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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갤러리 까페 미스홍!"
연말이 다가오니 곳곳에서 모임이 자주 열리고 있다. 얼마전 지인의 소개로 재미있는 사교모임을 동행취재할 수 있었다. 모임의 장소는 홍대역과 합정역 사이에 위치한 까페 미스홍이다. 적당한 크기의 카페는 요란스럽지 않아서 제일 마음에 들었다. 카페 내부에는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방문자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도대체 무슨 모임이예요?"
"대한민국 0.0001%의 위스키 모임이랍니다!"
"그 이름하여 SMWS!"
처음에는 몇번 설명을 듣고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SMWS? 무슨 반사회적인 단체같기도 한 이름이 나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정확한 풀네임은 The Scotch Malt Whisky Society라며 오세준 회장으로부터 직접 유래를 들을 수 있었다.
"직접 오크통을 구입해 병입해서 마시는게 포인트!"
1983년 한 그룹의 위스키 애호가들이 스카치 위스키의 대표적인 생산지인 스페이사이드 지방으로 여행을 갔다가 들린 한 증류소에서 우연찮게 위스키를 오크통 째로 구입하여 돌아왔다. 그 후 멤버 중의 한 사람이 자신의 집에서 파티를 하며 통을 열어 맛을 본 순간, 그들은 이제까지 자신들이 마셔왔던 위스키와 차원이 다른 위스키를 맛보게 되었고 그 뛰어난 품질에 감탄하였다고 한다.
그들은 그때부터 증류소로부터 직접 오크통을 구입하여 위스키를 병입하여 마시게 되었고 곧,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스코틀랜드 뿐만 아니라 미국, 아일랜드, 일본에 이르기까지 수출하게 되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4만 여명의 멤버가 가입되어 있으며 12개 지부가 위치하고 있다. 아직 한국은 정식 지부로 활동하지 못하고 일본 지부를 통해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회원 수는 약 70여명이라고 한다.
"모든 위스키는 멤버쉽 회원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SMWS에는 126개 증류소의 위스키 제품이 유통되고 있으며 멤버십 회원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까다롭다. 자세히 보면 위스키 라벨마다 일정 숫자가 기록되어 있는데, 오크 통을 확인하는 숫자와 오크 통에서 몇번째로 병입하였는 지를 나타내는 숫자이다. 모든 제품은 모두 한정판 빈티지며 한 하나의 오크통에서 만들어낸 캐스크 스트렝쓰 제품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정성이 장난이 아니네요?"
"감질나서 어디 먹겠어요?"
"그게 바로 매력이죠!"
사실 모임은 그동안 즐겨왔던 음주문화와는 매우 동 떨어지는 모습이다. 위스키는 주로 폭탄주 제조용으로 발군의 활약을 하며 술자리를 광란의 도가니로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SMWS에서는 위스키를 폭탄주로만 마시는 획일화된 술 문화를 버리고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며 몰트 위스키 특유의 맛을 즐기는 시간이다.
"소녀는 무슨! 아저씨들만!"
가볍게 마신 멤버들은 삼삼오오 모여 그동안 못나누었던 담소를 나누며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알고보니 매월 정기적인 시음회를 개최하고 있기에 다들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고 한다.
"고급위스키와 시가의 궁합은?"
특히 이 날은 위스키에 잘 어울리는 시가가 함께 하였다. KT&G의 프리미엄 신제품 보헴 시가마스터이다. 실제로 쿠바산 시가잎이 36% 함유되어 있어 제대로 된 시가의 맛과 향을 구현하였다고 한다. 시가는 중국 유학시절, 몇번 구입해 보았는데 아무리봐도 그 때는 모두 짝퉁이었던 거 같다. 보헴 시가마스터가 훨씬 마일드하고 부드러웠다.
잭다니엘에 콜라를 타마시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된 것처럼 위스키를 마실 때는 보헴 시가마스터가 잘 어울린다고 하였다.
"오늘의 하일라이트!"
모임의 막바지에 다다르자, 다들 자리에 착석하여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고보니 모임을 하고 남은 제품들은 회원들끼리 경매를 통해 처리한다고 하였다. 사실 사진 속의 위스키들은 몸값이 모두 장난이 아니었다. 보통 10-30만원대의 고가 제품들로 애주가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이름 또한 위스키 초보인 나에게는 마치 암호와도 같았다.
1. Macallan (Speyside) 1990-19 yo
2. Glenmorangie (Highland) 1991-18 yo
3. Arran (Island) 2002-7 yo
4. Glenscotia (Campeltown) 1999-10 yo
5. Rosebank (Lowland) 1989-20 yo
6. Bowmore (Islay) 1999-11yo
"자자! 80%으로 남은 글렌모렌지! 최초 만원부터 갑니다!"
"만원!"
"2만원!"
"3만원!"
순간, 내 옆에서 묵묵히 사진을 찍던 한 아저씨가 위풍당당하게 손을 들더니 발언 기회를 달라고 하였다. 무슨 사연이고 하니, 대뜸 자기는 24살이라며 대학생이라고 하였다. 순간 모임장에 있던 멤버들은 모두 믿을 수 없다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무리봐도 내 또래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SMWS의 멋진 문화를 캠퍼스에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고로 제가 꼭 구입하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봐주지 않겠다! 자네 현찰은 충분한가? "
"..........."
"아주라! 아주라! 아주라!"
그렇게 멤버들은 대학생에게 마지막 남은 위스키를 양보하고 모임은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분명히 우리가 평소 마시는 음주문화와는 달랐다. 혈기 왕성한 시절, 아침해 뜰 때까지 마시며 달리는 행위는 이제 격한 부담으로 찾아온다. 언제부터인가 조용하게 즐기며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술자리를 더욱 선호하게 된다.
멋진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몰트 위스키 한 잔! 끌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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