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63빌딩! 국회의사당!"
"하나만 더!"
"쌍둥이빌딩!"
여의도에 가면 쌍둥이 빌딩이라 불리우는 134m의 높이를 자랑하는 고층 빌딩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추억의 이름이 되어버린 럭키개발에서 시공한 쌍둥이 빌딩의 정식 명칭은 LG트윈타워이다. 이름 그대로 LG그룹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다.
"LG전자 경영진과의 만남!"
오늘은 트위타워 서관 꼭대기 층에 위치한 오아시스 캠프에서 LG전자 김영기 부사장과의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다. 특히 기자들이 아닌 IT 전문 블로거들과의 인터뷰이기에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할 듯 하였다.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덕분에 주변을 둘러 볼 여유가 있었다.
"직원들의 스위트룸라 불리우는 오아시스 캠프!"
전망이 가장 좋은 고층빌딩의 최상위층은 주로 최고경영자의 집무실이나 VIP를 접대하는 스위트룸으로 꾸며져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LG 트윈타워에는 직원들의 위한 회의실, 바, 휴식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혀 일하는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 기발한 디자인과 소품들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사내 공모를 통해 명명된 오아시스 캠프는 창의(Originality)와 자율(Autonomy), 공간(Space), 독립(Independence), 이야기(Story)를 뜻하는 영어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직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오아시스 캠프는 단조롭고 형식적인 생각의 틀의 바꿔 보다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다. 뿐만 아니라 맛있는 다과를 즐기며 완성된 결과물을 구경할 수도 있는 쉼터이기도 하다.
마치 예쁜 카페를 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이 곳이라면 야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할 수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같았다...
"아무리 봐도 사내 연애를 위한 곳인데!"
환상적인 전망과 분위기로 인해 업무보다는 데이트 공간으로 더욱 각광받을 것만 같았다. 물론 솔로에게는 예외지만 말이다. 참고로 오픈한지 이제 갓 2주가 넘었는데 벌써부터 직원들에게 인기폭발이라고 한다.
아무쪼록 오아시스 캠프에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멋진 아이디어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LG전자 김영기 부사장을 소개하겠습니다!"
김영기 부사장의 공식 직함은 CRO(Chief Relations Office)로 LG전자의 최고관계책임자이다. 직함만 본다면 직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그야말로 CEO에게 직원을 자르자, 더 뽑자 라는 의견을 직접 건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는 1979년 럭키화학 새마을과에 평사원으로 입사하여 현재의 위치까지 오른 신화적인 존재이다. 물론 그는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겸손해 하였지만 말이다.
"사람이 곧 경쟁력이다!"
사실 인터뷰 시작 전만 하여도 IT블로거에게는 다소 실망스런 자리가 될 것이라 예상하였다. 어찌되었건 IT블로거 입장에서는 LG전자의 최신 정보와 기술을 보다 상세하게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명 김영기 CRO보다는 안승권 CTO가 이 자리에 더욱 어울리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인터뷰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단 순간도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았으며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 것은 아마 IT블로거이기 전에 사람이기 때문이다.
평생을 인재개발, 인사지원, 조직관리 등에서 일해 온 그였기에 누구보다도 살아가는 데 있어 유익한 정보와 조언을 듬뿍 해주었다. 마치 한 편의 특강을 듣는 기분이랄까?
"사실 나도 엄청 긴장하고 왔어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제서야 김영기 부사장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준비해간 질문을 안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근 LG전자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놓여져 있다. 특히 백색가전의 황태자로 군림하였던 과거와는 달리 연일 경쟁사들과 사할을 건 대결을 치루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연스레 그에 따른 질문이 쇄도하였다.
"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위의 광고 카피처럼 김영기 부사장은 LG가 가장 잘 나가는 시기에 입사하였다며 누구보다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은 사람 중에 한 명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알다시피 많은 분야에서 뒤쳐져 있으며 LG 역시 이 부분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하였다. 다만 몰락은 한 순간이지만 앞선 차이를 따라잡은 것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봐달라고 하였다.
지금의 LG는 마치 거대한 항공모함과도 같다며 현재 항로를 수정하여 서서히 방향을 틀고 있는 중이라고 하였다. 무엇보다도 시장경제에서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데 그 부분을 많이 놓친 거 같다며 특히 아쉬워 하였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부족한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폭 충원하고 있으며 다양한 업무 개선 방안을 수립하여 전력화하고 있다고 하였다. 곧 그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거라 장담하였다.
"저도 정말 마음이 찢어지네요!"
특히 이 날 사회를 맡은 블로거 리더유는 LG에 투자한 주식이 연일 떨어지고 있어 매일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하자 그 역시 누구보다도 슬프다며 안타까워 하였다.
참고로 이 날 내가 던진 질문은 중국 유학시절의 에피소드였다. 당시 보다 쾌적한 비디오게임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얼빈 최대의 전자상가로 TV를 구입하러 갔었다. 그 곳에서 LG 브랜드 인지도가 다른 기업에 비해 무척 떨어진다는 것을 몸소 느꼈기에 세계 최대의 전자시장인 중국에서의 홍보전략에 관해 물어보았다.
이에 그는 중국의 경우 하이얼, 하이센스, 창홍, TCL 등 자국의 브랜드가 너무나도 강세이기 때문에 공략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고 하였다. 일단 가격면에서는 승부가 되지 않기에 3D나 LTE 등의 하이테크놀러지를 바탕으로한 프리미엄 제품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종일관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인상과 화법으로 인터뷰 내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1시간 여의 인터뷰가 모두 끝이 나고 쿨하게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와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면서 그가 하는 업무는 결코 행복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1998년 IMF 당시, 구조조정본부 인사지원팀장으로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그리고 10년 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그룹 내 최고관계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공수부대 출신으로 누구보다도 뜨거운 전우애를 경험하였을 것이며 앞서 언급한 평사원 출신의 임원이다. 그런 그가 그룹과 동료들의 아픔을 가장 가까이서 봐야야만 하는 업무를 지금까지 해온 것이다. 분명 웃는 게 웃는 게 아닐 것이다.
그만큼 항상 자기 관리에 철저해야 되며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문득 그가 강조한 멘트가 떠올랐다.
영원한 일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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