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보기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이용해주세요!
요즘에는 부대마다 위수지역이 확대되어 외출,외박을 나오면 대개 자유롭게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부대가 많다. 하지만 아직도 강원도 전방 부대들은 자기 부대의 위수지역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또한 타지역으로 점프를 한다고 하여도 곳곳에 위치하고 있는 헌병들로 인해 좀처럼 쉽지 않다.
이기자 부대의 위수지역은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다. 처음 사창리라는 지명을 들었을때는 내가 퇴폐적이라서 그런지 자꾸 사창가가 연상되어서 부끄러웠다. 그렇다고 무시하지마라! 물가는 강남 수준이니 말이다. 사는 지역민보다 군인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곳, 군인들을 상대로하는 상권이 형성되어있다. 주말에 거리를 나가면, 군복을 입은 군인이 70%, 상가주인 10%, 나머지 20%는 군인가족이거나 사복으로 위장한 간부들이다. 고로 10명이 9명은 군대과 관련된 사람인 것이다.
하루는 분대장 가츠가 신병을 받았다. 보통 신병이 들어오면 소대장님이나 부소대장님께서 신병들을 데리고 동반외출을 한다. 어린양들에게 사제 음식을 맛보여주시고, 피시방도 이용하곤 한다. 근데 그날은 두분다 바쁘셔서 나보고 데리고 나갔다 오라는 것이다. 나야 완전 좋치~! 그렇게 신병 2명을 데리고 사창리로 나갔다.
국밥집에서 맛있게 국밥을 먹고 사제담배를 사기위해 먼저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편의점에서 담배를 계산하면서 밖을 보니, 신병이 지나가는 사복차림의 아저씨들한테 죄다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야 김이병! 머하는거야! 도로 한복판에서 동네아저씨들한테 인사는 왜 해! 니가 교통경찰이나! 어!!'
'이병 김OO! 아닙니다! 윤상병님께서 사창리에서 사복입은 아저씨들은 모두 간부님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나 깐돌이 색히! 또~! 구라쳤네! 야! 사복 입은 아저씨가 죄다 간부면 ㅋㅋㅋ 저기 오는 저 아저씨도 간부겠네? 어!'
헐~ 저기 오는 저 아저씨는 6중대장님이다 ㅋㅋㅋ
'이기자!'
'어~ 이기자! 그래 가츠~! 신병들이랑 동반외출 나왔네~! 잼께 놀다가~!'
신병들 날 보는 눈빛이 한심하단다. 그렇다 지나가는 사람들 죄다 간부일 수도 있다. 또한, 지나가는 꼬마들은 연대장,대대장님의 사랑하는 아들,딸이요, 지나가는 늘씬한 미녀가 주임원사님의 아리따운 딸일 수도 있다. 결국 동네 자체가 영내랑 다를바가 없다. 오히려 영내에서는 아무데서나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어도 사창리에서는 그랬다가는 100프로 잡혀간다. 사각지대가 없다!
또 하루는 월요일날 아침부터 대대장 특별 지시사항이 중대마다 하달되었다. 사건인즉슨, 지난 주말 사단장님이 사복입고 사창리를 홀로 걸어다녔는데 병사나 간부나 할 것없이 아무도 아는 척을 안했다는 것이다. 이에 급 우울해진 사단장님은 헌병대 총출동 시키고 아침상황보고때 인사잘하기~! 아는체하기~! 왕따시키지말기~! 를 적극 강조하셨다! ㅋㅋㅋㅋ
이런듯, 영내도 아닌 엄연한 자유민주주의국가 대한민국의 한 지역인데도 영내보다 더 심한 곳이 사창리다. 걸어다니는 병사들은 영내보다 더 절도있게 걸어다니고 항시 주위를 살피며 긴장한다.
그렇다고 나쁜 곳이 아니다. 군인들에게 있어 휴가 다음으로 외출,외박을 좋아라 한다. 고로 고향집 다음으로 사창리를 좋아라 한다는 것이다. 그곳에 가면~ 음식이 있고! 그곳에 가면~ 술이 있고! 그곳에 가면~ 피시방이 있고! 절제된 군인들에게 원하는 것은 다 있는 곳이다. 결정적으로 집으로 갈 수 있는 버스를 탈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많은 이들의 희노애락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토요일 오전에는 터미널마다 웃음꽃이 끊이질 않는다. 사랑하는 부모님,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그들의 얼굴에는 연신 웃음이 가시질 않고, 행복해보인다.
그러나 다음날 오후가 되면, 그 곳은 세상 그 어떤 곳보다 슬픔과 아쉬움으로 가득찬 곳이 되어버린다. 나는 살면서 그 곳에서 우는 사람들을 가장 많이 본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연기가 아니라, 실제다. 떠나는 버스에서 울고 있는 지인들, 버스 한 대 주위를 둘러서있는 수 많은 장병들, 그들은 웃으며 손 흔들고 있지만 나는 안다. 억지 웃음이라는 것을, 아니 그 광경을 보는 모든 사람들이 알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깐...
이미 헤어진 장병이나 면회를 못온 장병들은 사창리 곳곳에 위치한 피시방에서 미니홈피로나마 보고싶은 사람, 그리운 사람들을 보곤한다.
복귀시간이 다가올수록 길가에는 군인들로 북적거리고, 여기저기서 헌병대가 단속을 나서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나 둘씩 부대에 남아있는 전우들에게 줄 떡볶이, 순대, 치킨등을 양손에 들고 다시 언제나올지 기약없는 그 곳을 뒤로한 채 부대로 복귀한다.
전역하고 아직 한번도 사창리를 가보지 못했다. 언젠가 갈 기회가 있겠지만, 지명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고, 사진만 봐도 이리 애틋한데, 막상 진짜로 가면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사창리 사진은 아크림님의 블로그에서 공수해왔다. 이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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