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3학년 즈음이었을 때의 이야기다. 모두가 깊이 잠들어 있는 달콤한 휴일 새벽, 아버지는 어김없이 내 방으로 들어와 조심스레 나를 깨웠다.
평일에는 누구보다도 일어나기 싫어하셨던 아버지였지만, 휴일만 되면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셨다. 휴일에는 항상 사진을 찍으러 가셨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남동생이 한 명 더 있었지만 당시 고작 6살이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간택을 받지 못하였다. 데리고 가면 오히려 더 짐이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휴일마다 사진을 찍으러 가는 아버지를 무척 못마땅해 하셨다. 가족들과 함께 하지 않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아버지가 한번 나갈 때마다 거금이 나가기 때문이다. 전국방방곡곡을 누볐기 때문에 통행료와 기름값이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당시에는 지금처럼 DSLR이 없었다. 지금이야 필름값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찍을 수 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오로지 필름카메라 뿐이었다.
값비싼 필름값에 인화비까지 취미생활치고는 너무나도 큰 지출이었다. 아마 그때 아버지가 사진을 찍지 않았다면 집이 한 채 더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상물정 모르는 나는 그저 좋았다. 아버지를 따라가면 하루종일 드라이브하고 맛있는 음식을 자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버지가 사진 찍을 동안 나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캠코더 촬영을 하였다. 지금도 물론 재밌지만 어린 나이였던 그 때가 훨씬 더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아버지는 특이하게도 문화재 사진을 찍으셨다. 물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아버지는 집요하게 문화재만 찍으셨다. 덕분에 나는 전국에 있는 유명한 문화재란 문화재는 거의 다 가보았다. 국보, 보물, 사적, 명승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유형문화재부터 정말 이게 문화재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무척이나 허술한 곳까지 말이다. 그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훗날 중, 고등학교에서 국사 수업을 할 때 비로소 와닿았다. 교과서에서 문화재가 소개될 때마다 하나같이 직접 본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사 성적은 그리 잘 나오지 않았다.
"근데 아빠는 왜 문화재를 찍는 거야?"
"언제 사라질 지 모르잖아! 찍을 수 있을 때 찍어야지!"
사실 그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지난 숭례문 방화사건을 보면서 아버지가 하신 말이 가슴 깊이 와닿았다. 그러고 보면 아버지는 남들이 잘 찾지 않는 문화재를 더 좋아하셨다. 제대로 관리 감독이 되지 않는 문화재 말이다. 사람들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언제라도 훼손되거나 사라질 수 있는 문화재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 후 아버지는 더 이상 사진을 찍으러 다니지 않으셨다. 지금까지도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더 이상 찍을 문화재가 없는건지 어머니가 밤마다 세뇌시킨건지 그도 아니면 너무 바빠서 찍으러 갈 시간이 없는건지 말이다.하지만 가끔 당시에 찍은 사진들을 펼쳐 놓고는 세상에서 가장 흐뭇한 미소를 짓곤 하신다. 당신의 젊은 날을 추억하며 말이다.
최근에는 주변에 모든 것이 디지털 기기로 바뀌었다. 필름카메라는 더 이상 찾아 보기 힘들고 무거운 DSLR마저도 가볍고 휴대하기 편한 스마트폰에 밀려났다. 이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장면을 찍을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철저하게 모든 것이 디지털로 바뀌게 되자 사람들은 과거의 아날로그 시대를 그리워한다. 이메일 보다 손편지를 찾게 되고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에 크게 감동한다. 나 역시 얼마전 접한 LG 포켓포토 포포를 마주하였을 때 정말 놀랍고 반가웠다.
놀라웠던 이유는 NFC, 블루투스 등 최신 기술을 고스란히 접목하여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모바일 프린터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터리를 충전할 때만 제외하고는 케이블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크기 또한 일반 스마트폰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방이나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앙증맞은 사이즈였다.
이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저장된 사진을 포켓포토 포포에 전송하여 즉석에서 출력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기술의 발전인가?
반가웠던 이유는 다름 아닌 기존의 디지털 사진이 아니라 손으로 직접 만지고 붙이고 간직할 수 있는 진짜 사진을 뽑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당 500원 수준의 포켓포토 인화지는 징크(ZINK)사의 열 방식 용지를 사용하여 추가로 잉크나 카트리지가 필요하지 않았다. 또한 포켓포토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다양한 필터 효과와 QR코드 삽입, 문구 작성 등 마치 스티커 사진을 꾸미는 것처럼 입맛에 맞게 편집할 수 있으며 심지어 포토분활 기능을 통해 여권사진이나 증명사진도 즉석에서 뽑을 수 있었다.
LG 포켓포토 포포는 그야말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매력을 충실히 담은 매력만점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실제로 연말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꼭 챙겨 갔는데 그때마다 지인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대다수가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이다 보니 어느 때보다 반갑고 헤어질 때가 되면 더욱 아쉽게 느껴졌지만 포켓포토 덕분에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다. 반가운 지인들과의 추억을 함께 공유하며 즉석에서 사진을 뽑아 나누어 가지는 재미가 기존의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올리는 인증샷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사용하는 SNS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은 쉽게 삭제할 수 있지만 인화된 한 장의 사진은 쉽사리 버리거나 찢지 못한다. 오히려 더욱 소중하게 간직해야될 것만 같다.
이처럼 LG 포켓포토 포포 덕분에 올 연말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따뜻한 추억들로 가득하다. 먼 훗날 2012년 12월에 찍은 사진들을 보며 나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소셜 LG전자(http://social.lge.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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