웃으며 신병들과 함께 나왔다. 그리고는 기념촬영을 하였다. 분위기를 보아 무사히 마쳤나보다.
김하사는 신병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이제 열심히 군생활하라며 격려하였다. 신병들은 이제 각자의 중대로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그들은 이제 이기자 부대 무적의 소총수로 거듭날 것이다.
그로부터 얼마 후, 커피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고 있었다. 맞은 편, 6중대 야외건조장에 병사 2명이 있었다. 딱봐도 선임이 후임을 붙잡고 연신 정신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한참 갈굼 먹을 때지! 나는 담뱃불을 끄고는 들어갈려고 하는 찰나, 그들이 밖으로 나왔다.
앜ㅋㅋㅋ 신나게 울고 있는 병사는 나에게 여자친구 질문을 한 바로 그 녀석이었다! 요주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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