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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병시절 뛰었던 호국훈련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5년 11월, 우리 대대는 겨울을 앞두고 열심히 훈련을 뛰고 있었다. 겨울이 되면 혹독한 날씨때문에 되도록이면 야외훈련을 하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알고 있었다. 고로 우리는 올해 마지막 훈련인 호국훈련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호국훈련이란? 합참참모본부주관의 육, 해, 공군의 대규모 합동훈련이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냐면, 자고로 훈련은 스케일 크면 클수록 좋다. 일개 대대의 소총수들은 한낱 점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큰 규모의 훈련일때는 사실 소총수의 역할을 크게 없다.
지휘관님께서 지휘봉으로 지도상의 산 한번 찍어주시면, 상급부대의 전투기, 헬기, 탱크, 자주포들이 신나게 포격할 것이고, 강을 한번 스윽 그어주시면서, 공병부대에서 득달같이 달려가서 다리를 척척 놓아준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우리는 남들이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들고 쫄래쫄래 걸어가면 된다. 그리고 산 위로 올라가서 깃발 하나 꽂고 환호하면 된다.
'와아아아~ 고지를 점령했다~!'
이 얼마나 편한가? 진짜 힘든 훈련은 연대급이나 대대급, 중대급의 훈련이다. 이런 훈련은 헬기, 전차, 자주포 이런거 없다. 우리가 주인공이므로 항상 우리가 있는 힘껏 싸워야된다. 전투기 한대만 날라와서 미사일 한방 쏴주고 가면 되는 것을 우리는 바득바득 기어올라가서 때려부수고 있는 것이다. 고로 우리는 호국훈련에 대해 별 부담감을 못느끼고 있었다. 어차피 연대장, 대대장들도 상급부대에서 시키는데로만 하면 되니깐 딱히 부담감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훈련을 2주가량 앞둔 시점, 연대장님께서 대대로 방문하셔서 호국훈련 작전간 브리핑을 하신다는 통보가 왔다. 지난 시간 위생검열편에서 이야기 했듯이, 우리는 오전부터 치약을 들고 동네방네 뛰어다니면 열심히 청소를 하였다. 지통실 앞에서는 대대장님을 비롯해서 전간부 일동이 도열해 있었다. 곧 위병소에서 우렁찬 경례소리가 들리고 연대장님 레토나가 스무스하게 대대로 진입하였다.
비록 대령인 연대장이지만, 자신의 휘하 대대에서는 육군참모총장도 부럽지 않은 최고의 권력자이다. 전투모에 가득차있는 무궁화 3개는 태양에 비쳐 마치 왕관처럼 보인다. 야외강의장에 모여앉은 500여명 대대원들은 하나같이 초롱초롱한 눈빛과 반듯한 자세로 연대장님을 바라보고있다.
지가 고등학교때 쌩양아치에 별의별 깽판을 다 치고 다녔어도, 그곳에서는 전교 1등 포스로 연대장님 말씀을 경청하게 되어 있다. 문득 드는 생각인데, 고등학교때 입대해서 공부를 병행하며 군생활을 한다쳐도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 것 같다.
'반갑다~! 제군들, 오랫만에 보는구나. 오늘은 호국훈련에 대해서 간단하게 브리핑 해주겠다. 어이~! 거기 졸지말고 고개들고~! 연대장 보기 싫어? ㅎㅓㅎㅓㅎㅓ~!'
하지만 현실은 참혹하다. 그 멘트가 끝나는 동시에 좌우에 도열해있던 대대장님 비롯, 대대 전간부의 싸늘한 눈빛은 졸았을지도 모르는 그 병사에게로 사정없이 박힌다.
그냥 자기도 모르게 졸았다고 생각하는게 마음 편할지도 모르겠다. 곧, 자기도 모르게 졸은 병사의 앞뒤좌우에 있는 고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주먹과 발길질, 귀에 들리지 않는 욕설이 사정없이 들어간다. 곧, 언제그랬냐듯이 그 병사는 반듯한 자세로 연대장님을 바라보고 있다.
수많은 병사중에 유독 자신에게 관심가져주신 연대장님께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말이다.
'음~ 요즘 우리 연대가 군단장님께 아주 제대로 인정을 받았어~! 작년 RCT때도 퍼펙트하게 훈련뛰어서 5중대 한개소대 전원 포상나갔지? 하하~ 그래 그래~ 그래서 이번에 우리 연대에게 아주 특별한 임무를 맡기셨다~!'
