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목적지는 강원도 화천군 사창리!"
사창리! 이름만 들어도 가슴 한구석이 짠해진다. 평생 고생 한 번 안하고 호의호식하던 나에게 지독한 배고픔과 추위, 갈증, 아픔, 외로움 등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달콤한 휴가를 뒤로 하고 부대로 복귀 중인 이기자 용사들!"
언제나 그렇듯 사창리행 버스의 승객 대다수는 군인들이다. 그래서일까? 예나 지금이나 버스 안의 분위기는 우중충하기 그지없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한 버스 안에서는 이따금 누군가의 긴 한숨 소리와 코 고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그렇게 2시간의 버스여행이 끝나고 나면 그들은 다시 문명과의 기나긴 이별을 해야만 한다. 가장 슬픈 사실은 자신이 없어도 사회는 너무나도 잘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기자! 현 위치는 사창리 버스터미널입니다! 곧 복귀토록 하겠습니다!"
반복된 습관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휴가 복귀 때마다 부대로 위치 보고를 하였던 공중전화 앞이었다. 이제 더 이상 부대 전화번호는 나의 머릿속에서 잊혀졌지만 당장이라도 수화기 너머로 전우의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얼마나 많이 바뀌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사창리 번화가에 들어섰다. 하지만 6년 전 그때와 정말 하나도 달라진게 없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돌아온 기분이었다.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다. 사실 사창리는 철저하게 군인들을 위해 존재하는 마을이다 보니 거리에서 만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같은 부대 간부이거나 전우들이다. 고로 외출, 외박을 나와도 군기가 절대 빠질 수가 없는 곳이다. 오히려 부대 안에서 보다 더욱 긴장을 하고 조심하였다.
자연스레 거리에는 군용품을 파는 가게들로 즐비하다. 나 역시 이곳에서 사제모와 사제전투화를 구입하였으며 오바로크도 열심히 쳤다. 특히 오바로크를 치는 솜씨에 따라 군용품점의 매상이 좌지우지 되었다. 민간인들은 아무도 보지 않는 실밥 한올조차도 군인들에게는 마치 생명줄인양 민감하였다.
"드디어 손에 들어온 이기자 부대 마크!"
그토록 애타게 찾던 오리지날 빨간색 이기자 부대 마크를 구할 수 있었다. 그동안 전국의 군부대를 취재하러 갈 때마다 꼭 잊지 않고 근처에 위치한 군용품점을 방문하였다. 두산 베어스 유니폼에 부착할 이기자 부대 마크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빨간색 이기자 마크는 구하지 못하였다.
상병 때 무렵이었나? 그때부터 전투복의 위장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 전 부대 마크를 국방색으로 변경하였기 때문에 과거 형형색색의 부대 마크는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되었다.
"거리 전체가 소중한 추억!"
코너를 돌 때마다 추억의 장소가 하나 둘씩 나타났다. 자장면이 너무나도 먹고 싶었다. 시원한 생맥주가 간절하였다.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는 목욕탕이 가고 싶었다. 사창리에 오면 다 있었다. 분명 나에게는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어머니의 손맛 그대로!"
가게문을 열자마자 계란후라이부터 내주시던 아주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만날 부대밥만 먹다가 한상 가득 차려진 반찬과 국을 보면 고향 생각이 절로 났다. 비록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김치찌개의 맛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어쩌면 나만을 위한 음식을 먹고 싶었나보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신애네 국밥집!"
자대배치를 받고 처음 뛰게 되는 훈련이 유격이라는 사실에 공포가 엄습하였다. 이에 훈련을 앞두고 부소대장은 나와 신병들을 데리고 동반외출을 나왔다. 그리고 처음으로 데려간 곳이 바로 신애네 국밥집이었다. 그렇게 나는 외출, 외박을 나오거나 휴가를 복귀할 때마다 잊지 않고 신애네 국밥집을 찾았다.
"이모! 내 왔다!"
"오메! 여까지 우짠 일이고!"
"부대 취재하러 왔지! 내 배 고프다! 국밥부터 주이소!"
"그래그래! 잠시만 기다리라!"
오래된 가게 간판도 진한 국밥의 맛도 변함이 없었지만 정작 이모는 많이 늙으셨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돌아가는 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 허겁지겁 국밥을 비우고 있는 찰나 등 뒤로 휴가 복귀를 앞두고 저녁을 먹기 위해 군인들이 하나 둘씩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마치 6년 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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