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먹고 싶은 중국 음식은?"
꽁빠오지딩, 위샹로쓰, 징장로쓰, 꿔바로우 등 눈만 감으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중국 요리, 그중에서도 단연 추알을 빼놓을 수 없다. 나에게 있어 추알은 가장 맛있게 자주 많이 먹었던 중국 요리였다. 참고로 추알은 꼬치를 뜻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무작정 하얼빈으로 유학을 떠났다. 할 줄 아는 중국어라곤 니하오와 쎄쎄 뿐이었다. 심지어 나의 이름도 중국어로 발음하지 못하였다. 어쨌든 그곳에서 나와 같은 스무살 TTL의 풋풋하였던 동기들을 만나게 되었다.
군 입대를 할 때까지 2년 반이라는 시간을 하얼빈에서 동고동락하며 함께 한 그들, 어쩌면 2년 군생활보다 그들과 함께한 에피소드가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경건한 국방의 의무와는 달리 중국 유학기는 대놓고 공개하기가 껄끄럽다. 숨기고 싶은 터부랄까? 혹시 모르겠다. 먼 훗날 다들 결혼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미며 살아갈 때 즈음 마음 놓고 이야기 할 수 있을지 말이다.
"됐고 잔이나 받아!"
"오홋! 이건 하피잖아!"
하피는 흑룡강성에서 가장 큰 지류인 송화강에서 퍼올린 물로 만든 하얼빈 로컬맥주이다. 한국으로 들어온 뒤 한번도 마시지 못하였으니 어언 8년 만에 맛보는 셈이다.
이곳은 강남역 11번 출구 부근에 위치한 가양양꼬치이다. 사실 강남맛집으로 더욱 잘 알려진 반대편 경성양꼬치로 갈려고 하였으나 주차장이 잘 구비되어 있다고 하여 급변경하였다. 무엇보다도 하피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200% 만족스러웠다.
당시 물보다 싼 가격을 자랑한 하피는 우리돈 만원에 30병 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심지어 먹고 난 빈병를 반납하면 다시 새걸로 바꿔줄 정도였으니 정말 원없이 마시고 또 마셨다.
"지금은 술안주지만 당시에는 식사 대용!"
주문한 양꼬치가 숯불 위에서 노릇노릇 익어갔다. 자연스레 우리들도 유학 시절 자주 갔었던 추알집을 떠올리며 수다를 늘어 놓았다. 가양양꼬치에는 10개에 만원이었지만 당시에는 10개에 고작 천원었던 양꼬치, 여럿이 가면 200, 300개는 우습게 먹어 치웠다.
특히 밤 8시만 되면 어지간한 식당은 전부 문을 닫았던 현지에서 24시간 내내 영업하는 추알집은 우리에게 축복 그 자체였다.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며 뜯는 추알의 맛은 정말 최고였다.
"바로 이 맛이야!"
비록 당시 즐겨 먹었던 니우로우(소고기), 주파이(돼지갈비), 마오두(천엽), 지쩐(닭똥집), 찬용(번데기) 등은 없었지만 하피와 함께 맛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참고로 사진 속의 나오는 정체불명의 가루는 쯔란이라는 향신료이다. 큐민씨로 알려진 쯔란은 톡 쏘는 향이 일품이다. 물론 현지에서는 무시무시한 샹차이가 나왔기에 항상 주문하기에 앞서 부 팡 샹차이를 외쳐야만 했다.
"야야! 타잖아! 빨리 뒤집어!"
역시 동기들과의 만남은 편하다. 가식적인 멘트도 괜한 체면도 세울 필요가 없었다. 한 친구는 8년 만에 만났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똑같았다. 그때 그 웃음, 그 표정 그대로 말이다.
"빈병 반납하면 또 줄려나?"
"여기서 그러면 경찰서 간다!"
만나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쌓여만 가는 빈병들, 이대로 가다가는 아주 제대로 가게를 털어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제 내일을 걱정해야만 하는 나이가 되어 버린 우리들, 아쉽지만 가볍게 마시고 일어나기로 했다.
2차는 깔끔하게 소주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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