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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보기
지난시간에 이어서 계속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난 편을 안 읽은 분은 먼저 공중강습 上편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머리위에 나타난 2대의 헬리콥터는 순식간에 우리를 가로질러 3대대 연병장쪽으로 날라갔다. 날아가는 헬리콥터를 보면 얼마나 빠른지 당최 실감이 안난다. UH-60의 경우 최고 속도는 296km/h이다. 대략 한시간에 300km를 갈 수있다. KTX 속도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드디어 눈앞에서 헬기를 보는구나~! 부푼 마음을 안고 3대대 연병장을 향해 걸어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이상병이 나를 부른다.
'야 가츠야~! 우리는 중대복귀하자~! 다음 근무시간 얼마안남았네, 가봤자 바로 복귀해야 되는데 지금 돌아가서 좀 쉬다가 투입하자~!'
싫어~! 나 헬기보고싶단말야~! 갈려면 너 혼자가~! 이 바보야~!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당시의 가츠는 한낱 힘없고 나약한 일병이었다. 그렇고 나는 다시 중대로 복귀하였고, 경계근무를 투입하였다.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니, 소대원들이 복귀해 있었다.
'윤이병~! 헬기 잘 보고왔어?'
'이병 윤OO~!, 네 잘 보고왔습니다~! 기념사진도 찍고,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사먹고 왔습니다~!'
'너가 헬기도 보고, 기념사진도 찍고, 아이스크림도 먹더니, 개념을 상실했구나? 지금 나 놀리는거지?'
결국 그렇게 헬기는 보지도 못하고, 다시 연병장에서 헬기 승하차연습을 하였다. 기분탓일까? 헬기를 보고 온 소대원들은 왠지 움직임 다른거 같았다. 흑흑... 기분탓이다!
'야 가츠~! 그쪽으로 너무 붙었어 들어가면 어떡해? 그쪽은 엔진쪽이라서 위험하다니깐~! 아나 윤이병~! 절로 가면 돼? 안돼?'
'이병 윤OO~! 당연히 안됩니다~! 교관님께서 그쪽으로 가면 엔진때문에 위험하다고 하셨습니다~!'
빠직~! 요즘 내가 너무 착하게 살았구나... 미안하다 후임들아~! 내가 그동안 너희들에게 너무 무관심했던거 같애~ 일병달고난 후, 일만 하느라 너희들에게 너무 신경을 쓰지못한 거 같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매일 매일 상담도 해주고 관심을 가져줬어야 했는데 말이다. 그날 저녁, 윤이병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다시 돈독한 선후임관계로 돌아갈 수 있었다.
며칠후, 여느때처럼 점심을 먹고, 내무실에서 오후일과를 준비하고 있는데 다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다. 아니 헬리콥터 바람소리에 창문이 흔들흔들거린다. 머야~! 사단장이라도 온건가? ㄷㄷㄷ
놀라서 밖으로 나가보니 연병장에 잘빠진 블랙호크 한 대가 정중앙에 떡하니 착륙해있었다. 그리고 대대원들은 즉시 연병장으로 집합하라는 통보가 왔다. 오오~! 며칠전에는 연대원 전원이 모이는 바람에 제대로 교육도 못했다고, 다시 보강교육 차원에서 부른거란다.
신나서 부리나케 연병장으로 달려갔는데, 이거 뭔가 이상하다. 헬기에 옆면에 미국 성조기가 떡하니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헬기 앞에 서있는 두 명의 조종사~! 딱봐도 한국인이 아니었다. 그리고 한 명은 딱봐도 남자가 아니었다~!
알고보니, 우리 대대장님께서 지난 교육때는 병사들이 탑승도 못해보고, 교육시간도 짧아다면서 다시 헬기를 요청하셨고, 상급부대에서는 마침 할 일없이 돌아댕기는 미군 헬기 한대를 포착하여 요청하였고, 따분한 일상에 지루한 미국 헬기측도 혼쾌히 받아들여서 우리 대대로 직행한 것이었다.
