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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보기
오늘은 병장때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6년 10월, 가츠군은 분대장으로 천하를 호령할 때였다. 당시 나의 위상은 간부급이었다. 내가 하는 말이 법이었고, 내가 가는 곳이 길이었다. 내무실에서 뒹굴면서 손짓 아니 눈빛만 날려도 모든 것이 행해지는 때였다.
지난 2달여동안 우리 부대는 정말 타이트하게 훈련을 뛰었다. 거의 격주로 뛰는 훈련으로 인해 심신이 지쳐 있었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자주 후임들에 히스테리를 부린거 같다.
전역을 100여일 앞둔 시점, 이제 좋은 모습으로 떠날 준비를 하여야 한다. 가끔 보면 전역하는 그날까지 악랄하게 굴다가 전역하는 고참들이 있었다. 그들은 아마 사회에서 다시 만난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대다수는 천성적으로 악인이 아니다. 자신의 위치가 후임을 관리해야하는 위치이기에 어쩔 수 없이 싫은 소리는 하는 거다.
"전역하는 날, 살아남을려면 지금부터라도 착하게 살자~!"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며 결심을 하였다. 이제는 절대 화내지 말고, 항상 웃음으로 후임들을 대해주기로 말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세상이 아름다워보였다.
내무실로 들어오니 사랑스런 후임들이 주말 오후, 평화로운 자유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퀘퀘한 먼지가 나를 반겼다. 평소 같았으면 청소를 하라고 했을테지만, 후임들도 피곤할텐데, 게다가 난 착해지기로 했어~!
침상에 올라가서 누웠다. TV를 보면서 한창 즐겁게 웃고 있는데, 어디선가 낯익은 냄새가 난다. 이 냄새는 지난 발냄새편을 참고하면 되시겠다. 이 냄새는 참기 힘들다. 평소 같으면 발목가지 잘라버리기전에 빨리 가서 씻고 오라고 했겠지만, 본인도 나고 싶어 나는게 아니잖아, 게다가 난 착해지기로 했어~!
애써 참으며 모포를 덮고 잠을 청하였다. 잠이 들려는 찰나, 맞은편 침상에서 후임들이 괴성을 지르고 있다. TV에서 인기가요라도 하나보다. 근데 너무 시끄러워져서 도저히 잠을 못 자겠다. 얼마나 좋으면 저렇겠어? 게다가 난 정말 착해지기로 했잖아~!
결국, 잠자기를 포기하였고 옆소대 내무실로 놀러갔다. 복도를 지나치는데, 근무준비를 하던 김이병이 총을 들고 뛰어오다가 나랑 부딪쳤다. 개머리판이 정확하게 나의 허벅지를 강타하였다. 다리가 휘청거리며 하마터면 주저 앉을뻔 하였다. 이건 정말 노리지 않고서야 이렇게 정확하게 가격할 수가 없는데 말이다. 너의 정체가 뭐야~!
"이병 김OO! 죄송합니다아!"
하앍~ 이게 지금 죄송하다고 끝날 문제냐? 아나 아픈 거는 둘째치고, 너무 쪽팔리잖아! 내가 후려치고 죄송하다고 하면 되겠네? 너 한번 맞아봐라!
아차~! 그래 고의가 아니잖아? 이등병이 바쁘게 뛰어다니면 그럴 수도 있지. 오히려 격려를 해줘야지~ 게다가 난 착해지기로 했잖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난 쿨하게 웃으며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아나 이거 멍드는 거는 아니겠지. 이거 생각보다 착하게 사는게 엄청 어렵다. 전역할 때까지 이렇게 지낼 수 있을까? 점점 자신이 없어지고 있다.
그날 저녁, 점호청소를 마치고 분대결산을 하고 있었다.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분대장 수첩에 기록을 하고 있는데, 김일병이 울먹이며 말하였다.
