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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0년 가을, 고등학교 2학년때이다. 고1때 교육부장관은 우리에게 수능시험 따위는 없다며 호언장담 하였다. 고로 1학년때는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선배들의 뒤로하고, 6교시 마치는 종소리와 함께 책가방을 들고 교문을 나섰다. 중학교때도 야간자율학습을 하였는데 말이다.
그러나 교육부장관이 바뀌면서,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하였다. 수능을 다시 본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2학년때부터 야간자율학습이 부활하였다. 1년간의 달콤한 추억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벌써 1년간의 나태한 생활에 익숙해져버린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자율학습이 너무 싫었다.
'삐뚤어질테다~!'
위 사진은 우리집 베란다에서 찍은 사진이다. 당시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저 다리가 끝나는 시점에 있다. 진짜 딱 끝나는 지점, 사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집에서 걸어가면 10분정도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항상 가까운데 사는 사람이 지각하는 법, 나는 늘상 지각하였다. 아침마다 강바람을 맞으며 다리를 건너기 싫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거야~!'
오토바이라면 나의 등하교길을 즐겁게 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침마다 다리를 질주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나의 머릿속에는 이미 오토바이 생각으로 가득찼다.
다음날, 저녁시간, 급식을 먹고 친구들과 학교 근처에 있는 오토바이 가게로 향하였다. 그곳에는 그토록 내가 원했던 오토바이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머 필요하노?'
'아저씨 이거 얼마예요~!'
'그거? 비싼데 290만원~!'
'이거는요?'
'160~!'
'이거는요?'
'90~!
'이거는요?'
'마~! 니 얼마있노?'
'20만원요~! 흑흑~!'
'이거 가져가라~!
스쿠터의 원조~! 대림혼다의 택트님이셨다. 그래 다소 폼은 안나지만, 이게 어디야~! 나는 아침마다 걷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에 냉큼 구입하였다.
다음날, 라이더의 필수품인, 홈쇼핑표 슬레진저 슈트를 교복위에 입고는 신나게 등교를 하였다. 지긋지긋한 강바람이 바이크 위에서는 시원하게만 느껴졌다.
'오늘 라이더가 된 기념으로 폭주 한번 뛰자~!'
그날 오후, 식사를 마친 후 오토바이가 있는 친구들과 폭주를 뛰기로 하였다. 말이 폭주지~! 우리들의 장비는 중국집 배달원보다도 허접하였다.
그렇게 친구 2명과 우리는 야간자율학습을 제끼고, 교문을 벗어났다. 다시 교복위에 갖춰입은 슬레진저 슈트~! 나는 마치 한마리의 흑표범같았다.
우리는 해가 진 어두운 강변도로를 무서운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신나게 질주하였다. 그러자 바이크 경력이 많은 친구 녀석이 멋지게 커브를 도는 것이 아닌가?
'우와~! 저녀석 방금 땅에 무릎이 닿았어~!'
나는 친구의 실력에 연신 감탄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동네 슈퍼 앞에서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오토바이에 걸치고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지나가는 누나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부르릉 부우우웅~!
갑자기 친구들이 총알같이 출발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머야? 같이 가야지? 나는 어리둥절하며 남은 아이스크림을 급하게 먹고 찰나, 누가 나의 어깨위에 손을 올렸다.
'가츠아이가? 너 누가 오토바이타고 다닐래? 어? 담임샘은 알고 계시나?'
'저 가츠아니예요~! 누구세요?'
깜짝 놀라 돌아보니, 우리학교 양호선생님이었다. 배신자들~! 큰일났다~! 나는 정말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양호선생님께 빌기 시작했다. 불쌍한 표정이 통한걸까? 양호선생님은 다음부터 다시는 타고 다니지 말라며 주의를 주셨고, 무사히 넘어 갈 수 있었다.
양호선생님의 때아닌 기습출현으로 폭주는 끝났고, 우리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 어젯밤에 무리를 해서 그런가? 나는 밍기적거리다가 결국 또 지각을 하였다. 학교안으로 몰래 잠입하다가 하필 담임샘한테 딱 걸렸다. 어흐흑흑ㅜㅜ
'이노무자슥~! 또 지각이네~! 교무실 앞에 꿇어앉아있어~!
결국, 오전 자율학습시간내내 차가운 복도바닥에 꿇어앉아 있었다. 1교시 수업시간이 다가오자,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모두 복도로 나오셔서 담배를 피시며 티타임을 가지셨다. 물론, 그들이 먹잇감은 나였다.
'가츠이거는~! 맨날 지각하고 안되겠네~!'
'임마 이거는 일찍오는 꼴을 못보네~! 도대체 니 어데사노?'
'점마 바로 강 건너 아파트에 산다아입니까~!'
'에라이 문디자슥~! 이리 온나~! 퍽퍽~!'
그렇게 나는 2학년 선생님들의 집중폭격을 맞고 있었다. 하아~ 구세주가 필요한 시점인데~! 오늘따라 벌받는 녀석은 나밖에 없었다. 정말 운도 지지리도 없지~! 그래도 자신의 제자가 다른샘들한테 혼나고 있으니깐, 담임샘은 마음이 불편하신가보다.
'가츠~! 니 이제 지각 안할끼제? 오늘 한번만 더 봐준데이~! 알긋나?'
'네에에! 샘 저만 믿으세요~!'
역시 담임샘밖에 없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날려는 찰나~!
갑자기 등장한 양호선생님의 한마디~!
'아따~! 가츠 점마는 오토바이도 타고도 지각했네~! 대단하다 대단해~!'
추천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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