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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보기
오늘은 지난 주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지난 주, 지인과의 만남을 위해 부지런히 씻고 아껴놓은 새 옷을 입으며 꽃단장에 여념이 없었다. 모든 셋팅을 마치고는 불가리 향수를 목덜미에 칙칙~! 뿌려주었다.
'완벽해~!'
나는 뿌듯해하며 거울 앞에 섰다. 누구냐 넌? 나의 상상과는 달리 상큼이는 온데간데 없고, 덮수룩한 아저씨가 서있었다. 이발을 안한지가 꽤 되었다. 부랴부랴 집 앞에 단골 미용실로 갔다.
예전에는 이쁜 누나들이 있는 미용실을 애용하였으나, 작년부터 귀찮니즘의 압박으로 그냥 동네 미용실을 갔다. 어차피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 곳에는 두분의 아줌마 디자이너가 계신다. 들어가자마자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디자이너 선생님~!
'역시 난 아줌마들에게 인기가 많아~!'
과연 좋아라~!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반갑게 맞이해주시니 기분은 좋다. 사실, 요즘 군대이야기로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가츠의 군대이야기를 최초로 들은 사람은 바로 미용실 아줌마다. 지난 1월, 아주머니의 아들이 해병대로 입대하였다.
그때부터, 예비역처럼 보이는 나에게 온갖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평소, 군대이야기를 좋아라하는 나로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후로는 나의 머리를 만지실때마다 비달사순이 울고 갈 정도로 극한의 실력을 발휘하시며 나를 놀라게 하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어지는 질문공세~!
'가츠씨, 원래 해병대는 휴가를 자주 못나와요?'
'글쎄요~! 그게 해병대라서 그런게 아니고 부대사정에 따라 다르지요~!'
'우리 아들 친구들은 8월초에 휴가나온다고 하는데, 아들은 8월말이나 되어서야 나온데요~!'
사실, 휴가는 군인들이 가장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이다. 기왕이면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나오면 좋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일단, 부대자체에서 큰 훈련이 있거나, 비상이 걸리면 계획된 휴가도 취소된다. 그리고 가고 싶은날 죄다 나가버리면, 나라는 누가 지키겠는가?
요즘에는 많이 변했겠지만, 그래도 군대는 군대이니깐 얼추 비슷할 것이다. 휴가 올리는 날이 되면, 중대 인사계원이 각 소대별로 휴가자를 조사하라고 한다. 그럼 각 소대 고참들은 소대원들을 모아놓고, 휴가 나가고 싶은 사람은 손들라고 한다. 물론 우후죽순 나올 수도 있고, 눈치를 보며 안나오는 인원들도 있을 것이다.
이에 고참은 센스있게 정말 부득이하게 급한일이 있는 병사들이나 나갈때가 한참 지난 병사들 위주로 먼저 보내준다. 소대내에서도 너무 휴가자가 많으면 근무의 공백이 크기 때문에 남은 소대원들이 힘들어진다. 이렇게 나름 합리적으로 휴가자를 조사하여 인사계원에게 전달해주면 인사계원은 이를 토대로 휴가자 명단을 작성하여 대대 인사계로 보낸다.
그러나 항상 좋게 마무리 될 수는 없다. 간혹 서로 꼭 나가야된다고 피력하면, 물론 일,이등병들은 눈치보여서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그럴땐, 운명의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보는 편이다.
여기서 오늘의 주인공인 아줌마 아드님은 이제 갓 일병으로 진급한, 미약한 존재이다. 아마 휴가조사할때 8월초에 나가고 싶었지만, 소대 분위기를 보니 선뜻 나갈 수 없거나, 아니면 8월초에 꼭 나가야되는 병사들이 많아서 8월말에 올린 거 같다. 그리고는 집에 통화하면서 8월초에 나가고 싶었는데 못나갈 것 같다고 말하였나보다.
사실, 1월군번이면, 1년차 정기휴가를 8월에 바로 지르는 것은 자살행위다. 최대한 버티고 버텨서 나와야지 대뜸 지르고 나면 다음 휴가까지 희망이 없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아주머니는 아들을 하루속히 보고싶은 마음에 부대로 전화를 한 것이다.
'정보통신보안! 중대장입니다!'
'안녕하세요~! OO일병 엄마예요~!'
'반갑습니다 어머님~! 무슨일인가요?'
'다름이 아니라 우리 아들이 휴가 나올때가 되었는데, 안그래도 8월초에 집에 일이 있어서 꼭 나왔으면 해요~!'
'아~! 어디보자, 아드님이 8월말에 계획되어 있군요~!'
'어떻게 안될까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아주머니께 이 내용을 들은 나는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아줌마~! 군대는 학교가 아니예요~! 이 대화를 다시 살펴보자! 무슨 느낌이 드는가?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 이 글을 읽고있는 당신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전화통화를 마친, 중대장은 어머니께서 부탁하였기에 인사계원을 불러서 OO일병의 휴가가 조정 가능한지 물어볼 것이다. 조정이 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 다만 인사계원 입장에서는 미리 자신이 조사를 해놓은 일을 다시 손봐야되는 번거로움에 짜증이 밀려올 것이다. 그리고 다시 소대로 가서 OO일병을 불러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너 XX, 저번에 조사할때는 암말 없더니, 이제와서 왜 지랄이야?'
아무 상황도 모르고 불려나온 OO일병, 그저 정신없이 갈굼먹고, 울면서 소대로 돌아간다. 그러나 소대에는 OO일병대신 8월초에 휴가를 못나가는 병사가 울고 있을 것이다. 그 병사는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이미 휴가계획까지 다 잡아놓고 하루하루를 기다리고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가 고참이라면 죽음을 맛볼 것이고, 후임이라면 원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휴가 조사를 한 고참이 침상에서 자신을 향해 날라오고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한 통의 전화통화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아주머니의 치맛바람을 욕할지도 모르지만, 이 글을 읽고있는 많은 예비역분들의 군시절과 요즘은 사뭇 다르다. 내 동생도 현역으로 근무중인데, 자대배치를 받자마자 일주일내내 중대 간부며, 고참들에게 전화가 왔다. 동생은 잘 지내고 있으며, 행여 궁금한거 있으며 무조건 전화 달라고 말이다.
고로, 항상 자식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시는 어머니 입장에서는 항상 안부가 궁금 할 것이다. 고로, 집에 있는 가족들은 요즘 군대는 많이 변했구나~! 아무때나 부담없이 전화를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받는 입장에서는 정성스레 받아주지만, 사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웃으면서 예예~! 하지만, 속으로는 뭐 이런게 다있어~! 짜증이 밀려올 때도 있다. 아무리 많이 변했지만, 군대는 군대다!
나는 아주머니께 대충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괜히 말하면, 걱정하실까봐 안할려고도 했는데, 그러면 이러한 사실을 모르시고 사소한 걸로 자주 전화하실까봐 알려드렸다.
그러자, 상황을 파악하신 아주머니는 걱정하시며 당황하셨다. 문제는 지금 내 머리를 자르고 계시는데 말이다. 비달사순은 온데간데 없고, 가위질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이제 내 머리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나는 아주머니를 안심시키시 위해 노력하였다.
'너무 걱정마세요~! 어차피 잘해도 갈굼먹는 곳이 군대인데~! 하하하;;;'
걱정하시는 아주머니를 보니, 한편으로 가슴이 찡하였다. 아주머니 또한 무슨 잘못인가? 그냥 자식 사랑하는 마음에 그런건데 말이다. 군대 사정을 자세히 모르시는게 잘못이라면 잘못이겠다.
다만 군대에서도 예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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