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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둑두두두둑두두둑~!
이미 수십여대의 헬기가 착륙하고 이륙하기를 반복하였다. 드디어 우리 분대차례가 되었다. 부소대장님을 필두로 1분대원과 지원중대에서 배속된 아저씨 5명이 있었다. 우리는 단독화기만 휴대한 채로 탑승하면 되는데, 지원중대아저씨는 뭔가 묵직한 무기를 더 가지고 있었다. 러시아제 대전차화기라는데 딱봐도 무거워 보였고, 비싸보였다.
'1분대, 전방 3번째 헬기다~! 놓치지말고 어리버리까지말고 실수없이 무사히 탑승할 수 있도록~!'
부소대장님은 우리를 보며 재차 격려해주시고는, 전방 3번째 헬기를 향해 뛰쳐나가셨다. 고고~! 무브무브~! 드디어 헬기를 타는구나~! 과연 우리를 전원 다 태우고 무사히 날 수 있을까? 걱정 반, 설레임 반으로 헬기를 향해 쏜살같이 뛰어갔고, 지원중대 아저씨들이 다소 느린감이 있었지만, 죽을 힘을 다해 우리를 따라왔다.
헬기 출입문에서는 항공대 소속의 병사가 마치 영화에서처럼 우리를 향해 손짓을 하며 빨리 타라고 외쳤다. 이미 헬기는 지상에서 약간 뜬 상태로 바로 출발할 기세였고, 부소대장님부터 순서대로 착착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20초도 안되는 시간에 16명 전원 무사 탑승~! 항공대 병사는 조종석의 기장님께 통보하는 동시에 출입문을 닫았다.
스르륵~! 쾅~!
문이 닫히자마자, 헬기는 바로 상공을 향해 급부상하며 힘차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어어어~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잠시동안 중력과의 힘대결을 펼치고, 다시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분대원들을 확인해보았다. 다들 상기되어있었지만 크게 문제가 있는 사람은 없는거 같았다.
우리는 붉게 물든 저녁노을을 뒤로하며, 춘천상공을 가로질러 날라갔다. 생각만큼 헬기의 소음은 크지않았다. 그리고 심하게 흔들리는 느낌도 없었고, 그냥 기차보다 약간 요동이 있는 정도의 느낌이었다. 물론, 하강이나 상승, 선회할때는 약간 짜릿짜릿하기도 했지만, 크게 승차감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바로 앞쪽에 살포시 의자에 앉아있는 항공대 병사, K-6에 손을 올리고는 연신 껌을 씹고있다. 근데 이녀석, 간지가 좔좔흐른다. 우리의 방탄모랑은 비교도 안될만큼 멋진 화이바를 착용하고는 까만 썬글라스까지 끼고 있었다. 그리고 마이크까지 우리 장비랑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전투복도 비행점퍼처럼 생겼는데, 독수리마크까지 있었다.
관련사진이 없어서 최대한 비슷한 사진으로 구해왔다. 딱 저런 느낌의 병사였다. 순간 부럽기도 하고, 뭔가 손해보는 기분이었다. 저녀석 완전 멋있는데, 행군따윈 한번도 안했을거 아냐? 맨날 헬기타고 돌아댕기고, 위험수당이라고 월급도 훨씬 많이 받을테고~! 흑... 부럽다~!
옆에서는 덩치좋은 지원중대 아저씨가 아까 탑승할때 약간 처진 이등병을 연신 갈구고 있었다.
'야 죽을래? 하마터면 못탈뻔 했잖아~! 그거 깔짝 뛰는게 힘들어? 니가 진짜 개념을 상실했구나~!'
'이병 최OO~! 죄송합니다~!'
'이따가 도착해서 내릴때 지켜보겠어? 진짜 그때도 제대로 안하면 죽는거야~!'
그러고보니 아까는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지금 갈구고있는 녀석, 어디서 많이 본 녀석이다. 앗~! 나의 신교대 동기다. 신교대에서 퇴소할 무렵 강당에서 주특기 부여받을때, 내 옆자리에 앉아있던 덩치좋은 녀석이다. 당시, 대개 1111(소총수),1112(기총사수)등 주로 보병관련 주특기 받을때, 그녀석 혼자 아주 난해한 숫자를 부여받았다. 다들 그 숫자의 정체가 궁금하였다.
'48번 훈련병 주특기 1126 주특기 1126 이상~!'
순간, 우리 동기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1126이라니, 저녀석 혼자 저거 받았어~! 뭘까? 왠지 좋아보이는데~! 혹시 PX병아냐? 궁금한 그녀석은 교관님께 자신의 주특기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오 좋은 질문이야~! 먼저 1126을 받은 48번 훈련병한테 박수 3번 시작~!'
짝짝짝~!
'1126 주특기의 화기는 러시아제 대전차유도무기로서 우리나라가 러시아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와 빛대신 받은 것이다~! 아주 값비싼 무기이고, 전군에 220대밖에 보급되지 않은 아주 유니크한 무기이지~! 그래서 아주 튼튼한 녀석들만 부여받는 것이다. 고로 넌 터미네이터란 말씀~! 야~! 영광인줄알어~!'
