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인 생활을 하느라 그만 맨유 대 아스톤 빅매치를 놓치고 말았다.
일어나자마자 뉴스를 보니 이거 놓칠만한 경기가 아니었다. 잽싸게 경기영상을 구해서 다시 보았다.
사실 지금 맨유 입장에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리그 2경기에서 리버풀과 풀럼에게 연패를 당하면서 시즌 중반부터 지켜온 리그 선두 자리를 자칫 내줄 위기에 처했다. 사실 오늘 전력면에서도 루니의 징계로 인한 결장, 베르바토프의 부상으로 절대적으로 공격수 자원이 부족했다. 이에 반영한듯 박지성대신 나니가 선발출장 된 이유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주중에 펼쳐질 챔스리그 경기때문에 벤치에서 체력안배를 했다고도 하지만 내심 부족한 공격자원때문에 그런게 아닐까싶다.
경기 초반에는 호날두의 선제골로 쉽게 풀리나 싶었는데 주전 센터백의 부재로 연달아 내준 동점골과 역전골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예상되었다. 언제 했는지 기억도 안나는 리그 3연패와 아스톤빌라전에서의 패배. 스포츠라는게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지만 이 날만큼은 그런 끔찍한 결과가 나오면 안되는 날이었다. 코앞으로 다가온 챔스리그와 시즌 막바지를 향해 달리는 맨유 입장에서는 자칫 모든 토끼를 다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반 15분 퍼거슨 감독은 올시즌 최고의 모험수를 두었다. 역전골마저 나온 시점에 그는 부진한 나니를 빼고 만 17세로 리저브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페데리코 마체다라는 전혀 앳되 보이지 않은 소년을 출전시켰다. 대개 검증되지 않은 선수를 내보는 감독의 마음은 대승을 하거나 이미 패색이 짙은 게임에 경험삼아 자신감을 가져보라고 출전시킨다. 하지만 그 소년이 나온 상황은 절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이건 한마디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아무리 외모가 어려보이지 않는다고해서 정신력마저 어리지 않은게 아닌데 말이다. 그에게는 정말 가장 생각하기도 싫은 데뷔전이 아닐까 싶다. 물론 어린 선수에게 다짜고짜 비난할 언론이나 서포터들은 없겠지만 기용한 퍼거슨 감독을 욕하겠지. 그게 결국 자기가 욕먹는거라 뭐가 다르겠는가?
아무튼 소년으로서는 일생일대의 찬스가 가장 부담스런 상황에서 왔고, 그는 자신을 증명시켜줘야 했다. 때마침 호날두형이 극적인 동점골로 밥상까지 차려주었다. 동점되는 순간 소년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겠는가? 비록 어리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자신이 항상 꿈꿔온 모든 상황이 완비되어있었다. 팀이 어려운 시기, 열광적인 홈관중, 영웅이 될 수 있는 경기상황, 영화로 만들라고해도 이보다 완벽한 상황은 없었다.
< 출처 : by싱아흉아 마체다 결승골 장면 >
그리고 그 소년은 보란듯이 후반종료 직전 환상적인 볼터치에 이은 터닝슛으로 그의 리그 첫골을 데뷔경기에서 만들었다. 자신이 꿈꿔온 슈퍼스타들이 세레모니를 할 틈도 안주고 자기를 덮치는 순간, 그는 울었다. 그리고 곧장 관중석에 위치한 가족들에게 달려갔고 그의 형은 뛰쳐나와 동생을 축하해주었다.
요렇게만보면 마치 영화의 한장면같지만 사실 이는 예견된 결과였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나서 자란 마체다는 이미 어린시절 세리에A 명문 라치오 유소년팀에서 활약하다 맨유의 특급택배 스카우트 눈에 들어 2007년 유소년 계약을 맺었고 작년에 프로계약까지 맺었다. 이 과정에서 맨유는 마체다의 가족 전원이 영국으로 이주시켜주었고, 마체다의 아버지 일자리까지 보장해주면서 특급유망주 대우를 해주었다.
리저브리그와 유소년리그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주면서 오늘과 같은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영웅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존재하는거지 현실에서는 분명히 거기까지 올라오는 과정이 여실히 있다. 그 소년은 차곡차곡 과정을 밟으며 기다려 온 것이다.
오늘 경기를 마치고 다시 리저브팀으로 돌아가는 마케다지만, 세계 수많은 축구팬에게 확실히 얼굴도장 찍은 마케다
앞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난 볼거리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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