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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대학로를 걷는 남자!"
지난주, 취재가 있어서 고려대를 방문하였다. 무사히 취재를 마치고 일행과 대학로에서 헤어졌다. 다음 스케쥴은 강남이었기 때문에 지하철역으로 부지런히 발걸음 재촉하였다. 오랜만에 들린 대학로, 마침 하늘에서는 비가 시원하게 내리고 있었다. 근데, 평소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온 천지가 경찰이야!"
대학로는 형광색 우비를 입은 전, 의경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대충 보아도 수천명은 족히 넘었다.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총 101개 중대 9000여명의 경찰병력이 투입된 작전이었다고 한다. 서울 시민들에게는 익숙한 집회현장이겠지만, 나에게는 다소 생소하였다. 문득, 김교수님이 떠올랐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위현장에 나가 사진을 찍었어요!"
2010/02/04 - [가츠의 옛날이야기] - 가츠의 옛날이야기, 김상훈 교수님
"생생한 현장을 담을 수 있을거야!"
비가 내려서 그냥 가는 길을 계속 갈까? 라는 생각도 하였지만, 그들의 이해관계를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었다. 당시에는 어떤 집회인 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이기에 나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한 손에는 우산, 다른 한 손에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그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갔다.
그 곳에는 전경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었다. 사실 나는 평소 전경들의 생각하면 무척 안쓰럽다. 의경과는 달리, 본인의 결정으로 경찰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군인이 되기 위해 입대하였는데, 훈련소에서 경찰 병력으로 차출되어 시위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분명히 본인 선택한 것과 안한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비 오는 날은 좀 하지 말지!"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무겁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언제 비상상황이 발생할 지 모르기에 매순간 방심할 수 없는 것이다. 그제서야 옆에 서 있는 여경에게 질문을 하였다.
"근데 오늘 무슨 집회인가요?"
"건설노조요!"
건설노조라고 하면 민주노총 산하의 전국건설노동조합이다. 이 날 상경한 7천 여명이 모인 가운데 노조탄압 중단과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을 촉구하는 총파업 및 총력투쟁 결의대회였다. 그러고 보니, 뉴스에서 본 거 같기도 하였다.
그 때, 입구 쪽에서 고성이 오가며 몸싸움이 일어났다. 4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마로니에 공원에 아직 입장하지 못한 노조원들이 출입을 제지하는 경찰들과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대기! 대기!"
하지만 천안함 사건으로 전국이 추모하고 있는 와중에 경찰 측도, 노조 측도 최대한 자제를 하며 차분한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었다. 행여 불법 집회로 이어진다면, 시민들이 보는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안그래도 비 오는 날, 멀쩡한 인도를 놔두고 차가 다니는 도로로 이동하는 불편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지 아니한가?
좀 더 생생한 현장을 찍기 위해 통제선을 넘어 노조원들 사이로 들어갔다. 다들 나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계속 들어갈 수 있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과 외치는 구호를 들어 보니, 집회 내용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주된 내용은 특수고용 노동권 보장이었다.
덤프트럭과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지난 10년 동안 노조를 결성하고 활동했는데 갑자기 정부가 이들의 가입을 문제 삼아 전국건설노조 대표자 변경신고를 반려하면서 이에 대한 항의성 결의 대회였다.
"건설노조 바로 세워 인간답게 살아보자!"
그들은 결의 찬 표정으로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사회는 항상 흑과 백이 존재한다. 흑의 입장에서는 백을 이해할 수 없고, 백의 입장에서는 결코 흑을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만 회색인 나같은 인간은 흑의 입장에서 보면 흑이 될 수도 있고, 백의 입장에서 보면 백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누가 옳은 건지 시원하게 말할 수 없다.
그저 묵묵히 그들의 의견을 다 들어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사진을 담으며 촬영에 집중하였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무대 앞쪽, 아니 무대에 올라가는 마지막 계단까지 당도하였다.
"헐! 내가 무슨 시사 블로거 아니고! 이거 너무 오버했어! ㄷㄷㄷ"
그렇게 나는 어느 순간, 수 만여명이 웅집한 집회 현장 한 가운데 우뚝 서 있었다. 노조원들과 경찰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물론 나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괜시리 어색하였다.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고, 그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싶었지만, 약속시간이 다가왔기에 서둘러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두 집단,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데 또 한편으로는 묘하게 어울렸다. 그 날 저녁, 뉴스에서는 별다른 충돌없이 무사히 집회가 끝났다는 멘트가 나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었다.
