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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보기
지난 시간에 이어서 계속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난 편을 안 읽은 분은 먼저 신병관리 上편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나에게 신병을 맡긴 김하사는 어디에 있는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나는 신병들을 데리고 점심을 먹기 위해 취사장으로 향하였다. 점심을 먹고 바로 연대장 전입신고를 위해 연대본부로 올라가야 한다. 취사장 앞에는 이미 많은 무리의 대대원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멀리 우리 중대원들도 보인다.
한 눈에 봐도 힘든 작업으로 인해 다들 기진맥진해보였다. 말년병장인 김병장은 뜨거운 햇살을 바라보며 한층 심술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다가 다가오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가츠! 이거 완전 널널해 보이는데? 아나 운은 겁나 좋은 녀석!"
"아이고 우리 김병장님 얼굴 다 탔네~! ㅋㅋㅋ"
"젠장! 피부관리 해야 되는데~ 가츠야 나랑 바꾸자!"
"허허! 왜 이러십니까? 수고하십시오! 먼저 들어갑니다!"
나와 신병들은 길게 늘어선 줄을 뒤로한 채 유유히 취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신병들은 자기 중대 고참들을 사랑스런(?) 눈빛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주삣주삣 나를 따라 들어왔다.
나는 다른 중대원들의 양해를 구하고 바로 점심을 배식 받기 시작하였다. 특정 반찬을 제외하고는 자유배식이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밥과 국, 반찬을 식판에 담는다. 하지만 나는 이따가 연대본부에 올라가서 신병들이 전입신고를 할 동안 PX에서 맛있는 짬뽕면과 냉동식품을 사먹을 요량으로 밥을 조금만 담았다.
항상 배고픈 이등병들은 양껏 밥을 식판에 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개의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식사를 시작하였다. 밥을 먹고 있는데 신병들의 고참들이 지나가면서 신병들에게 맛있게 먹으라고 어깨를 툭툭 두들겨 주었다. 그때마다 터지는 신병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취사장에 울려 퍼진다.
"이이벼어엉 최OO! 감사합니다아!"
밥 먹다가 귓청 떨어지겠다. 고참들 눈에는 얼마나 귀여워 보이겠는가? 나는 배식을 조금만 받았기에 금새 다 먹었다. 급하게 먹은 탓일까? 갈증이 나서 정수기에 물을 떠 먹을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같이 먹고 있던 12명의 신병들이 하나 같이 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다들 먹던 밥을 입에 쑤셔넣고는 아쉬운 듯 식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다 먹고 일어나는 줄 알고, 놀라서 허겁지겁 일어난 것이었다.
아나 이것들~! 위장군기는 하나는 끝내준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고 있던 중대장을 비롯하여 대대 간부들이 나를 째려본다. 이건 누가 봐도 귀여운 신병들을 괴롭히는 나쁜 놈인거 같았다. 인사담당관은 나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날렸다. 나는 그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니가 영창 한번 갈 때가 되었구나~!"
난... 갈증나서 물 마실려고 일어 났을 뿐이고!
신병들 눈치 없이 다 따라 일어 났고!
옆에서 간부들 째려보고 있고!
나 나쁜 놈 되었고!
엄마 보고 싶고!
집에 가고 싶고!
나는 화들짝 놀라며 신병들에게 앉아서 식사를 마저 하라고 하였다. 이것들이 누구 영창 보낼려고 작정을 했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냉수를 마셨다. 식사를 마치고 취사장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제서야 어슬렁거리며 등장한 김하사는 우리에게 음료수를 한 잔씩 뽑아 주었다.
"가츠가 고생이 많타~!"
"하하!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전입신고 시간이 다되었다. 우리는 대대 지휘통제실로 가서 보고를 하고 위병소를 나왔다. 주둔지 영외도로를 따라 연대본부까지는 걸어서 약 20분가량 걸린다. 일렬로 맞춰서 힘차게 걸어가고 있었다. 얼마나 걸어갔을까?
맞은 편에서 신병교육대 훈련병들이 줄을 지어 걸어오고 있었다. 사격장에서 사격을 마치고 복귀하는 인원들인가보다. 훈련병들은 빛나는 계급장이 달린 우리를 보며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돌려 신병들을 바라보니, 하나같이 거만한 표정을 신병들을 향해 웃고 있었다.
"니들이 지금 웃을 때가 아니잖아~!"
연대본부 위병소를 통과하여 전입신고를 하는 건물에 도착하였다. 그곳에는 이미 다른 부대에서 온 신병들의 동기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신병들에게 절대 졸지 말고, 큰 목소리로 경례하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는 잽싸게 PX로 가서 짬뽕면과 만두를 돌려먹고 있었다.
신병들이 무사히 전입신고를 마칠 수 있을까? 별 일 없겠지?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사실 별 일 있을 거리가 없다. 경례 한번 하고 연대장과 담소를 나누며 기념촬영을 하면 되니깐 말이다.
곧 마칠 시간이 된 거 같아서, 다시 건물로 돌아갔다. 건물 앞에서 연대장과 신병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연대장의 표정을 보니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주둔지로 돌아오니 이곳 저곳에서 신나게 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우리들은 잽싸게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나는 조용히 우리 중대 박이병을 불러서 도서관 건물 뒤로 갔다. 그리고는 친절한 표정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다시 돌아온 악랄가츠의 표정으로 박이병에게 물었다.
"야 박OO이~! 너 씨이 아까 쳐 졸았지?"
"이이벼어엉 박OO! 아닙니다아!"
"아나~ 아까 내가 다 봤는데도 거짓말하네? 고참한테 거짓말하게 되있나?"
"이이벼어엉 박OO! 졸지 않았습니다아!"
"너 아니었어? 누구야 그럼?"
"최OO이병과 백OO이병이 졸았습니다아!"
"그럼 아까 헛소리한 놈들은 누구야?"
"아무도 안했습니다아!"
"그럼 내가 잘못 들은거네? 아아~ 내가 잘못 들었구나! 내 귀가 맛이 갔구나~ 떼버려야지 에혀!"
"흑흑 정말~ 아무도 헛소리 안했습니다아!"
후훗~! 귀여운 박이병은 나의 유도심문에 완전히 넘어갔고, 졸던 인원들을 다 불었다. 그리고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다. 조는거야 뭐~! 걸리지만 않았으면 되니깐, 양호하였다. 그렇게 박이병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이제 내일 예정된 대대장 전입신고만 무사히 마치면, 모든게 끝난다. 나는 김하사를 찾아서 별다른 특이사항없이 전입신고를 하고 왔다고 보고하였다. 김하사는 만족스러워 하며 신병들을 중대로 돌려보내라고 하였다. 나는 신병들에게 내일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모이라고 전달하였다.
중대로 돌아가라는 나의 말에, 신병들은 급격히 표정이 어두워졌고 힘없이 일어나서는 자신의 중대로 걸어 갔다. 그들의 뒷모습이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부디 살아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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