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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초저녁부터 편안하게 TV를 시청하다가 그만 잠이 들어 버렸다. 얼마나 잤을까? 배가 고파서 눈을 떠보니 어느덧 한밤 중 이었다. 아무도 없는 집, 냉장고를 뒤져봐도 딱히 먹을 만하게 없었다. 때마친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가츠 모해? 놀자~!"
"승우~! 밥 먹었어?"
"아니~! 쉬는 날이라서 방금 내려왔어~!"
승우... 고등학교때부터 알던 녀석이다. 악랄패밀리의 카레이서이자, 이준기를 빼닮은 수려한 외모로 인기가 많은 녀석이다. 어쨌든 나랑 죽이 잘 맞는 녀석이다. 이시간까지 밥을 안 먹은 것만 봐도, 넌 나의 베프~!
승우를 만나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식당을 찾고 있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고기에 소주 한 잔~! 콜~! 제법 유명한 고깃집으로 갔다. 입구부터 맛있는 고기 냄새가 나의 후각을 자극한다. 으음~! 스멜~!
"어서오십시오! 지금 자리가 없는데 조금만 기다리시면 된답니다~!"
"가츠야~! 기다릴까?"
"나가자~!"
데이트하는 것도 아니고, 남자 둘이서 기다리다니~! 기다리는 건 딱 질색이야~! 고깃집이 여기밖에 없나고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우리는 고깃집으로 나왔다. 근처에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 잽싸게 주문을 하고 고기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대화는 잠시 접어두고, 일단 배부터 채우자~!
"오오 승우 술 좀 늘었는데?"
"크크 밥먹고 당구 한 판 치자~!"
"에이~ 너랑 재미없어~! 맨날 지면서 ㅋㅋ"
"아나~ 빨리먹어~! 씹지 말고 삼켜~!"
사실, 승우와 나의 당구실력은 뭐 도토리 키재기이다. 그래도 최근 전적은 나의 우세였다. 친한 친구와의 당구내기는 언제나 치열하고 재밌다. 이기면 극한의 희열을 맛볼 수 있고, 지면 온갖 조롱과 놀림을 한 몸에 받는다. 무조건 이겨야 된다. 지면 끝장이다!
고기를 먹는 내내 신경전을 펼치며 잠시 후 승부를 준비하였다. 이녀석 갑자기 어디서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생긴거지? 못본사이 고수로부터 강의라도 받은걸까?
평소와 달리 무척이나 당당한 승우의 모습을 보니 내심 긴장되었다. 고깃집을 나와서, 의레 자주 가던 당구장을 발길을 옮기는데 갑자기 나의 팔을 붙잡았다.
"가츠~! 오늘은 저기 대로변에 있는 당구장 가자~!"
"아 왜? 그냥 가던데 가지? 무슨 꿍꿍이야?"
"그냥~! 거기가 서비스가 좋다던데~! 요즘은 거기가 대세래~!"
대세는 개뿔~! 당구장이 무슨 대세 타령이야~! 당구대랑 큐대만 있으면 되지~! 그래도 하도 가자고 조르길래 결국, 승우의 손에 이끌려 평소 가던 당구장을 뒤로 하고, 대로변에 있는 당구장으로 걸어갔다.
가는 내내 티격태격거리며 승부욕을 최대로 끌어 올렸다. 당구장 문을 열고 들어가니, 꽤나 큰 당구장이었는데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머야 사람 겁나 많네~!"
평소 가던 당구장을 놔두고 이리로 데려온 승우가 밉다. 다시 걸어가야 되잖아~! 나는 승우에게 투덜거리며 나가자고 하였다. 승우도 머쓱한지 군말없이 순순히 돌아서 먼저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그순간 주위가 환하게 밝아지더니. 아르바이트생이 다가와서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어서오세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되는데~♥"
나는 재빨리 승우의 팔을 잡았다~!
"기다리자~!"
그렇게 승우와 나는 쇼파에서 다소곳하게 앉아서 기다렸다. 아르바이트생은 아니 여신님은 연신 손님들에게 음료수를 서빙하며, 뒷정리하느라 바빴다. 가만히 앉아있는 내가 미안해졌다. 이거 왠지 뭔가 도와줘야 되는거 아니야? 나도 청소 잘하는데...
여신님을 바라보며 요즘 여기가 왜 대세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문득 당구장 사장님의 뛰어난 사업 수완이 존경스러웠다. 얼마가 지났을까? 빈 자리가 났다. 나와 승우는 센스있게 목장갑을 끼고는 큐대를 잡았다.
"덤벼라 애송이~!"
나는 승부에 집중할 수 없었고, 결국 무참히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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