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OG
  • TAG
  • MEDIA
  • GUESTBOOK
 

가츠의 취재이야기, 건설노조

가츠의 옛날이야기 2010. 5. 3. 06:14

반응형

"비 내리는 대학로를 걷는 남자!"
 
지난주, 취재가 있어서 고려대를 방문하였다. 무사히 취재를 마치고 일행과 대학로에서 헤어졌다. 다음 스케쥴은 강남이었기 때문에 지하철역으로 부지런히 발걸음 재촉하였다. 오랜만에 들린 대학로, 마침 하늘에서는 비가 시원하게 내리고 있었다. 근데, 평소 풍경과는 사뭇 달랐다.




"온 천지가 경찰이야!"

대학로는 형광색 우비를 입은 전, 의경들로 가득 차 있었다. 대충 보아도 수천명은 족히 넘었다. 나중에 확인해본 결과 총 101개 중대 9000여명의 경찰병력이 투입된 작전이었다고 한다. 서울 시민들에게는 익숙한 집회현장이겠지만, 나에게는 다소 생소하였다. 문득, 김교수님이 떠올랐다.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위현장에 나가 사진을 찍었어요!"

2010/02/04 - [가츠의 옛날이야기] - 가츠의 옛날이야기, 김상훈 교수님




"생생한 현장을 담을 수 있을거야!"

비가 내려서 그냥 가는 길을 계속 갈까? 라는 생각도 하였지만, 그들의 이해관계를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었다. 당시에는 어떤 집회인 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이기에 나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한 손에는 우산, 다른 한 손에는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그들 사이를 헤집고 들어갔다.

그 곳에는 전경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었다. 사실 나는 평소 전경들의 생각하면 무척 안쓰럽다. 의경과는 달리, 본인의 결정으로 경찰이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군인이 되기 위해 입대하였는데, 훈련소에서 경찰 병력으로 차출되어 시위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분명히 본인 선택한 것과 안한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비 오는 날은 좀 하지 말지!"

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무겁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언제 비상상황이 발생할 지 모르기에 매순간 방심할 수 없는 것이다. 그제서야 옆에 서 있는 여경에게 질문을 하였다.

"근데 오늘 무슨 집회인가요?"

"건설노조요!"

건설노조라고 하면 민주노총 산하의 전국건설노동조합이다. 이 날 상경한 7천 여명이 모인 가운데 노조탄압 중단과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을 촉구하는 총파업 및 총력투쟁 결의대회였다. 그러고 보니, 뉴스에서 본 거 같기도 하였다.

그 때, 입구 쪽에서 고성이 오가며 몸싸움이 일어났다. 4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마로니에 공원에 아직 입장하지 못한 노조원들이 출입을 제지하는 경찰들과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대기! 대기!"

하지만 천안함 사건으로 전국이 추모하고 있는 와중에 경찰 측도, 노조 측도 최대한 자제를 하며 차분한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었다. 행여 불법 집회로 이어진다면, 시민들이 보는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안그래도 비 오는 날, 멀쩡한 인도를 놔두고 차가 다니는 도로로 이동하는 불편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지 아니한가?




좀 더 생생한 현장을 찍기 위해 통제선을 넘어 노조원들 사이로 들어갔다. 다들 나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계속 들어갈 수 있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피켓과 외치는 구호를 들어 보니, 집회 내용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주된 내용은 특수고용 노동권 보장이었다.

덤프트럭과 레미콘 지입차주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지난 10년 동안 노조를 결성하고 활동했는데 갑자기 정부가 이들의 가입을 문제 삼아 전국건설노조 대표자 변경신고를 반려하면서 이에 대한 항의성 결의 대회였다.





"건설노조 바로 세워 인간답게 살아보자!"

그들은 결의 찬 표정으로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사회는 항상 흑과 백이 존재한다. 흑의 입장에서는 백을 이해할 수 없고, 백의 입장에서는 결코 흑을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만 회색인 나같은 인간은 흑의 입장에서 보면 흑이 될 수도 있고, 백의 입장에서 보면 백이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누가 옳은 건지 시원하게 말할 수 없다.

그저 묵묵히 그들의 의견을 다 들어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사진을 담으며 촬영에 집중하였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무대 앞쪽, 아니 무대에 올라가는 마지막 계단까지 당도하였다.

"헐! 내가 무슨 시사 블로거 아니고! 이거 너무 오버했어! ㄷㄷㄷ"

그렇게 나는 어느 순간, 수 만여명이 웅집한 집회 현장 한 가운데 우뚝 서 있었다. 노조원들과 경찰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물론 나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괜시리 어색하였다.





빗줄기는 더욱 거세졌고, 그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싶었지만, 약속시간이 다가왔기에 서둘러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두 집단,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데 또 한편으로는 묘하게 어울렸다. 그 날 저녁, 뉴스에서는 별다른 충돌없이 무사히 집회가 끝났다는 멘트가 나의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해주었다.

다행이다.



