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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병장때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가츠상병이 갓 분대장을 잡았을 무렵이다. 분대장이 되면 외곽근무나 불침번 근무를 들어가지 않고, 주로 중대 당직병이나 대대부관 근무를 선다. 근무가 있는 날이면,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평소처럼 일과시간을 보내고, 오후 5시부터 다음날 8시까지 당직근무를 선다. 고로 24시간이상 꼬박 잠을 안자는 것이다. 그리고 8시에 근무가 끝나면 바로 내무실에서 그날은 근무자 취침을 한다. 원래 오전만 자고 일어나야되지만, 아무리 빡센 우리 이기자부대도 나름 배려를 해줘서인지 오후까지 풀로 자게 해주었다.
고로 다음날 사격이나, 검열등 아무 힘든일 있을때는 당직근무를 서는 것이 훨씬 좋을지도 모른다. 근무자취침으로 그냥 제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요일 경우에는 정말 최악이다. 토요일은 쉬는날이므로 오전 8시부터 투입해서 일요일 오전 8시까지 근무를 선다. 남들 다 놀때 근무를 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한 일요일은 잠자다가 끝나기 때문에 황금주말이 아예 없는 것이다. 고로 매주 분대장 근무 짱께를 정말 피가 말리는 것이다.
지난 시간에 중대장, 군단장편을 작성하였다. 이거 마치 시리즈처럼 이번 시간에는 연대장님 이야기를 해보겠다. 하루는 당직 근무를 투입하여 행정실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다. 오후 상황보고를 마친 중대장님이 중대로 돌아오시더니 당직사관과 나를 불렀다.
'당직근무 진짜 목숨걸고 제대로 설 수 있도록~! 항상 정위치에서~! 특히 새벽에 퍼자지 말고~!'
'헐~ 오늘 새벽에 불시 순찰이라도 나오는 겁니까?'
사실 순찰은 거의 매번 나온다. 연대 당직사령이 새벽에 대대로 급습하고, 대대 당직사령도 아무때나 중대로 순찰하러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병사들은 모두 한통속이라는 것이다. 연대 당직사령이 차량을 타고 대대로 출발하면, 연대에서 몰래 대대로 연락을 해준다. 안해준다하더라도 어차피 그는 위병소로 들어와야 한다. 위병조장과 근무자, 그리고 위병소에 설치된 CCTV로 인해 대대는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용호연대는 지난주 연대장님이 새로 부임오셨다. 그래서 지난주에 중대마다 키큰 병사들이 차출되어 연대본부에서 이취임식 행사를 하였다. 고로 그날 참석한 간부와 병사들을 제외하고는 연대장님의 얼굴은 아무도 모른다. 아직 대대별로 정신교육을 하거나 공식적으로 방문하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대장님 관사가 3대대 쪽에 위치하고 있다. 대대장님들은 사창리 마을에 있는 이기자아파트에서 거주하므로 매일 아침마다 차량를 타고 출근하셨다. 물론 그전 연대장님께서도 관사에서 차량를 타고 연대본부로 출근하셨다. 하지만 새로 부임하신 연대장님은 항상 아침에 관사에서 영외도로가 아닌 부대 뒷쪽 순찰로를 따라 3대대, 2대대, 1대대를 걸어서 점검하신후에 대기하고있는 차량을 타고 연대본부로 출근하셨다.
고로 순찰로 위치한 연대탄약고, 대대탄약고 초소는 항시 아침마다 비상이었다. 그러나 훈훈한 소식도 들렸다. 우리 중대 후임들이 근무중 연대장님께 제대로 브리핑하여 바로 포상휴가를 받고 휴가를 떠나기도 하였다. 고로 연대장님이 출근하시는 아침시간 근무는 기회의 근무였다. 물론 지적사항이 나오면 죽음의 근무겠지만 말이다.
