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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병장때 겪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6년 추석, 당시 첫째주는 3일 개천절과 추석연휴로 거의 풀로 쉬는날이었다. 군대도 공휴일에는 쉰다. 물론 초소근무는 나가지만, 간부님들도 당직근무를 서는 인원을 제외하고는 출근하지 않는다. 고로 부대도 황금연휴였다. 추석연휴기간동안 가족면회가 오면 2박 3일간의 외박이 허용되었다.
이에 부모님과 동생은 가을 나들이 삼아 강원도로 면회 오신다고 하셨다. 사실 당시 분대장이었던 나는 부대에 있으나, 밖에 있으나 상관없었다. 어차피 내 세상이었기에~! 그래도 오랫만에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기뻤다. 연휴 첫날, 부분대장 윤병장에게 분대를 부탁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위병소로 나갔다. 위병소에서는 이미 도착하신 부모님과 동생이 있었다.
군생활하면서 2번의 부모님 면회가 있었다. 첫번째는 05년 12월, 내 생일 무렵이었다. 밥도 찌글찌글한 일병, 한창 일하느라 당시 몸무게가 8,9Kg 가량 빠져있었다. 그날 위병소에 만난 어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우셨다.
'앜ㅋㅋ 엄마~! 나 이등병도 아닌데. 왜그래~! 사람들 보잖아~!'
나중에 전역하고 물어보니, 당시 한겨울, 내가 생활하는 부대를 처음 방문하신 어머니는 정말 낙후된 부대시설에 충격을 먹었고, 멀리서 걸어오는 살빠진 내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프셨다고 하였다. 사실, 우리 부대는 부모님 면회가 오면 내무실 구경을 시켜드리지 않는다. 하하~! 난 원래 다른데도 다 그런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우리 부대만 그랬다. 그만큼 시설이 낙후되어있었다. 오히려 보면 더 측윽하실까봐 그냥 바로 데리고 나가게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말년 병장으로 맞는 2번째 면회다. 부모님도 여유롭고, 나는 더 여유롭다~! 바로 춘천으로 나간 우리는 춘천의 명물, 닭갈비를 시식해주시고 영화관에서 타짜를 봤다~! 그렇게 첫날을 보내고, 둘째날은 남이섬으로 놀러갔다. 겨울연가의 촬영장소인 남이섬은 연휴라서 그런지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남이섬에서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끼며 둘째날도 즐겁게 마무리하였다. 셋째날, 다시 사창리로 돌아온 가족들은 이제 작별의 시간을 맞이해야 하였다. 아마 3달후 말년휴가때나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이별에 면역이 된 우리는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었다. 화천에서 집까지는 차로만 장장 5시간을 가야하셨기에 부모님부터 먼저 떠나셨다. 나는 아직 복귀시간까지 여유가 있었기에, 사창리를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기 시작했다.
군인이 무슨 쇼핑이냐고 하겠지만, 나름 필요한 것들이 많다. 어디보자, 링밴드 하나 구입하고, 건전지도 좀 사가지고 가야겠군, 군인백화점에서 이것저것 아이쇼핑을 하던 나에 눈에 발견된 한 권의 잡지표지...
그것은 바로 이달의 맥심 MAXIM 이었다~!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유혹에 이끌린 나는 어느덧 맥심을 손에 들고 계산대로 가고 있었다. 사실 맥심은 19금 성인 잡지가 아니다. GQ, VOGUE, Esquire 같은 패션잡지와 비슷하다. 다만 중간중간에 여자 모델의 다소 선정적인 사진이 포함되어 있을 뿐이다. 고로 군인들에게는 최고의 인기 잡지이다~! 나도 군대에서 맥심을 처음 알았고, 매달 맥심을 보는 재미로 살았다.
그러나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부대에서는 다소 선정적인 맥심을 불온도서인 성인잡지로 취급하였고, 항상 검열시에는 모두 버리거나, 짱박아놓아야 했다. 또한, 당당하게 사가지고 들어가지도 못한다. 비밀리에 숨겨가지고 부대로 밀반입 시켜야 했다. 여튼 맥심까지 구입한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복귀를 할려고 택시승강장으로 갔다.
가는 길에, 문득 대한민국 최고의 명절 추석에 부대에서 맛있는 것도 못먹었을 후임들이 생각났다. 명절이면 간부님들이 돈을 걷어서 떡, 핫바, 음료수 등을 부식으로 주지만, 병사들에게는 언제나 아쉽다. 이에 근처 분식점으로 들어가서 떡볶이랑 순대를 샀다. 역시 분식이 최고지~! 옆구리에는 신상 맥심과 양손에는 떡볶이랑 순대를 들고 택시를 올라탔다.
'아저씨 77연대 2대대요~!'
언제나처럼 복귀하는길은 빠르다. 사실 막힐 길도 없고, 차도 없다. 쏜살같이 달려서 5분여만에 도착했다. 종종 부대에서 행사때문에 사창리까지 걸어나오면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데 말이다. 참... 뭐같다....
