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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아빠 생일인 거 알지?"
"그럼요! 제가 누구 아들인데요!"
"그래! 기특하구나! 이번에는 아빠가 근무하는 곳으로 오너라!"
"존명!"
"참! 저번에 부탁한 거 꼭 가지고 오너라!"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목숨걸고 챙겨가겠습니다!"
어머니와의 통화를 마치고 부랴부랴 백화점으로 뛰어갔다. 그제서야 아버지의 생신이 코 앞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구차한 변명 같지만 내가 사용하는 아이폰은 음력 생일을 지원하지 않기에 따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알 턱이 없었다. 이제부터는 음력 달력 어플을 사용하여야겠다.
"옐이 만들어준 예쁜 카드!"
지난번 크리스마스 때 옐이 직접 만들어 준 카드이다. 정작 중요한 건 예쁜 표지인데 촬영이 안습이다. 어찌되었든 아버지의 선물과 카드, 그리고 지난번 면세점에서 구입한 화장품까지 챙기고는 동서울터미널로 발길을 재촉하였다. 평소 같으면 집에서 훨씬 가까운 고속터미널을 이용하겠지만, 오늘의 목적지는 경주가 아니었다.
"설레임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버스터미널!"
동서울터미널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다. 하지만 강남에 위치한 고속터미널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고속터미널은 현대화된 시스템과 각종 부대시설로 발전된 서울의 모습을 느끼게 해주지만, 동서울터미널은 아직 옛날 모습 그대로이다. 게다가 주로 강원도나 지방 중에서도 시골로 가는 노선이 많다보니 고향가는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물론 군인들에게는 휴가복귀의 씁쓸함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경상북도 청송군!"
지난해부터 청송군에서 근무하시는 아버지, 경주에서 출퇴근 하시기에는 부담스러운 거리이다 보니 사택에서 홀로 지내시고 계신다. 서프라이즈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온 가족이 청송군으로 모여 아버지가 근무하시는 곳으로 놀러가기로 한 것이다. 아버지도 내심 놀러오기를 바라는 눈치셨다.
동서울에서 청송군까지는 안동, 진보를 거쳐 가는 코스인데 대략 4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밤새 작업을 하느라 한 숨도 자지 않고 버스를 탑승하였기에 타자마자 풀취침하였다. 잠깐 자고 일어난 거 같은데 어느새 청송군에 도착해 있는 버스, 나의 잠자기 스킬은 정말 만족스럽다.
"아버지가 근무하고 계시는 곳!"
버스에서 내리자 먼저 도착한 어머니와 동생이 마중나와 있었다. 청송군은 경상북도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구는 약 3만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동네이다. 대표적인 특산물로는 사과가 유명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다수의 사람들은 청송하면 악명 높기로 유명한 청송교도소를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읍내는 주로 군청, 경찰서, 교육지원청 등과 같은 관광서가 밀집해 있었고 일자형 도로 양 옆으로 상가가 위치하고 있는 전형적인 시골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교육지원청에 들어가니 아버지를 비롯하여 직원 분들께 반갑게 맞이하여 주셨다.
특히 예쁜 여직원 분들께서 나를 알아봐주셔서 더욱 민망하였는데 한편으로는 매우 기뻤다.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사진 촬영을 하지 못한 것이 두고 두고 아쉬울 따름이다. 참고로 빼어난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대한민국 신붓감 1위인 그녀들과 근무하시는 아버지가 부러웠다.
"오늘만큼은 칼퇴근!"
"친환경적인 청송 양수발전소!"
칼퇴근하신 아버지는 저녁을 먹기 전에 가볍게 청송군을 구경시켜주셨다. 청송군 파천면에 위치한 양수발전소는 지난 2006년 국내에서 6번째로 건설된 수력발전소로 지자체와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유치하였다는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학창시절 양수발전에 관한 내용을 배운 기억이 떠올랐다.
양수발전이란 수력발전의 일종으로 전력 소비가 적은 심야시간에 전력을 이용하여 위치가 낮은 하부 저수지 물을 위치가 높은 상부 저수지로 끌어올려 모아두었다가 전력 소비가 많은 낮시간에 상부저수지 물을 하부저수지로 낙하시켜 위치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어 주는 친환경식 발전 방식이다.
"해질녘 석양이 드리운 하부저수지의 아름다운 모습!"
