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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군대이야기, 기록사격

가츠의 군대이야기 2009. 8. 4.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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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의 군대이야기 전편모음(클릭 후 맨아래 다음페이지를 누르시면 1회 첫 포상휴가편부터 보실 수 있습니다)
가츠의 옛날이야기 전편모음


오늘은 상병때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6년 1월, 군대에서 새해를 맞이하였고 바깥세상은 신년맞이로 들떠 있었다. 당시 우리 부대는 사격에 미쳐 있었다. 군인에게 있어 사격은 뗄레야 뗄 수 없는 필수 요소이다. 사격을 못하는 군인은 전장터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부대는 소총중대 아닌가?

보병인 우리들은 포병이나 전차병과는 달리, 오로지 자신의 소총으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 고로 어느 보직보다도 사격이 중요하다. 당시 대대장은 간부들에게도 뛰어난 사격실력을 요구하였다. 사실 병사인 우리들은 K-2 소총을 사용하기때문에 사격에 용이하다. 그러나 간부들의 총은 주로 K-1이다.




K-1은 개머리판이 없기 때문에 사격시 정확한 조준 사격이 어렵다. 순전히 자신의 감으로 쏘아야 하는데, 감을 잡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 뿐이다.

새해 첫 주, 기상과 동시에 아침점호를 취하러 연병장으로 나왔는데 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였다. 연병장에는 한 무리의 군인들이 꼭두새벽부터 사격예비술훈련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꽁꽁 얼어버린 차가운 연병장에서 피나고 알배기고 이갈리는 PRI훈련을 말이다.

"야 재네들 누구냐?"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참나~! 꼭두새벽부터 겁나 불쌍하네~!"

"헐~! 중대장님이랑 소대장인데 말입니다~!"

그랬다~! 대대장의 특별지시로 대대 전간부는 꼭두새벽부터 사격예비술훈련을 하고 있었다. 간부들은 2달에 한번씩 2박 3일 정기휴가를 나갈 수 있는데, 사격을 합격하지 못하면 짤리는 것이다. 군인들에게 있어 휴가는 병사나 간부나 할 것없이 중요하다. 그러니 다들 목숨걸고 하는 것이다.

아침점호를 취하고, 취사장에서 밥을 먹고 올라오니 내무실에 부소대장이 누워 있었다. 아니 기절해 있었다. 우리가 점호를 취하며 식사를 하는 사이 자동화사격장에서 기록사격을 하고 왔나보다.

"부소대장님~! 합격하셨습니까?"

"가츠야 나 죽고싶다~! 왜 한발이 모자랄까? 미스 조랑 스키장가기로 했는데.. 아아악~!"

간부휴가마저도 짤리는 판국에 병사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총 20발을 사격하는데 12발을 명중시키면 합격이다. 그럼 자신의 휴가나 외박을 신청할 수 있다. 게다가 16발을 맞추면 서울지역까지 외박을 나갈 수 있다. 말이 서울이지 위수지역이 풀리는 셈이다. 그리고 18발을 맞추면 특박개념으로 하루가 추가되어 금요일날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만발~! 20발을 맞추면 다음날 바로 포상휴가를 나간다.

어찌보면, 달콤해보이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일단 자동화사격장에는 3종류의 타켓이 있다. 100미터, 200미터, 250미터에 위치한 타켓이 교대로 올라온다. 예비역분들은 기억할 것이다.

멀가중 멀가중 멀중가중~!

타켓이 올라오는 순서이다. 멀은 250미터, 가는 100미터, 중 200미터이다. 이렇게 차례대로 10발을 쏘면, 다시 사격자세를 바꿔서 10발을 쏜다. 사실 100미터는 쉽다. 문제는 200미터와 250미터이다.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은 레이저처럼 일직선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림에서처럼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은 총열과 조준점의 높이차가 있으며 사거리연장을 위해 총열과 조준점이 평행이 아니고 총열이 약간 위로 향하도록 제작되어 탄도는 포물선을 그린다.

고로 200미터 타켓의 경우에는 보다 낮게 조준하여 사격하여야된다. 250미터는 너무 멀어서 가늠쇠로 보면 정말 하나의 점처럼 보인다. 결국 쉽게 맞출 수 있는 것은 100미터 타켓뿐인데. 100미터 타켓은 20번 중 총 6번이 올라온다. 그걸 다 맞추다는 가정하에 추가로 6발을 더 맞춰야 한다. 은근히 어렵다.

1월 4일 수요일, 전반기 기록사격을 하는 날이다. 오늘 12발을 맞추지 못하면 3월까지 모든 외출, 외박, 휴가가 통제된다. 정말 떨리는 순간이다. 안그래도 간부들마저 신경이 날카로운데, 실탄사격이라니, 대대는 아침부터 적막감이 흐른다. 사격이 있는날은 아무리 착한 간부라도 악마로 변한다.

한순간의 실수가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보면 권총에 맞고도 끄덕없는 주인공들이 등장하곤 하는데, 우리군인들이 사용하는 소총은 권총따위와는 비교가 안된다. 신체 어느 부위든 맞으면 그걸로 끝이다. 그러니 얼마나 긴장되고 걱정되겠는가?

