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우! 하마터면 놓칠 뻔했네!"
오늘의 목적지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한창인 대구이다. 나에게 있어 대구는 제법 많은 추억이 서려있는 도시였기에 가는 내내 무척 설레였다. 게다가 지금 대구에는 우사인 볼트, 엘레나 이신바예바 등 세계적인 육상선수들이 총 집결하여 있지 않은가?
"대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미 예상한대로 거리 곳곳에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알리는 홍보물로 가득하였으며 분위기 예전보다 무척 활기차 보였다.
평소 같으면 냉큼 택시를 탔을텐데 약속 시간까지 제법 여유가 있어 천천히 걸어가 보기로 하였다. 대구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가장 번화한 거리인 동성로를 만날 수 있다.
"동성로는 언제나 hot하다!"
군대를 전역하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한답시고 대구에서 1년 가량 자취를 한 적이 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하필 잡은 오피스텔이 바로 동성로 한복판이었다. 갓 강원도 깊은 산 속에서 탈출한 나에게 동성로는 별천지가 따로 없었다. 공부는 커녕 매일밤 동성로를 누비며 불타는 젊음의 에너지를 방출하였다.
맹모삼천지교, 역시 옛말에 틀린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투철한 실천정신으로 깨달았다.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동성로, 갑자기 놀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생겼다. 하지만 오늘은 중요한 스케쥴이 있기 때문에 꾹 참아야만 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드디어 동성로의 밤이 찾아왔다.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 사이로 오늘의 주인공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우헤헤! 가츠형! 많이 기다렸죠!"
그들의 정체는 다름아닌 제 1회 아시아 청소년 문화축전에 참가 중인 청소년들이었다. 특히 한국 뿐만 아니라 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26여 개국에서 초청받은 청소년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동성로에 나타나자 금세 시선들이 집중되기 시작하였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개최한 아시아 청소년 문화축전은 그동안 소통이 부족하였던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을 서로 이해하고 나아가 아시아 문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이다. 특히 미래의 주역이 될 아시아의 청소년들이 일주일간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서로 간의 문화적 차이를 몸소 느끼고 나아가 함께 아시아의 미래를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의미있는 행사임에 틀림없었다.
"한 그릇 더 주세요!"
원래 비빔밥을 좋아하는지 그냥 배가 고픈 거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그만한 체구의 소녀는 누구보다도 빨리 비빔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게다가 곧잘 젓가락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이나 기특하였다.
사실 대구에서의 일정이 이들의 공식적인 마지막 시간이었다. 이미 지난 22일부터 광주에서 진행된 아시아 청소년 포럼, 아시아 청소년 문화한마당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무사히 마치고 육상세계선수권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서먹서먹함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이제는 모두가 친한 친구가 되어버린 그들, 덕분에 식사 내내 식당이 떠나가랴 시끌벅적하였다.
"헤어질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날 거 같아요!"
아직 고국으로 출국할려면 한참이나 남았음에도 이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국경을 뛰어 넘은 진한 우정애를 느낄 수 있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 곳에 모인 아이들은 모두가 특출난 재능을 가진 영재라는 점이다. 아시아 각국 문화부의 추천을 받아 초청받은 아이들은 저마다 음악, 미술, 영상, 무용, 문학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 중이라고 하였다. 이미 가수, 연예인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친구도 있었으며 케냐의 지라니 합창단의 지휘자로 채용된 친구, 독립영화 감독으로 활동하며 14회 이상의 수상경력을 보유한 친구 등 알면 알 수록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밥도 먹었으니 이제 멋진 공연을 보러가자꾸나!"
식사를 마친 청소년들은 동성로 인근에 위치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으로 이동하였다. 현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한창인 대구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큰 무대라 하여도 무방할 정도로 곳곳에서 거리 공연이 한창이었다. 누구보다도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이기에 무척이나 기대하며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컬러풀 대구 페스티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화합의 광장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컬러풀 대구 페스티벌의 부대행사 중 하나인 꽃피는 예술정원 공연이 한창이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아시아 청소년들처럼 아시아 각국에서 초청된 음악가들의 무대가 예정되어 있어 더욱 기대되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편에서 상세하게 소개하도록 하겠다.
"선생님! 메일로 꼭 보내주실 거죠?"
"선생님? 가츠형이라고 해! 징그러워!"
"가츠혀어엉!"
"그렇치! 잘한다!"
"한국에서의 소중한 추억!"
어느새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청소년들은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한국말도 곧잘 따라하며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주었다. 비록 열흘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번 아시아 청소년 문화축전을 통해 아름다운 대한민국에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며 즐거워 하였다.
끝으로 자신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많은 친구들이 이 같은 행사를 통해 서로 간의 문화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꾸준하게 개최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개인적으로도 아시아 청소년들의 다양한 끼와 재능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고 이와 더불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와 육상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한 대구를 세계에 더욱 널리 알릴 수 있었던 멋진 시간이 아닌가 싶다.
제군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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