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연희동!"
와이프님을 따라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희동을 찾았다. 도심의 높은 빌딩숲을 지나 도착한 연희동은 요즘 서울에서 가장 뜨는 동네 중 하나로 이태원에 이어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네 분위기는 정반대이다. 예스러움과 현대적 인테리어가 조화를 이룬 다양한 소품샵과 레스토랑, 카페 등 연희동을 대표하는 맛집들이 주택 사이사이마다 자리잡고 있다. 특히 골목길을 따라 길게 이어진 연희로 11가는 그 자체가 훌륭한 볼거리이다.
잠시 후 목적지에 당도하였으나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골목길은 이미 주차된 차들로 가득하였고 흔한 발렛 파킹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연희동의 랜드마크라 불리는 사러가 쇼핑센터 주차장을 이용했다. 다행히 같은 블록에 위치하고 있어 큰 불편함은 없었다. 어차피 돌아가는 길에 장을 볼 계획이라 주차비도 아끼고 일석이조였다.
사실 이때까지만 하여도 나는 모든 것이 귀찮았다. 집 앞에 즐비한 대형 쇼핑몰을 뒤로 하고 굳이 한강을 건너 여기까지 와야만 했을까? 그러나 지금까지의 사례를 돌이켜보면 언제나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
"그녀가 사랑하는 브런치 카페!"
알리스앤수(Alice&Sue) 혹은 앨리스앤수라고도 불리는 인테리어 소품샵 겸 브런치 카페가 우리 부부의 최종 목적지였다. 지난 9월 연희로 11가로 확장 이전한 알리스앤수는 이 세상 여자라면 누구나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공간이다.
매장 곳곳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각종 인테리어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아이를 위한 키즈용품부터 다 큰 어른들도 탐낼 만한 리빙 아이템까지 다양한 소품들이 알리스앤수를 찾은 방문객을 반겨준다. 특히 별도의 룸에는 북유럽에서 날아온 다양한 브랜드의 소품이 가득하다. 하지만 나는 점심을 거르고 왔기에 눈 앞의 소품보단 메뉴판에 먼저 눈이 갔다. 절대 감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식욕이 훨씬 더 왕성한 탓이다.
"어머! 이거 완전 내꺼다!"
"니꺼 아니다! 여기 사장님꺼다!"
"아흑! 내꺼하면 안되나요?"
"그건 사장님과 상의하세요"
"그녀의 마음을 훔친 예쁜 소품들!"
사실 이날의 데이트는 나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매우 축복(?)스런 이벤트였다. 와이프님은 나의 눈과 입을 호강시켜 주기 위해 앨리스앤수로 데이트 장소를 정하였다. 예쁜 소품도 소품이지만 알리스앤수에는 평소 내가 즐겨 먹지 아니 몰라서 접하지 못한 맛있는 요리와 디저트가 있기 때문이다.
"갈레트와 크레페가 알리스앤수의 대표 메뉴!"
아니나 다를까? 키쉬, 샤보야드, 노르디크, 포레스티에르 등 생전 처음 들어보는 미지의 메뉴들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하지만 나에겐 그녀가 있다. 그녀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차근차근 먹고 싶은 메뉴를 결정하였다.
우선 매우 배가 고팠기 때문에 포만감을 채워주는 카레와 갈레트를 주문하였다. 음료는 따뜻한 밀크티와 핫초콜릿으로 선택했다.
"프랑스산 게랑드와 발로나 초콜릿!"
갈레트는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 유래된 팬케이크 형태로 식사 후 디저트나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알리스앤수에서는 프랑스산 게랑드 소금과 메밀가루를 사용해 만든 것이 특징이다. 내가 주문한 핫초콜릿 역시 프랑스산 발로나 생초콜릿을 사용해 천천히 저어 가며 마셔야 한다.
비주얼만 봐도 얼마나 맛있을지 절로 상상이 된다. 평소 같았으면 스마트폰으로 찍는 와이프님께서도 눈 앞의 요리를 매우 진지하게 바라 보더니 나에게서 DSLR를 넘겨 받았다. 가끔 느끼는 거지만 와이프님은 정말 귀여운 구석이 있다.
"일본에서 직접 요리를 배우신 사장님표 카페!"
앞서 카페 곳곳에 꾸며진 소품을 보며 사장님의 내공이 범상치 않다고 느꼈는데 알면 알 수록 대단하신 분이었다.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작품을 고르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알리스앤수의 소품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큐레이터하는 가하면 각종 케이크부터 카레, 크레페 등 못 만드는 요리가 없었다.
양파와 닭고기 스프를 베이스로 한 치킨 카레는 진심 감동이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고기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맛있다는 사실이 실로 충격적이었다.
"악마의 유혹이 시작되었다!"
후식으로 선택한 메뉴는 일명 칼로리 핵폭탄이라 불리는 누텔라 초코잼이 듬뿍 들어간 바나나 크레페였다. 그녀는 이건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 쉴 새 없이 포크를 움직였다. 어디까지나 기념일이라는 든든한 보호막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근데 도대체 내 생일과 누텔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르샤누아 시드로 드 노릉망디!"
우리의 대화를 듣던 사장님께서 깜짝 선물을 주셨다. 나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오가닉 당근 케이크와 시드로라 불리는 100% 순수 사과 발효주를 내어 주셨다. 시드로는 프랑스 노르망디산 사과 원액을 자연상태에서 그대로 발효시켜 어떤 것도 첨가되지 않은 사과 고유의 맛을 느끼게 해준다. 무엇보다 4.5%의 저알콜 발효주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맛볼 수 있다.
뜻하지 않은 선물에 감동을 받은 나는 지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알리스앤수를 강력 추천하겠노라 다짐하였다. 사실 선물이 아니었어도 알리스앤수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데이트 장소이다. 요즘 조금이라도 뜬다 싶으면 어김없이 명함을 내미는 프랜차이즈로 인해 지역적 특색이 모두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연희동은 이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더 당당하게 그들만의 색을 보여 주고 있다. 어쨌든 이날도 그녀의 선택은 완벽하게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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