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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보기
오늘은 병장때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6년 7월, 무더운 여름이었다. 당시 가츠는 분대장으로서 최강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항상 내 주위에는 아우라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극강의 존재, 그게 바로 분대장이다. 후임들은 감히 함부로 바라볼 수도 없는 두려움, 공포, 선망,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분대장을 단지 한 달이 넘어가자, 싫증이 났다. 이등병때는 분대장이 되는 날만 바라보며 버티고 버텼는데, 막상되고나니 별반 다를게 없다. 오히려 더 시간이 안가고 지루할 뿐이다. 뭔가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해~! 군대는 새로운 것은 없다. 신무기가 개발되어 보급되는 것도 아니고, 늘 같은 일상이다. 같은 장소, 반복된 작업과 훈련, 매일보는 얼굴들~! 얼마나 무료한가? 흑흑...
그러던 어느날, 교대장 근무를 마치고 대대 지휘통제실로 오는데, 낯선 한무리의 병력들이 있다. 오홋~! 신병이다~! 오호 신선해~! 신선해~!
그날 저녁, 우리 내무실로 2명의 신병이 배치되었다. 한명은 이미 예전에 등장한 분대개편편의 김이병이다. 독특한 외모와 뛰어난 개인기로 소대원들을 사랑을 독차지한 녀석이다. 그리고 또 한명은 오늘의 주인공, 또 다른 김이병~! 헷갈릴수도 있으니 김신병으로 지칭하겠다.
'헤이 컴온 맨~! 두 유 스모크?'
'이이벼어엉! 김OO 네에에엡~!'
'오케바리~! 고고씽~!'
신병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유쾌하다~! 지루한 일상속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면 얼마나 반가운가? 하나같이 동생같고 즐겁다~! 물론 나만 그렇겠지만 말이다~! ㅋㅋㅋ
'야 근데 넌 엄청 웃기게 생겼다~! 이거 완전 반칙인데, 넌 웃겨서 갈구지도 못하겠다~!'
'이병 김OO~! 감사합니다~!'
그리고 김이병 옆에 조신하게 있는 김신병, 남자치고는 뽀얀피부, 깔끔한 외모 참 얌전하게 생겼다. 하지만 약간 내성적인거 같다. 표정의 변화가 없고, 긴장한 거 같았다.
'야 김신병~! 넌 어디서 왔니?'
'이병 김신병! 전라도 광주에서 왔습니다!'
오오~! 전라도에서 오다니, 당시 우리소대는 거의 경상도나 서울권 출신이었다. 소대원 30명중에 10명이 순수 부산사람들이었고, 나 또한 경상도 사람이었다. 지역감정을 논하는게 아니라, 그냥 전라도에서 왔다고 하니깐 더 신기하고 반가웠다.
'옴마~! 전라도에서 와부렀소잉~! 어찌아스까이~!'
군대에서는 표준어를 써야된다. 그렇다고 사투리를 사용하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전쟁시 전우의 심한 사투리로 인해 못 알아들으면 자칫 생명까지 위태롭기 때문에 표준어 사용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수분대장인 악랄가츠는 전라도 신병을 위해 맞춤식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였다.
'아따 시방 우리 애기는 요로코롬 피부가 뽀샤시해부러~!'
'이병 김신병! 감사합니다!'
'그라제잉~! 음.. 김이병 너는 보자! 너는...너는... 동남아쪽인거 같은데?'
'이병 김OO~! 아닙니다! 충청남도 천안입니다! ㅜㅜ'
'신자오~ 앰 라 바오녀우 뚜오이~?'
'●█▀█▄ 한국사람이라고요!!!'
그렇게 신병들이랑 티격태격하며 놀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소대에서는 신병들 떠블백을 풀어서 관물대에 정리해주고 있었다. 소대에서도 신병들이 오면 다들 즐거워 한다. 그만큼 군대는 정에 굶주린 동네이다. 몇몇 녀석들은 PX로 투입하여 환영파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두녀석 모두 나의 분대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곧, 각자의 분대장과 1:1 개인면담을 하러 갔다. 나는 TV앞에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1분대쪽을 얼핏 바라보니, 심병장 표정이 급 어두워진다. 심병장과 상담하고 있는 녀석은 전라도에서 온 김신병이었다.
으음.. 착하고 순진하게 생겼드만, 표정이 왜저래? 관심병사인가? 나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는 다시 TV채널을 돌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개인 면담이 끝나고, 신병들은 샤워하러 세면장으로 갔다. 내 옆으로 와서 드러눕는 심병장, 뭔가 찝찝한 표정이다.
'심병장 왜그래~! 점마 문제있어?
'아니 문제까지는 아니고, 여튼 이제 신병받기도 두렵다~! 귀찮아~!'
하긴 분대장 입장에서는 신병이 오면, 걱정부터 앞선다. 일단 자기가 책임져야할 인원이 한명 더 생기는 일이니 말이다. 행여 신병에게 문제라도 생기면 일단 분대장부터 박살나기 때문이다. 분대장은 무슨일이 있어도 분대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고 있는 김신병과 김이병이 있었다. 그런데 맙소사~! 김신병의 다리에 문신이 새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헉~! 이녀석 정체가 뭐야? 심병장 표정이 어두운 이유를 알겠다. 혹시 건달인가? 아까 겁나 장난쳤는데, 나한테 앙심품은건 아니겠지? 자는데 칼침 놓는거 아냐? 지금이라도 용서를 구할까? 하지만 난 분대장이잖아! 그치만 저녀석은 건달인데~! 그냥 다시 내무실로 돌아갈까? 에이씨 모르겠다~!
'김신병~! 니가 석호필이야? 너 탈영할려고 문신새기고 온거지? 이거 우리 부대 지도 같은데?'
'이병 김신병! 아닙니다! 장미문신이예요~! 어흐흑흑ㅜㅜ'
'아나 수상한데~! 중국 삼합회에서 나 처리하라고 보낸거 아냐?
'.........'
아마 그때가 후임에게 장난치면서 가장 떨렸던 순간이 아닐까? 나는 볼 일도 보는둥 마는둥 허겁지겁 화장실을 나와서 내무실로 돌아갔다. 돌아가면서 스스로 대견해하였다. 그리고 팔자좋게 누워있는 심병장에게 다가갔다.
'아나 왜 말안했어~!'
'뭘?'
'김신병말이야~! 몸에 문신도 있잖아~! 건달이야? ㄷㄷㄷ '
'하하~! 문신도 있어? 건달까지는 아니고 그냥 좀 놀았대~!'
그제서야 나는 안도하였고, 다시 악랄한 표정을 지으며 신병들이 나오기를 기다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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