"위이이잉~! 현시간부로 5중대 기록사격을 실시하겠습니다. 전방에 계신 군인이나 민간인들은 신속히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말합니다 위이이잉~!"

중대장의 싸이렌 소리를 시작으로 기록사격이 시작되었다. 간부들이 날카로우니, 고참들도 당연히 날카롭다. 이런날, 잘못 걸리면 정말 죽는 거다. 병장이고 이등병이고 할 것없이 긴장하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릴때부터 레인보우식스를 시작으로 카스, 스포, 서든을 마스터한 나는 어느정도 사격에 감이 있었다. 합격은 무사히 할 수준이었는데, 시력이 나빠서 도저히 만발은 불가능하였다.

내 옆에는 사고뭉치 김일병이 있었다. 5개월 후임인데, 입대할 때부터 군대에 온게 신기할정도의 마른체격으로 인해 항상 체력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게다가 말투도 어눌하고 어리숙하여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그러나 너무 착한 심성을 지녔기에, 미워할 수만은 없었다. 가정형편도 너무 안 좋았기에 안타까웠다.

자동차나 전자제품이 고장나듯이 총도 고장이 난다. 이를 기능고장이라고한다. 가장 빈번한 기능고장은 탄피배출이 안되서 탄피가 총에 걸리는 것이다. 그럼 자동으로 재장전이 안되서 사격이 안된다.

사격을 하다가 기능고장이 나면 잽싸게 자신의 소총을 전방으로 향하게 놓고, 한 손을 치켜들고 큰소리로 '기능고장~!'을 외쳐야한다. 그러면 옆에 있는 부사수가 적색 깃발을 올리며 큰소리 다시 한번 기능고장을 외친다. 가끔 가다 이등병들이 당황해서 자신의 총을 중대장쪽으로 돌리면서 총이 안나간다고 하는데, 절대 그러면 안된다. 지옥을 맛볼 것이다.


"김일병 총기수입 열심히 했어? 오늘 기능고장나면 죽는다~! 진짜 다 죽는거야~!"

"일병 김OO! 넵! 오늘 진짜 합격해야되는데, 어머니 편찮으셔서 나가봐야 되는데 흑흑..."

문득, 김일병의 아버지가 안계신다는게 머릿속을 스쳤다. 그는 홀어머니와 여동생과 살다가 군에 입대하였다. 그러나 김일병은 사격을 잘하지 못하였다. 항상 불합격을 하여서 얼차려를 받곤 하였다.

이미 중대장은 폭발하였다. 사격을 하고 있던 중대원들은 중대장의 불호령에 250미터 타켓을 향해 선착순으로 연신 달리고 있다. 분위기는 점점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와중에, 우리 차례가 되었다.

"다음조 입장~!"

"1사로~!"

"2사로~!"

8사로까지 8명이 탄을 받고 입장하였다. 나는 3사로였고, 김일병은 4사로였다. 내 옆에는 이병장이 부사수로 들어와서는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쏘라고 격려해주었다. 김일병은 또 무엇을 실수하였는지 부사수에게 혼나고 있었다. 정신 좀 차려~!

"사수~! 사격시작~!"

탕 탕 타당~!




오늘은 감이 좋다. 쏘는 족족 타켓이 넘어갔다. 옆에 있는 이병장도 신나서 연신 백기를 올리며 발사횟수를 세고 있었다. 순식간에 10발을 모두 발사하였다. 8발이나 명중하였다. 이제 다음 번에 4발만 명중하면 된다~! 휴가를 나갈 수 있다는 안도감에 즐거워졌다.

4사로쪽을 보니, 김일병은 잔뜩 긴장한채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많이 맞추지 못했나보다. 저 녀석 휴가 나가야 될텐데 말이다. 다시 탄창을 갈아끼우고는 마지막 10발 사격을 시작하였다. 탕탕~! 쏘는 족족 타켓에 박혔다. 이야~ 서든 열심히 한 보람이 있어~!

어느덧 합격선인 12발을 명중하였고, 5발이나 남았다. 내심 18발을 노렸는데, 아까웠다. 이제 다 맞춰봤자 17발이다. 별 의미가 없는 셈이다.

그때 나의 눈에 들어온 김일병의 타켓~! 어차피 나는 합격하였다. 하지만 김일병은 위태로워 보였다. 남은 5발은 김일병의 타켓이나 맞춰주자~! 맨날 갈구기만 했는데, 착한 일도 해야지~! 나는 김일병의 타켓을 조준하여 맞추기 시작하였다.


'탕~! 탕~! 김일병 꼭 휴가나가라~! 형이 도와줄게~!'

나는 신나게 김일병의 타켓을 향해 빛나는 총알을 발사하였다. 오호~! 넘어간다~! 김일병의 타켓이 넘어가기 시작하였다. 부사수인 이병장도 눈치를 챈거 같은데 별말 없이 발사횟수만 세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올라온 김일병의 타켓을 향해 힘차게 방아쇠를 당길려는 찰나, 옆 사로에서 울려퍼지는 외침~!

"4사로 기능고장~!"

아뿔사~! 김일병의 총기가 고장난 것이다. 그러나 나의 손가락은 이미 방아쇠를 당겼고, 발사된 총알은 타켓을 향해 힘차게 날라가고 있었다.

김일병의 타켓은 보란듯이 총알을 맞고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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