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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보기
오늘은 상병때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2006년 1월 27일, 날짜까지도 기억난다. 그날은 우리 5중대의 지휘관이 바뀌는 날이다. 이미 몇차례 글에서 특전사 출신의 우리 중대장님의 카리스마는 익히 아실 것이다. 드디어 그분이 군수장교로 떠나시고, 우리는 새로운 중대장님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늘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어~!'
말년병장부터 이등병까지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였다. 이렇게 말하면 중대장님이 엄청 나쁜사람 같아보이는데, 결코 나쁜사람은 아니다. 분명히 남자답고, 멋있다. 다만 무서울 뿐이다. 우리는 미모의 여대위를 기대하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었다.
6시 30분, 기상과 동시에 준비태세가 걸렸다. 뭥미? 준비태세가 생소하신 분들은 지난 준비태세편을 참고하시면 되겠다. 눈뜨자마자 허겁지겁 장구류를 착용하고 군장을 꾸리며, 치장물자를 옮기고, 물동량을 적재하였다.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역시 싫다~!
그렇게 상황이 종료되고 바로 중대장 이취임식을 하였다. 대충 정리해놓고 다시 중대 사열대 앞으로 집합하였다. 군대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중요한게 바로 행사이다. 연예인들만 중요한게 아니다. 행사야말로 군인의 군기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 절도있는데 동작과 우렁찬 목소리, 당장이라도 적군을 섬멸할 수 있을듯한 눈빛까지, 행사에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대대장님이 오시기전에 우리는 행보관님의 사회아래 열심히 연습하였다.
'가츠야 오늘 새로오시는 중대장님 정보는 없냐?'
'상병 가츠! 젊은 분이라는 정보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우리 중대장님만 아니면 되지~! 하하하~! 브라보 5중대~! 브라보 나의 말년~!'
'하하 그렇지말입니다~!'
내심 어떤 분이 올까? 궁금하였다. 대개 인사이동이 소위,중위일때 전방에서 근무했으면, 대위일때는 후방으로 빠진다. 후방이면 전방으로 오고, 나름 군대도 공평한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두루두루 경험을 해보라는 취지가 아닐까싶다. 고로 이번에 오시는 중대장님은 후방에서 널널하게 근무하시다가 오셨겠지? 하하하~!
'부대 차렷~!'
대대장님실에서 대대장님과 중대장, 신임중대장이 걸어나왔다. 얼핏봤는데, 그닥 젊어보지는 않는데.. 덩치도 크고 머리도 크다~! 오호~! 샤프한 이미지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가슴팍에 보이는 빛나는 공수마크~! 왠지 불안하다. 심상치 않아~!
'뭔가 잘못돌아가고 있는거 같습니다~!'
'젠장 무섭게 생겼잖아~!'
'결코 좋은 인상은 아닙니다~!'
그렇게 이취임식을 마치고, 신임중대장님의 취임사가 시작되었다.
'반갑다 제군들~! 오늘부로 용호연대 5중대장을 맡게된 대위 이OO다~! 중대장은 수방사 특공대에서 근무하였고, 자랑스러운 이기자부대로 자원하여 왔다. 이제 중부전선의 수호자, 이기자부대에서 많은 추억을 만들고싶다. 중대장은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체력! 그거 하나만 있으면 된다~! 이상~!
뭥미? 특공대? 대테러진압부대? 체력만 있으면 된다? 갑자기 급 우울해진다. 이거 더 빡세지는거 아냐? 중대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제 죽도록 구보만 뛰겠네~!'
'차라리~ 원래 중대장님이 나을지도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글쎄~ 그건 아니라고 본다! ㅋㅋㅋ'
그렇게 새로오신 중대장님과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다음날 교육훈련을 하러 부대 앞산으로 올라갔다. 얼마나 교육을 받고 있었을까? 멀리서 중대장님이 친히 올라오셨다. 머지? 이 낯선 광경은? 대개 중대장님들은 교육훈련할때는 오시지 않는다. 물론 사격할때는 직접 통제하시지만, 기본 교육훈련에는 좀처럼 오시지 않는다.
중대원들을 모아놓고 일장연설을 시작하셨다. 헉~! 중대장님 완전 개그맨이다. 어제는 대대장님이 계셔서 편하게 말하지 못했는데, 알고보니 개그맨 그 자체였다. 정말 중대장님의 유머감각과 개인기는 지금껏 내가 본 사람들 중에 최고였다. 입이 악기인지 구별이 안되고, 하는 멘트 하나하나가 빵빵터졌다.
'하하~! 중대장님 대박인데~!'
'그러게 말입니다~! 완전 개콘보는거 같애요~!'
한창 분위기 무르익을 무렵, 우리들은 중대장님께 애인있냐고 물어보았다~! 사실 별로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예의상 물어본 거였다.
'요즘 여자친구없는 사람이 어딨어~! 내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내 여자친구는 이효리 닮았어~!'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거기까지만 하시지~! 중대장님 너무 오바하신다~! 아무리 우리가 까라면 까는 군인이라지만, 해도해도 너무 한거 아닌가? 중대장님 거울부터 보세요~! 중대원 100명은 단 한명도 믿지 않았다. 아니 옆에 있는 소대장, 부소대장들 마저도 그건 아니라는 표정이 역력하였다.
그날밤, 중대장님은 병사들을 일일이 중대장실로 불러 면담을 실시하였다. 병장들부터 동기단위로 끊어서 면담을 하러 갔다왔다. 얼마후, 고참들이 면담을 하고 내무실 돌아왔다.
'우와~! 믿을수가 없어~! 중대장님 여자친구 정말 이쁜데?'
고참들까지 왜이러나? 싶다. 그리고 나도 동기들과 중대장실로 갔다. 중대장님과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역시나 유쾌하신 분이다. 면담을 하는건지, 만담을 하는건지 모를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아까 홍병장이 한 말이 생각났다.
'중대장님~! 여자친구분 사진 보여주세요~!'
'이것들이~! 보면 후회할텐데, 잠 못잔다~!'
'무조건 보여주십시오!'
중대장님은 지갑을 꺼내시더니 사진을 보여주셨다.
맙소사~! 사진 속의 그녀는 정말 이효리가 와도 울고갈 정도의 절세미인이었다. 문득, 중대장님이 짝사랑하는 여성이 아닐까? 어디 인터넷에서 오대얼짱 사진 프린트해서 가지고 다니시는게 아닐까? 온갖 의문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렇게 동기들과 중대장실을 나왔다.
'정말 신기한데? 이게 상식적으로 가능한가?'
'내 생각에는 중대장님이 특공무술로 제압하셨을거아~!'
'그래~!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범죄행위가 있었을거야~!'
'경찰에 신고할까?'
'바보~! 헌병대에 해야지~!'
그렇게 우리의 신임 중대장님은 정말 아름다운 여자친구분과 연애를 하셨고, 재작년에 결혼에 골인하셨다. 중대장님을 보면서 나는 새삼 또 한번 느꼈다.
남자는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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