추천 쾅
반응형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가츠의 옛날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츠의 옛날이야기, 플랜코리아  (168) 2010.05.31
가츠의 옛날이야기, 캐논플렉스  (145) 2010.05.06
가츠의 옛날이야기, 중간고사 下편  (143) 2010.04.28
가츠의 옛날이야기, 중간고사 上편  (195) 2010.04.27
당신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210) 2010.04.13


가츠의 취재이야기, 건설노조, 결의대회, 경찰, 대치, 대학로, 리얼로그, 마로니에공원, 민주노총, 악랄가츠, 의경, 이슈, 전경, 전국건설노조, 집회, 총파업, 취재이야기
AND COMMENT 155
YOUR COMMENT IS THE CRITICAL SUCCESS FACTOR FOR THE QUALITY OF BLOG POST
  1. 이전 댓글 더보기


POWERED BY DAUM & TISTORY | E-MAIL REALOG@NAVER.COM | IS Base Renewal
COPYRIGHT ⓒ 악랄가츠, ALL RIGHTS RESERVED. CONTACT BLOGGER.
블로그 이미지
빡세게 유쾌하고 겁나게 발랄한 청춘의 비망록
by 악랄가츠
  • 악랄가츠의 리얼로그 연락처
  • 악랄가츠의 리얼로그 프로필

ARTICLE CATEGORY

악랄가츠의 리얼로그 (1813)
가츠의 프로필&연락처 (2)
가츠의 군대이야기 (170)
가츠의 육군이야기 (135)
가츠의 문화이야기 (217)
가츠의 식탐이야기 (56)
가츠의 모터이야기 (54)
가츠의 게임이야기 (59)
가츠의 옛날이야기 (87)
가츠와 꼬미이야기 (66)
가츠가 만난사람들 (56)
가츠의 리뷰이야기 (307)
가츠의 스마트기기 (222)
가츠의 IT이야기 (139)
가츠의 보물창고 (64)
옐의 신혼이야기 (1)
가츠의 여행이야기 (151)
대한민국 여행기 (68)
유럽 런던취재기 (5)
미국 CES 2014 (8)
아시아 일본원정대 (4)
아시아 홍콩원정대 (6)
아시아 태국허니문 (4)
캐나다 끝발원정대 (34)
남아공 붉은원정대 (8)
퀸즐랜드 액티비티 (13)

RECENT ARTICLE

  • 면세점 화장품 쇼핑코스 추천! 롯데면세점 스타에비뉴 코너 블루밍뷰티! 9
  • 스타일리쉬한 뉴요커의 전자담배! 카트리지 교체형 전담 픽스 사용법! 2
  • 모든 이웃이 즐거운 세상! 롯데 플레저박스를 아시나요? aka 롯데 사회공헌활동 4
  • 북유럽 갬성 블루투스 이어폰 추천! 수디오 니바(sudio NIVA) 개봉기! 6
  • 초경량 무선 게이밍 마우스의 진화! 로지텍 G304 10
  • 피파온라인4 게이밍 키보드 추천! 로지텍 G613 6
  • 무선 기계식 키보드 로지텍 G613 사용기! 5
  • 배틀그라운드 무선 마우스 추천! 로지텍 G304 화이트 16
  • 디자인까지 잡은 초소형 무선 이어폰! 디어이어 오밸(Dearear OVAL) 사용기! 2
  • 배틀그라운드 게이밍 마우스 추천! 무선으로 즐기는 로지텍 G603 사용기! 6
  • 무선 게이밍 마우스 추천! 배터리 걱정 없는 로지텍 G603 14
  • 게이머를 위한 7.1채널 헤드셋 추천! 로지텍 G533 사용기! 17
  • 무선청소기 추천! LG 코드제로 T9으로 청소가 즐거워지다! 4
  • 디자인도 편의성도 모두 챙긴 무선청소기! LG 코드제로 T9 10
  • 배틀그라운드 준비물 추천! 무선 게이밍 헤드셋 로지텍 G533 6
  • 롯데월드타워 미술관 데이트 어때? 롯데뮤지엄 전시회 댄 플래빈, 위대한 빛 4
  • 체리 청축 기계식 키보드 추천! 로지텍 G610의 매력은? 10
  • 배틀그라운드 게이밍 키보드 추천! 로지텍 G610 사용기! 22
  •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한 롯데하이마트 옴니스토어 구리역점 방문기! 10
  • 롯데홈쇼핑 반려동물쇼핑몰 코코야(COCOYA) 만나보개! 14
  • 반가워 코리토리! KT 대표 캐릭터 가즈아! 20
  • 배틀그라운드 게이밍 마우스 추천! 로지텍 G703 라이트스피드 사용기! 12
  • 아직도 몰랐어? KT 배터리 절감 기술로 더욱 빵빵하게! 22
  • 롯데그룹과 구세군이 함께하는 마음온도 37℃ 캠페인을 아시나요? 12
  • 무선청소기 추천! LG 코드제로 T9의 초간단 배터리 충전과 청소기 관리법! 4

COUNTER


RECENT COMMENT

  • 하트하고 가요.
  • 후임같은데 반갑네^^
  • 03군번입니다. 군시절 지금 생각해보니 고참들께는 다시⋯
  • 동기네 누구냐
  • 혹시 이제품을 가지고 계신다면 010 71115473으⋯
  • 저도 저기에 있겠네요 .. 05 군번 ㅎㅎㅎ 저는 77⋯
  • 14년도 해당부대에서 제대했고요 사병은 전투지원도 합⋯
  • 오케이광자매 이광식 오로라공주 전소민 하나뿐인내편 김도⋯
  • 나도여자랍니다 장나라 인생연습 한가빈 이못난사랑아 박강⋯
  • 대박 전 곽필주 행보관님 밑에서 군생활...사병 생활도⋯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