"분대장님 수통뚜껑을 잃어버렸습니다! ㅜㅜ"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군인이 보급품을 잃어버리다니!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낮에 결심했던게 떠올랐다. 참아야 돼! 잃어버릴 수도 있지? 지가 일부러 버린 거는 아니잖아? 나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구해주겠다고 하였다.
곧 저녁점호를 취하는데 당직사관이 나에게 말하였다.
"가츠~! 너네 분대는 내일 대대장님이랑 동석식사다. 대대장님께 드릴 편지 한 통씩 작성하도록!"
헐~ 대대장과의 동석식사라니? 이거 군생활의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우리 부대는 매일 아침, 한 개 분대씩 돌아가면서 대대장과 아침식사를 같이 먹었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고충과 고민상담을 하였다. 또한, 전날 미리 편지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대대장이 미리 읽어보고 온다.
가끔 무개념 녀석들이 말도 안되는 내용을 적어서, 피바람을 부르기도 하였다. 하필 오늘부터 착하게 살기로 마음먹었는데, 내일이 동석식사라니... 불안하다. 이녀석들 이상한 내용을 적는 거는 아니겠지?
편지를 작성하고 자리에 누웠는데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그동안 못되게 굴었던 나의 모습이 자꾸 오버랩된다. 아침먹다가 영창가는 거는 아니겠지? 마지막 식사가 될지도 모르겠군...
어김없이 아침이 밝아왔고, 우리는 취사장으로 갔다. 곧 대대장이 들어왔고, 어색한 아침식사 진행되었다. 이거 밥이 어디로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대대장은 우리에게 이런저런 좋은 말씀을 해주었고, 질문도 많이 하였다. 사실 우리 대대장은 정말 멋진 군인이었다. 항상 병사들의 고충을 헤아려주었고, 기본권 보장에 최선을 다하였다. 군생활하면서 정말 존경하는 지휘관이었다.
"김이병~! 분대장이 잘해주나?"
"이이벼어엉 김OO! 저희 분대장은 천사입니다아!"
"에이~ 대대장이 가츠를 잘 아는데~ 천사는 아니잖아? 막 때리지 않아?"
"이이벼어엉 김OO! 절대 때리지 않습니아!"
"그럼 욕만 하는구나~! 가츠 이거 안되겠네?"
"김이병 머뭇거리지마! 넌 할 수 있어! 당당하게 말하란 말이야!"
대대장은 유도심문을 하며 연신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애써 그들의 대화를 모른체하며 묵묵히 국을 떠마시고 있었다. 국이 오늘따라 너무 짜다!
다행히 나의 분대원들은 개념있는 녀석들이었다. 별다른 문제없이 순조롭게 식사가 진행되었고, 분위기도 화기애애 하였다. 아침식사를 마친 대대장은 나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열심히 하라고 하였다.
후훗~ 역시 착하게 사는 좋구나~! 후임들도 그날따라 무척이나 이뻐보였다. 이제 정말 남은 군생활 착하게 지내면서 후임들과 좋은 추억만 만들고 집에 가야겠다.
그날 저녁, 교대장 근무를 마치고, 내무실로 돌아왔다. 소대원들은 일제히 일어나서 수고하셨습니다를 연발하였고, 나는 손을 흔들며 반갑게 화답하였다. 근데 나의 수족과 같은 윤병장과 이상병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김일병도 없고, 나의 분신인 분대원들이 죄다 없었다.
"얼레? 우리 분대원들 다 어디갔냐?"
"아까 윤병장이랑 같이 PX가는데 말입니다~!"
빠직~! 아나 나는 지금 혼자 씁쓸하게 근무를 나갔다 왔는데, 자기들끼리 PX를 가다니. 평소 내가 먹을 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알면서 말이다. 30분만 기다리면 나랑 같이 갈 수도 있었을텐데, 오순도순 맛있게 먹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분노폭발~!
"아나 이것들 오기만 해봐라~! 다 토하게 해주마~! 아예 갈아마셔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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