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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보기
지난 시간에 이어서 계속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난 편을 안 읽은 분은 먼저 콜렉트콜 上편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잠시 연결되는동안 상대방에게 자신을 알려주세요~♪
"여보세요~!"
"나야 가츠~ 끊으면 안돼~!"
상대방이 통화의사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설마 끊는 거는 아니겠지? 끊으면 정말 대박일텐데 말이다. 고작 한마디 주고 받았는데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목이 메이고 울컥하였다. 좀전에 울먹이던 훈련병들을 비웃었는데. 나도 별 수 없나 보다.
"가츠구나..."
"응~! 목소리가 왜그래? 어디 아파?"
"미안해... 나 결혼해..."
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드라마에서 나올법한 상황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나~! 갑자기 왜 이런 생각들이 드는걸까? 한없이 약해진 내 모습을 보며, 비로소 군인 신분이라는 게 실감났다. 드디어 전화가 연결되었다~!
"깍~! 가츠~♥"
"어흑~ 나 살아있어! 잘 지내고 있었어?"
"응~! 목소리가 이상해? 어디 아파?"
"아니~! 완전 멀쩡해! 너는 아픈데 없어?"
"응~! 참 꽃바구니 완전 깜놀했다능~! 완전 감동먹었다뉴~!
그렇게 여자친구와 러블리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좀 밝게 쓴 거 같은데, 실상은 다소 무겁고 슬픈 통화였다. 최대한 맑게 말할려고 하여도 좀처럼 밝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가슴은 불을 삼킨 듯 뜨거웠고, 목이 메여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전화하다가 목이 메이다니, 이것 또한 처음 경험한 일이다.
3분의 시간은 금방 흘렀고, 우리는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여야만 하였다. 계속 통화하고 싶어하는 여자친구를 겨우 달래며 작별인사를 하였다.
"이제 끊어야 된다뉴~! "
"벌써? ㅜㅜ"
"뒤에 동기들이 줄서 있어서 오래 못해~! 퇴소하면 바로 전화할게~!"
"응~! 편지쓸게~! 밥 잘 챙겨 먹고,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돼~!"
"응~! 너두~!"
드디어 통화가 모두 끝났다. 입대 전만하여도, 아무때나 전화할 수 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바뀌다니 정말 우울하였다. 찹찹한 기분으로 몸을 돌려 내무실로 향하는 찰나, 옆 전화기에서 60번 훈련병이 통화를 하고 있었다. 얼핏 들어보니 어머니와 통화를 하고 있는 거 같았다.
"헐~ 저 녀석~! 여자친구한테 안하고 어머니한테 했네? ㄷㄷㄷ"
평소 60번의 성격이라면, 무조건 여자친구한테 했을텐데 상당히 의외였다. 60번의 모습을 보자 갑자기 내가 부끄러워졌다. 지금까지 나를 무조건 사랑해주시고, 키워주신 사람은 여자친구가 아니고 어머니인데 말이다. 방금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집에 계시는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다. 내무실로 돌아와서 지갑에 있는 어머니 사진을 꺼내 보았다. 나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는 우리 엄마....
"엄마 미안해~! 내가 잠시 미쳤었나봐 어어흐흑흑ㅜㅜ"
이미 후회해도 늦었다. 나는 내무실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순간, 방금전 전화하던 상황이 떠올랐다. 조교는 내 얼굴을 보지 않았다. 조교는 나에게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내가 누군지도 모를거야. 지금도 많은 훈련병들이 정신없이 통화하고 있다.
"절대 나를 기억하지 못할거야~! 아니 기억해서는 안돼~!"
나도 모르게 공중전화로 다시 걸어가고 있었다. 복도에서 울면서 돌아오는 60번 훈련병이 보였다. 아직도 많은 훈련병들이 줄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기다리는 줄에 합류하였다. 이미 우리 내무실 인원들은 몇명 남지 않았고, 대다수가 다음 내무실 인원들이었다. 아무도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았다.
조교는 조교모를 푹 눌러쓰고는 아까와 같은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좋아~! 확인해보자~! 나는 과감하게 조교의 눈을 바라보며 아이컨텍을 시도하였다. 심장은 터질 거 같이 쾅쾅 뛰었지만, 표정만큼은 시종일관 그윽하게 바라 보았다. 이내 조교도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바라보았다. 확실하게 눈이 마주쳤는데 별 반응이 없었다. 그제서야 안심하였고, 나의 차례를 또 기다렸다.
"엄마 보고 있어? 방금 나 엄마를 위해 목숨을 걸었어~!"
나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던 죄책감이 사라지는 거 같았다. 하하하~! 곧 내 차례가 되었고,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뭥미? 아무도 전화를 안받는다. 휴대폰으로 재차 전화를 걸기 위해 번호를 누를려고 하는데...
"아나~! 엄마 휴대폰 번호가 기억이 안나~!"
다행히 아버지 휴대폰 번호는 확실하게 외우고 있었기에,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었다. 금방 받으셨다. 나는 반가운 목소리로 아버지를 불렀다.
"아부지~! 가츠예요~!"
"머라고요? 뉴규?"
뚜뚜뚜뚜.....
하아 힘들다~! 다시 전화를 걸었고, 드디어 연결이 되었다. 당시 가족들은 여행 중이었는데, 끊긴 전화를 보고 어머니는 바로 나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리셨나보다. 아버지를 향해 신나게 구박을 하고 있는데 다시 전화가 걸려오자 잽싸게 받으셨다.
"아들~♥"
"엄마~! 살려줘요~!"
"아프데는 없고? 밥은 잘 먹고?"
"장남은 군대가 있는데 여행을 가다니... 실망이야~!"
"아들~! 인생은 다 그런거란다~! 호호호~!"
아까 여자친구랑 통화할 때는 목이 메여서 말도 안나왔는데, 어머니랑 통화할 때는 연신 즐겁고 밝게 통화할 수 있었다. 조교도 웃고 있는 내가 신기한지, 나를 한번 쳐다보았다. 아나~! 걸리는 줄 알았네~!
어느덧 어머니와의 통화도 3분이 다되었고,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였다. 전화를 끊고 내무실로 돌아가는데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웃으면서 내무실에 들어가자 60번 훈련병이 나를 보며 물었다.
"가츠 어디 갔다 왔어?"
"앜ㅋㅋㅋ 나 전화 2번했다~!"
"진..진짜? 안걸렸어?"
"당연하지~! 애송아~!"
"나도 하고 와야지~!"
"야...야 지금 너무 늦...."
말이 끝나기도 전에 60번은 공중전화로 뛰어나갔다. 그의 뒷모습은 마치 불구덩이를 향해 날아가는 불나방 같았다. 이제는 전화할려고 줄서있는 훈련병들의 번호대가 완전히 뒷 번호들이었다. 누가봐도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말이다.
얼마후, 60번은 만신창이가 되어서 내무실로 기어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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