다행이다.
"온 천지가 경찰이야!"
대학로는 형광색 우비를 입은 전, 의경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대충 보아도 수천명은 족히 넘었다.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총 101개 중대 9000여명의 경찰병력이 투입된 작전이었다고 한다. 서울 시민들에게는 익숙한 집회현장이겠지만, 나에게는 다소 생소하였다. 문득, 김교수님이 떠올랐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위현장에 나가 사진을 찍었어요!"
2010/02/04 - [가츠의 옛날이야기] - 가츠의 옛날이야기, 김상훈 교수님
"생생한 현장을 담을 수 있을거야!"
비가 내려서 그냥 가는 길을 계속 갈까? 라는 생각도 하였지만, 그들의 이해관계를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었다. 당시에는 어떤 집회인 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이기에 나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한 손에는 우산, 다른 한 손에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그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갔다.
그 곳에는 전경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었다. 사실 나는 평소 전경들의 생각하면 무척 안쓰럽다. 의경과는 달리, 본인의 결정으로 경찰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군인이 되기 위해 입대하였는데, 훈련소에서 경찰 병력으로 차출되어 시위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분명히 본인 선택한 것과 안한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비 오는 날은 좀 하지 말지!"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무겁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언제 비상상황이 발생할 지 모르기에 매순간 방심할 수 없는 것이다. 그제서야 옆에 서 있는 여경에게 질문을 하였다.
"근데 오늘 무슨 집회인가요?"
"건설노조요!"
건설노조라고 하면 민주노총 산하의 전국건설노동조합이다. 이 날 상경한 7천 여명이 모인 가운데 노조탄압 중단과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을 촉구하는 총파업 및 총력투쟁 결의대회였다. 그러고 보니, 뉴스에서 본 거 같기도 하였다.
그 때, 입구 쪽에서 고성이 오가며 몸싸움이 일어났다. 4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마로니에 공원에 아직 입장하지 못한 노조원들이 출입을 제지하는 경찰들과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대기! 대기!"
하지만 천안함 사건으로 전국이 추모하고 있는 와중에 경찰 측도, 노조 측도 최대한 자제를 하며 차분한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었다. 행여 불법 집회로 이어진다면, 시민들이 보는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안그래도 비 오는 날, 멀쩡한 인도를 놔두고 차가 다니는 도로로 이동하는 불편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지 아니한가?
좀 더 생생한 현장을 찍기 위해 통제선을 넘어 노조원들 사이로 들어갔다. 다들 나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계속 들어갈 수 있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과 외치는 구호를 들어 보니, 집회 내용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주된 내용은 특수고용 노동권 보장이었다.
덤프트럭과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지난 10년 동안 노조를 결성하고 활동했는데 갑자기 정부가 이들의 가입을 문제 삼아 전국건설노조 대표자 변경신고를 반려하면서 이에 대한 항의성 결의 대회였다.
"건설노조 바로 세워 인간답게 살아보자!"
그들은 결의 찬 표정으로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사회는 항상 흑과 백이 존재한다. 흑의 입장에서는 백을 이해할 수 없고, 백의 입장에서는 결코 흑을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만 회색인 나같은 인간은 흑의 입장에서 보면 흑이 될 수도 있고, 백의 입장에서 보면 백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누가 옳은 건지 시원하게 말할 수 없다.
그저 묵묵히 그들의 의견을 다 들어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사진을 담으며 촬영에 집중하였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무대 앞쪽, 아니 무대에 올라가는 마지막 계단까지 당도하였다.
"헐! 내가 무슨 시사 블로거 아니고! 이거 너무 오버했어! ㄷㄷㄷ"
그렇게 나는 어느 순간, 수 만여명이 웅집한 집회 현장 한 가운데 우뚝 서 있었다. 노조원들과 경찰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물론 나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괜시리 어색하였다.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고, 그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싶었지만, 약속시간이 다가왔기에 서둘러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두 집단,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데 또 한편으로는 묘하게 어울렸다. 그 날 저녁, 뉴스에서는 별다른 충돌없이 무사히 집회가 끝났다는 멘트가 나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었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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