하하~ 결코 좋은게 아니구나~! 딱봐도 고생길이 열렸구나~! 군대에서는 자고로 평범한게 최고라고~! 하며 그녀석을 보면 해맑게 웃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녀석이 나보다 훨씬 편하다. 일단 지원중대의 특성상 행군이 없고 항상 차량이동이다. 또한 대전차를 잡는게 임무이므로 산을 올라 갈일이 거의 없다. 대전차는 항상 길로만 다니니깐 말이다. 그리고 지원중대는 독립중대이므로, 대대에 속한 중대들보다 작업이나 각종 통제부분에 대해서 프리하다. 항상 우리가 작업하고 근무나갈때 지원중대 연병장에서는 신나게 볼차고 있는 그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다만 지금은 헬기를 탑승해야되는 특수한 상황이기때문에 우리랑 같이 뛰어서 탑승하는 것이다. 아마 이따가 목적지에 도착하여 헬기에서 내리면, 우리는 언제나처럼 무작정 걸을 것이고, 저녀석은 기다리고 있는 차량에 탑승해서 슝하니~ 사라질 것이다.
아무튼, 반가웠다~! 눈이 마주치고, 그녀석도 나를 알아보았다~! 신교대이후로 거의 10개월만에 헬기안에서 만났다.
'어어~! 가츠~! 오랫만이야~!'
'하하~! 터미네이터~! 잘지냈어? 이게 그 유명한 메티스-M이구나~! 이야 정말 ㅎㄷㄷ 한데~!'
'야 말도마~! 내 팔뚝 굵어진거봐~! 흑흑... 이거 들고댕기느라 죽을뻔 했어~!'
그녀석이나 나나 일병이라 잠깐의 인사만 나누고, 다시 정면을 응시하면서 조용히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장시간 무릅앉아 자세로 있으니 다리에서 쥐가 나는거 같았다. 도착하자마자 약 300m를 미친듯한 속도로 뛰어서 소산지로 들어가야되는데, 지금 쥐가 난다면, 그냥 혀를 깨물고 헬기안에서 장열하게 죽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무릅앉아 자세를 기억못하시는 분들을 위해, UN의 김정훈이 철원의 GOP부대로 자대배치 받았다는 훈훈한 소식을 전하면서 다음과 사진을 첨부하였다.
다리가 찌릿찌릿한게 정말 쥐가 내리는거 같았다. 어어~! 이러면 안되는데~! 연신 손으로 왼쪽 종아리를 주물러대기 시작하였다. 풀릴만하면 다시 내리고, 온몸에서 식은땀까지 나기 시작했다. 근데 주위를 살펴보니, 분대장, 부분대장할 것없이 죄다 나처럼 종아리를 주무르고 있었다. 이거 뭐 나혼자 죽지는 않겠군~! 다소 안심이 되었다.
우리가 착륙할 지점은 최전방 부근의 위치한 논이었다. 이미 추수가 모두 끝난 11월이므로, 착륙장소로는 제격이었다. 훈련뛰기전에 이미 CPMX(지형정찰)를 통해 어느정도 예상기동로를 예측할 수 있었다. 하차시에는 탑승때보다 더 빨리 뛰쳐나간뒤, 300m미터 논두렁을 총알처럼 달려서 착륙지점 길건너편에 위치한 파출소 뒷산으로 집결하면 된다. 하차시에는 정말 헬기가 착륙할듯한 상태로 내려갔다가 바로 상승하여 날라가기때문에 자칫하다간 허공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으므로 특별히 조심하여야 했다.
멋진 항공대아저씨가 우리에게 착륙준비를 하라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아직 착륙도 안했는데 문을 열려고한다. 그러지마세요~! 저희 다 떨어져서 죽을지도 몰라요 ㅜㅜ
하강~! 하강~! 스르륵~! 고고~! 무브무브~!
문이 열림과 동시에 탑승할때의 역순으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철퍼덕~! 헉~! 우리는 잊고있었다. 이번주내내 밤마다 비가 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딱딱하게 굳어있을거라고 생각한 논은 진흙범벅이었다.
여기저기서 미끄러지고 난리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통제관들의 눈을 피해 쏜살같이 뛰어가야만 한다. 앞에서 뛰어가는 지원중대 동기녀석의 진흙이 고스란히 튀어서 날라왔다. 마치 적군의 총탄처럼 말이다. 지원중대 동기녀석은 꽤 무거워 보이는 메티스-M을 들고 잘도 뛴다. 내심 감탄하고 있는 찰나~! 위의 유재석처럼 그의 육중한 몸이 미끌~미끌~ 거리더니 진흙탕 속으로 다이빙하는 것이 아닌가~!
어어어어~! 조심해~! 철퍼덕~!
그의 몸은 논에 고인물로 인해 온통 진흙범벅이 되었는데, 순간 나의 눈에 보이는 장면은 정말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넘어지는 순간에도 몸을 비틀어 자신의 몸위로 육중한 메티스-M을 올려놓았다. 저런 미친놈~! 지가 진짜 터미네이터인줄 알어~! 그러다가 다치면 어떻게 할려고~! 그깟 무기가 얼마나 한다고~! 사실 겁나 비싸다~!
당장이라도 다가가서 일으켜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녀석과 나는 갈길이 다르다. 나는 우리 분대를 이탈하면 안되었다. 그녀석은 충격이 컸는지 내가 지나칠 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고, 지원중대아저씨들이 다가가서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나는 뛰어가면서 그녀석에게 외쳤다.
'야~! 터미네이터~! 니가 최고다~! 나중에 보자~! 어흐흑흑구ㅜㅜ'
그러자 그녀석은 나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며 웃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멋있는 척은 혼자 다해 ㅜㅜ
그렇게 우여곡절 많은 공중강습도 대단원의 막을 내렸고, 우리는 다음날 동틀무렵까지 야간공격을 감행하였고, 다시 10시간의 복귀행군을 마치고서는 무사히 주둔지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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