당연하지~! 죽어라 훈련뛰고 있는데.. 근데 이거~! 나의 1년도 안된 짬밥이지만, 뭔가 또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온몸의 세포들이 알려준다. 대대원 전원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우리가 공중강습 임무를 부여받았어~! 우리 연대 전체가 헬기를 타고 적 후방을 타격하는 아주 중요한 임무다~! 군대와서 헬기 한번 타보고 나가야지~ 자랑도 하고 좋잖아~ ㅎㅏㅎㅏㅎㅏ~!'
으음... 나쁘지 않은데? 헬기라고 하면 날아다니는 물건이잖아? 그말인즉슨, 걷지 않아도 된다는 것잖아? 하하하 완전 탱큐지~! 그리고 수색대도 안타보는 헬기를 우리가 타본다 이거잖아? 사실 수색대도 특별한 일 없으면 헬기 안탄다. 그래서 난 이 훈련뛰고 수색대아저씨들 만나면 공수마크는 헬기를 타본 나에게 어울리는 것이라며 맨날 놀렸다~! ㅋㅋㅋ
다음날부터 우리는 헬기 탑승훈련에 들어갔다. 사실 헬기 탑승할때는 아주 위험하다? 글쎄~ 그렇게 위험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헬기 프로펠러의 무시무시한 굉음과 바람, 그리고 마치 내 목을 절단버릴꺼 같은 착시효과 등으로 좀 떨리기는 한다. 그리고 군인은 뭐니뭐니해도 뽀대가 나야된다. 수풀에 숨어있다가 헬기가 착륙하는 동시에 총알처럼 나타내서 마치 뱀이 먹이를 향해 나아가듯 일렬로 지그재그로 뛰어가서 헬기에 쏘옥~ 탑승해주면 된다.
문제는 영화에서처럼 소수의 특공대원이 아니고 전 연대원이 다 탑승해야된다. 대략 일개 연대의 병력은 2000명가량된다. 그럼 몇 대의 헬기가 필요하겠는가? 그것도 오로지 UH-60으로만 말이다. UH-60은 영화 '블랙호크다운'에 나오는 헬기다. 흔히들 블랙호크라고도 한다.
좌석이 있을 경우에는 8명이 뒷좌석에 탑승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엄청난 수의 헬기가 필요하다. 결국 우리들은 영화에서처럼 멋지게 좌석에 앉아서 가는게 아니라, 뒷좌석을 모두 뜯어내고는 텅 빈 공간에 16명이 무릎꿇어 자세로 옹기종기 모여서 탑승해야된다.
헬기가 지상에 랜딩하는 시간은 20초도 안된다고 하였다. 헬기의 특성상 적의 공격으로부터 가장 취약할때가 가만히 착륙해있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고로 지상에 닿자마자 바로 이륙해서 날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그때 전원 탑승을 해야된다. 일렬로 한쪽 출입문으로 말이다.
결국은 피나는 반복숙달 연습 뿐이다. 그렇다고 소총부대에 헬기가 어디있겠는가? 그냥 대충 그까이꺼 연병장에 바인더끈으로 사각형 그려놓고, 연병장 반대편에 얻드려있다가 뛰어와서 사각형안 순서대로 쏙쏙 들어가서 앉는 연습을 하였다. 물론 안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참 현실감이 떨어진다.
'야야 가츠~! 총구 바닥에 바로 내리지 말라고했지~! 헬기는 가벼운 재질로 만들어서 내구성이 약하다구, 총구를 바닥에 바로 갖다대면 찍히잖아~! 전투화 위에 올려놓으라고~!'
흑... 비싼 헬기타기 겁나 힘드네~! 그냥 걸어가는게 낫겠다~!
그렇게 연병장에서 실감안나는 승하차 연습만 주구장창하였는데, 지통실에서 연락이 왔다. 곧 3대대 연병장에 헬기가 도착할테니 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오라는 것이다. 와우~! 드디어 영화에서나 보던 블랙호크를 실제로 보는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3대대 연병장으로 걸어가는데 저 멀리 하늘에서 태양을 가리며 UH-60 블랙호크와 CH-47 치누크가 시야에 들어왔다.
두둑두두둑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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