1천 20만톤의 하부저수지 물을 밤 시간대에 700만톤을 상부댐으로 퍼 올린 뒤, 345m의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데 2대의 발전대에서 만들어 내는 설비용량은 60만kW라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너무 늦게 방문하여서 발전기가 작동하고 있는 지하터널은 들어갈 수 없었다.
"오늘만큼은 동심으로 돌아가신 부모님!"
홍보관에서는 양수 발전의 원리, 구조 등에 대한 설명과 갖가지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부모님께서 더욱 관심을 가지시며 몸소 불꽃 체험을 하셨다. 꼬맹이가 있는 가족들의 나들이코스로는 꽤나 메리트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무료라는 점을 기억하자.
""경주 최부자에 버금가는 청송 심부자댁!"
중요민속자료 제250호로 지정된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때 만석의 부를 누린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이 1880년에 건축한 가옥으로 송소세장이라는 현판을 달고 9대간 만석부를 지낸 건물이다. 조선 역사 500년을 통틀어 각각 4명의 왕비와 부마, 12명의 정승을 배출한 최고의 명문가이기도 하다. 특히 세종대왕의 부인인 소헌황후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심부자의 재력은 9대 2만석으로, 해방 전 일제시대 때도 2만석을 했다고 한다. 조선팔도 어디를 가나 자기 땅이 없는 곳이 없었으며, 하루는 안사랑 마님 혼자서 집을 지키는데 한밤중에 도적떼가 몰려 들어 닥치는 대로 집을 부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때 백발의 안방 마님이 나와 물건을 훔치러 왔으면 냉큼 챙겨가지 왜 집을 부수냐며 나무라고는 직접 열쇠를 가지고 곡간을 열어 주었다고 한다. 그러자 수십명의 도둑들이 모두 한 짐씩 챙겨서 떠났고, 그 후 남은 돈으로 이 집을 지었다고 하니 얼마나 돈이 많았는지 가히 짐작이 간다.
"어마마마! 그간 강녕하셨는지요?"
얼마전에는 조선 세종대왕 때 만들어진 화포를 다룬 영화 신기전이 이 곳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예약을 통해 고택체험을 경험할 수도 있다.
글을 작성하다보니 새로운 한옥 상식을 알 수 있었다. 한옥의 화장실은 크게 뒷간, 측간, 통시로 나눠지는데 뒷간은 안채 뒤에 마련된 양반 여인 전용 화장실이고 측간은 사랑채 옆에 마련된 양반 남성 전용 화장실이다. 그리고 통시는 문간채에 마련된 하인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이라고 한다. 고로 남자가 뒷간에 간다고 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표현이다.
"피를 나눈 가족 임에도 각자 가는 길이 다르다!"
어느덧 날이 어두워졌고 배가 출출해지기 시작하였다. 아버지께서는 먼 길을 달려온 우리들을 위해 가장 맛있는 집으로 데려가주겠다며 큰소리치셨다.
"새로운 맛을 경험하리라!"
아버지가 데리고 우리를 데려간 곳은 달기약수터 근처에 위치한 닭백숙집이었다. 예로부터 달이 뜨는 곳이라 하여 달기골이라고 불리우는 약수터 주변에는 많은 닭백숙집이 모여 맛집촌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약수는 아무리 가물어도 사계절 나오는 양이 같고 엄동설한에도 얼지 않으며 빛과 냄새가 없다고 한다. 또한 위장병, 신경통 등에 효험이 높다고 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이다. 고로 약수물로 푹 고아 낸 닭백숙은 보약 그 자체이다.
"떡갈비는 잠시 잊어도 좋다!"
뼈를 발라낸 닭고기를 다져 직접 담근 고추장과 비장의 특급 양념을 버무려서 석쇠에 맛있게 구운 닭불고기,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절로 돌았다. 그동안 떡갈비는 종종 먹어보았지만 닭불고기는 처음이었기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맛을 보았다. 맛에 대한 평가는 그냥 최고라는 말 밖에 딱히 할 말이 없다.
"먹으면 원기옥 쏠 기세!"
산 좋고, 물 좋고 청송군에서 맛보는 닭백숙은 새해부터 원기보충을 제대로 시켜주었다.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 단란한 시간을 나눌 수 있어서 더욱 행복하였다. 어렸을 때는 가족끼리 자주 여행도 가며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는데, 언제부터인가 모두 뿔뿔히 흩어져서 안부 전하기에도 급급하다 보니 더욱 소중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1년 365일이 아버지 생신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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