기사님의 휴대폰으로 행정반에 전화를 걸어서, 분식받아가지고 갈 녀석들 내려보내라고 하였다. 사실 외부음식도 반입하면 안된다. 행여 외부에서 들어온 음식먹고 탈이라도 나면 안되기 때문이다. 군인은 국가의 전투력이다. 탈이라도 나서 그 또한 전투력 손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도 소화시킬 군인들이 그깟 식중독에 당하겠는가? 물론, 변수는 항상 있겠지만, 2년동안 아무런 사고없이 맛있게만 먹었다. 몰래 먹는게 또 더 맛있다~! ㅋㅋㅋ
평일 휴가복귀때는 주로 당직사령이 중위급이기때문에 사실대로 말해도 봐주는 편이다. 그러나 주말에는 당직사령이 중대장들인 대위급이다. 항상 중대장들은 깐깐하다. 고로 그냥 몰래 반입시키는 것이다~! 위병소 앞에 마중나온 후임에게 분식과 맥심을 주었다.
'분식은 가자마자 애들끼리 나눠먹고, 맥심은 절대 건들지마~! 형도 아직 안본거야~!'
'네~! 알겠습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지통실로 들어가니 마침 전 중대장님이 작전장교님이 당직사령이었다. 이분은 얼마전 포스팅한 중대장편의 주인공이시다. 살아있는 군인의 전설. 무적의 카리스마~! 공포의 대상~! 여튼 대대간부님 중에 제일 무서운 분이시다.
'여어 가츠~! 잘 놀다왔어~! 뭐야 빈손이잖아~! 치킨이런거 없어?'
'이기자~! 하하 작전장교님 당직인줄 알았으면 진작에 사왔을텐데.. 몰랐어요~! ㅜㅜ'
'하하 농담이야 임마~! 이거 수상한데 미리 빼돌린거 아니지?'
'헐.... 절대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그래 들어가서 환복하고 얼른 쉬어라~!'
휴우~! 저 매서운 눈빛.... 떨려 ㅜㅜ 하마트면 사실대로 말할 뻔했잖아~! 거역 할 수 없는 압박감... 역시 명불허전이군~! 중대로 올라와서 당직사관님께 다시 보고하고 내무실로 들어왔다. 신나게 분식을 먹고 있는 후임들은 나를 보더니 어느때보다 크게 인사를 하였다.
'이기자~! 사랑합니다~! 즐거운 외박되셨습니까?'
역시 애들은 먹을 것을 사줘야되~! 저것봐 눈빛이 진실되잖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눈빛이군.. 나는 흐뭇하게 환복을 하면서 관물대에 고이 놓여져있는 맥심을 보았다. 후훗.... 오늘밤은 맥심을 정독하면서 보내야겠군~! 내무실에 누워서 맥심을 펼치자 득달같이 모여들었다.
'아나~! 형 독서좀 하자~! 알았다... 누나들 사진만 후딱 보여줄께~!'
'네에~! ^_____^'
'우와~! 이게 사람 맞습니까? 지금 사회에는 이런 누나들이 활보하고 있다는 겁니까?'
'응, 활보하고 있드라~!'
'아흑흑... 빨리 나가고 싶다~!'
그렇게 소기의 목적을 이룬 녀석들은 다시 돌아갔고, 나는 천천히 정독을 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동기녀석이 다보면 달라고 하여서 건네 주었다. 그리고 나가서 담배를 피고 돌아왔는데. 때마침 들어오신 부소대장님~! 표정을 보니 엄청 어두워보였다. 알고보니 오늘 근무가 아니었는데, 갑자기 당직근무를 서게 되어서 완전 화가 나있는 상태였다.
이런날은 마주쳐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근데 부소대장님 들어온 줄도 모르고 연신 신나게 맥심을 보고 있는 나의 사랑스런 동기, 다가가서 주의를 줄 틈도 없이 부소대장님이 먼저 발견하였다. 그리고 한손으로 동기 녀석을 제압하고는 맥심을 손에 들었다.
딱 걸렸다~!
그리고 비장한 어투로 소대원들을 한번 훑어보시더니 말씀하셨다.
'이거 맥심... 누구꺼냐? 야 박병장 니꺼야?'
'병장 가츠~! 어제 외박 복귀하면서 제가 사온겁니다~!'
●█▀█▄ 아나.. 이제 갈굼먹겠구나~! ㅜㅜ 안그래도 부소대장님 기분 안좋아보이시는데... 젠장... 운도 지지리도 없지~! 저건 동기라는게 도움이 안돼~! 에혀..... 최대한 불쌍한 눈빛으로 부소대장님을 바라보며 조용히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부소대장님이 오히려 더 불쌍한 눈빛으로 나를 보면서 말씀하셨다.
'가츠야~! 나 이거 근무설때 보고 바로 갖다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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