터프하고 우람한 전형적인 미국인처럼 보이는 남자조종사가 보였고, 옆에는 허걱~! 하앍하앍~!
대대원들은 하나같이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였다. 너도나도 Hi~! 를 외쳐되었고, 아니 Hi~!만 외쳐되었다. 오바한 최상병은 Oh~ baby come on~♥를 외치다가 부소대장님한테 거침없는 하이킥을 맞고 쓰러졌다.
이윽고, 교육이 시작되었다. 센스있게 남자조종사는 조용히 헬기에 걸터앉아 우리를 지켜보았고, 우리 베이비가 나와서 인사를 하였다~!
'헬로우 에브리원~! 저는 미쿡 육쿤소속의 캡틴 베이비랍니다~! 버뮤다에서 왔습니다~! 반카워요~!'
문제는 여기까지였다. 더이상 알아들을 수가 없다. 눈앞에서 금발의 미녀가 계속 솰라솰라~ 한다. 헐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같은데, 우리에겐 한글자막이 절실히 필요했다. 사태를 심각성을 파악한 작전장교는 대대원들에게 말했다.
'자기가 영어 좀 한다~! 나와~! 포상줄께~!'
아낰ㅋㅋㅋㅋㅋ 문득 입대전 중국에서 2년넘게 살면서 공부한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아 왜!!! 중국어를 배운거지~! 난 정말 영어에 소질이 있었잖아~! 만국공통어인 영어를 배웠어야 되는게 당연한거 아닌가? 베이비 중국어 할 수 있지 않을까? 물어볼까? 아... 너무 허탈하다...
곧, 다른 중대에서 한 장병이 떠밀려서 나왔다. 서울 소재의 영문과 출신이란다. 그리고 우리 베이비 옆에서 찰싹 붙어서 서있는 모습을 보니, 갈아마셔버리고 싶다. 완전 부럽다~!!
베이비가 설명을 하면, 그녀석이 옆에서 통역을 해주었다. 근데 공부를 열심히 안했나보다. 띄엄띄엄 통역하는 모습에 답답하였다. 그냥 중요포인트만 말하고 조용히 있어~! 우리 베이비 기다리시잖아~! 버럭~!
그리고 곧 소대별로 탑승체험을 해보았다. 당시 우리 대대에 블랙호크는 뒷좌석이 장착되어 있었다. 지난 시간에도 말했지만, 우리가 앞으로 뛸 훈련에서는 많은 인원이 탑승해야 되기에, 뒷좌석을 모두 제거하고 최대한 많이 탑승하기로 되어있었다. 그래서 딱히 훈련에는 도움이 안되는거지만 경험삼아 탑승해보기로 했다.
사진에서처럼 4개의 좌석과 맞은편에 4개의 좌석이 더 있었다. 8명씩 조를 이루어서 탑승하였다. 막상 헬기에 탑승하니, 정말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거처럼 기분이 색달랐다. 벨트를 장착하는데, 윤이병은 또 어리버리까고 있다. 그러자 지켜보던 베이비가 윤이병에게 다가가더니 고운 두손으로 윤이병의 벨트를 장착해주는 것이 아닌가?
윤이병은 베이비에게 온몸을 맞기고는 연신 웃고있다. 아나~! 군대있더니 감을 잃었어~! 왜 저생각을 못했지~! 지금 벨트 풀면 눈치보일려나~! 어흐흘흑흐ㅜㅜ
탑승 체험을 마치고, 계획된 교육도 모두 끝났다. 그리고 베이비는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다소곳이 헬기에 탑승하였다. 저기~! 미쿡에서는 작별인사할때 볼에 키스해주지 않나요? 왜 안해줘요~! 퍼퍽!......
헬기가 이륙하였고, 우리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대대원 전원은 연신 두손을 흔들며 아쉬워했다. 사단장이 간다고 해도 이정도로 열심히 배웅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베이비가 떠난 그자리에는 헬기의 강풍으로 인해 정말 완벽하게 연병장이 나랏시(평탄화) 되어 있었다.
그녀가 주고간 마지막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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