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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전, 지긋지긋한 장마가 끝나고 다시 무더위가 찾아왔다. 가만히 있어도 몸에서 열이나는데 따끈따끈한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니 죽을 맛이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카드값이랑 통장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전 부푼 꿈을 안고 펀드에 가입하였다. 더이상 떨어지지는 않겠지? 라는 심정으로 비상금을 다 때려 넣었다.
나의 꿈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나 확인할려고 펀드사이트에 접속하여 비밀번호를 입력하였다. 비밀번호가 틀렸나보다~! 분명히 5882로 했는데 입력하니깐 잘못된 비밀번호라고 한다.
'아나 7942인가? 땡! 1004? 땡! 2848? 땡!'
멍청한 놈! 비밀번호 오류횟수초과로 나는 금쪽같은 꿈나무들을 만나볼 수 없었다. 흑... 꿈나무들의 생사가 너무 궁금했다. 그렇지만 밖은 너무 더운데, 지금 나갔다가는 내가 먼저 말라죽을지도 몰라~! 해가 좀 떨어지면 나갈까? 그렇지만 은행은 오후 4시까지 밖에 안하잖아~!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문득, 스웨덴에서 날라온 구글수표가 생각났다. 블로그 개설하고 100일만에 처음 받은 구글수표~!, 어차피 수표도 환전할 겸 은행을 한번 방문하긴 해야 했다.
나는 평소 모든 은행업무를 인터넷으로 하기 때문에, 몇 년전 전역하고, 통장개설할때 방문한 뒤로는 은행을 가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간편한 인터넷뱅킹을 놔두고 굳이 은행을 갈 이유가 없었다. 고로 정말 오랫만에 방문하는 것이다
주차공간이 없어서 은행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주차시켰다. 그리고 작렬하는 태양과 싸우면서 은행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걸었다. 드디어 방문한 은행, 나는 의레 입구에 경비아저씨가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없었다. 오히려 늘씬한 미모의 안내 도우미가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아... 수...수표를 환전하러 왔어요~!'
'여기 대기표 받으시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우와~! 은행 오길 잘했어~! 제복입은 그녀는 너무 이쁘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은행을 둘러보았다. 내가 오늘 갈 곳은 외환 및 펀드 창고, 그곳에는 내 또래 여성 3분이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역시나 빛나는 외모에 제복~! 하하하~! 정말 내가 하나은행 고객인게 자랑스럽다~! 여기는 얼굴보고 뽑는건가? 어쩜 다 이쁘지?
'34번 고객님~!'
날 부른다. 나는 부리나케 가운데 앉은 직원에게로 다가갔고, 상호간의 정중하게 배꼽인사를 하였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외국 수표가 있는데, 추심전 매입을 하고 싶어서요~!'
'신분증을 제시해주세요~!
내 신분증을 가져간 그녀는 이리저리 두들겨 보더니, 고개를 가웃거린다. 내가 분명히 하나은행 고객이긴 하지만, 몇해전, 대구에 갈일이 있어서 무심결에 대구 동성로지점에서 계좌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인터넷통장으로 전환해버리고는 사용해왔던 것이다. 고로 주거래은행은 대구 동성로지점인 것이다.
추심전매입같은 경우에는 다소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지점과 자주 거래하는 고객들만 해주는 편인데, 대뜸 산적같은 녀석이 나타나서는 해달라고 하니, 난감한가보다.
'어쩌죠? 고객님~! 저희 지점이 주거래은행이 아니네요~!'
'어흐흑흑ㅜㅜ 해주시면 안되나요? 자주 올게요! 잇힝~!'
나름 귀엽게(?) 교태를 부렸더니 비위가 상한걸까? 그녀는 나를 째러보더니 뒤에 앉아계신 과장님께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였고, 곧 다시 오더니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으음~! 원래 안되는거지만 특별히 해드리는거예요~♥'
우왕~! 사람 몸에서도 빛이 나는구나~! 그녀의 등에 날개가 있나 확인해보았지만, 날개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원래 수표는 안되는건데, 가츠님을 위해 특별히 60%으로 우대해드릴게요~♥'
와우~! 내가 왜 이렇게 좋은 은행을 놔두고, 무뚝뚝한 인터넷뱅킹을 한거지? 지난 시간이 허무해졌다. 수표를 환전하는 동안, 펀드 비밀번호도 변경하였다.
'고객님 또 필요하신건 없으세요?'
'네~!'
'근데 수표는 어디서 받으셨어요? 왕궁금~!'
'하하~! 이거 인터넷하면서 받은거예요~!'
'우와~! 신기해요~! 이제 가츠님 아니깐 다음에 오실때는 바로바로 해드릴께요~! '
'다음달에 또 올거예요~! 꼭~! 기필코~!'
다시 그녀와 정중하게 배꼽인사를 하고 은행을 나섰다. 은행문을 열자 뜨거운 열기가 내몸을 휘감았다. 그래도 그녀의 환한 미소와 친절을 생각하니 무더위따윈 느껴지지도 않았다~!
다음달에는 펀드를 해지하고, 그녀 이름으로 적금 하나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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