오늘은 주인공은 가츠가 아니라 의무중대이다. 우리연대 의무중대는 3대대 끝부분에 위치해있다. 사실 의무중대는 군의관과 의무병들만 있는 독립중대이므로 아주아주 프리하고 널널하다. 전투중대와는 군생활이 질적으로 다르다. 군대에서 널널한데가 어디있냐고 하겠지만, 의무중대는 확실히 일반 전투중대보다 편하다.
또한, 의무중대는 독립중대이다 보니 대대에서 별로 터치를 안한다. 군의관님들도 간부지만, 일반 소위, 중위, 대위랑은 다른길로 임관하였기에 사실 간부들 끼리도 서로 터치하지 않고 좋게좋게 생활하였다.
그들은 당연히 연대장 이취임식에 참여하지 않았기에 연대장님을 본 적이 없다. 거기서부터 사건이 시작된 것이다. 막 부임하신 연대장님은 하루빨리 연대의 이모저모를 알기 위해서 일찍 출근하셨다. 문제는 차량을 타고 영외도로로 이동하시지 않기 때문에 관사를 출발하면 그의 행적은 묘연해지는 것이다.
또한, 출근시에는 운동삼아 걸어가시기에 편한 사제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니셨다. 고로, 연대장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냥 행보관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오전 5시 30분, 당직사관과 당직병에게 이시간은 기절의 시간이다. 사실 이시간에는 연대 당직사령도 기절해있고, 대대 당직사령도 기절해있다. 고로 순찰하러 올 일이 없기때문에 중대에서도 맘 편히 수면을 취하고 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 기본은 하고있는데, 의무중대는 평소에도 좀처럼 순찰이 오지 않기때문에, 또한 그들은 외곽근무도 나가지 않기때문에 완전 배째라 근무를 서고 있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출근하시다가, 문득 의무중대가 생각나서 방문한 연대장님. 행정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책상에서 곤히 자고 있던 당직병이 깜짝 놀라 일어났다. 그러나 누군가 싶어 빤히 보지만, 생전 첨보는 아저씨다~! 그래도 의레 간부겠지 싶어서 거수경례를 한다.
'이기자~!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지금 진료 못하는데....'
'으음 그래.. 당직사관은 어디있나?'
당직사관은 중대장실에서 大자로 뻗어서 자고 있다. 당직병은 아직도 눈앞에 있는 존재가 누군이지 모른채 중대장실로 가서 문을 연다. 열린 문틈으로 보이는 군의관. 장구류는 이미 완전 해체한채 쇼파에 大자로 누워서 자고있다.
'군의관님~! 누가 찾아오셨는데, 누군지 모르겠어요~! 동네아저씨처럼 생겼는데, 진료받으러 온거 같애요~!'
'아나~! 이시간에 무슨 진료야~! 졸려죽겠구만~!'
어기적 어기적 거리며 심드렁하게 하품을 하며 나오는 군의관...
'꼭두새벽부터 무슨일로 오셨어요? 누구지? 첨보는 아저씨네?'
'.............................'
연대장님은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나가셨고, 군의관과 당직병은 서로 쳐다보면서 별일이 다있네~! 하였다. 정확히 30분후에 자신들에게 닥칠 일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말이다.
지대로 굴욕당하신 연대장님은 그길로 연대본부로 직행하셨고, 3대대장을 호출하였다. 꼭두새벽부터 불러나온 3대대장은 정신없이 갈굼당하였고, 울면서 연대장실을 나왔다. 그리고는 자신의 레토나를 올라타면서 외쳤다.
'야 운전병~!, 의무중대로 전속력 질주~!'
대대장님의 레토나는 의무중대로 총알처럼 날라갔고, 의무중대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들어갔다. 당황한 군의관은 힘차게 거수경례를 하였지만, 3대대장님의 한마디로 일갈하셨다.
'박어 이색히야~! 이 미친 무개념 XXX XXX~! 살다살다 이런 똘아이들을 봤나~! 그냥 죽어~!'
그날 이후로 한동안 의무중대원들은 완전군장차림으로 생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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