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OG
  • TAG
  • MEDIA
  • GUESTBOOK
 

가츠의 군대이야기, 도장

가츠의 군대이야기 2010. 1. 19. 06:29

반응형


지난 글보기

[가츠의 군대이야기 다시보기]
[가츠의 옛날이야기 다시보기]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밤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유난히 몸과 마음이 무거웠다. 특히, 월요일은 다른 날보다 곱절로 피곤하였다. 평소 초낙천적인 뇌세포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였지만, 최근들어 신경 쓸 일이 많아서인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문득,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았다.

"우와!"




도심의 아파트 위로 초승달이 멋드러지게 누워 있었다. 부랴부랴 차를 세우고 한 컷 찍어보았다. 아쉽게도 망원렌즈와 삼각대가 없어서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자세히 보면 초승달 위에서 토끼가 열심히 절구통을 찧고 있었다.

"그래! 토끼도 먹고 살자고 저렇게 열심히 방아 찧고 있는데, 나도 최선을 다하자!"

멋진 초승달을 보며 다시 각오를 다진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내일 올릴 포스팅을 하기 위해 일단 컴퓨터 전원부터 켰다. 어느새 하루를 마감하는 중요한 일과가 되어버린 블로깅이다. 가끔은 피곤한 나머지 바로 침대 속으로 들어가서 기절하는 날도 있지만, 왠만하면 꼭 작성할려고 노력한다. 오늘은 서론이 너무 긴 거 같다. 바로 본론으로 고고씽!




나에게는 2개의 도장이 있다. 케이스도 모양도 재질도 전혀 다른 도장이지만, 한 가지 공통 분모가 있다. 군대이야기니깐 당연히 답은 군대이다.

왼쪽 편에 보이는 도장은 37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역을 한 달 앞둔 나는 어느 때처럼 시계만 바라보며 시체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옆에서 나와 같이 시체놀이를 하고 있는 3개월 후임인 배병장이 보였다. 사실, 나는 닉네임인 '악랄가츠'와는 어울리지 않게 후임들에게 악랄하게 굴지 않았다.

"그건 니 생각이고!"

그래 다시 고쳐말해보자. 나는 악랄하게 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후임들은 유난히 나를 무서워하였고, 잘 따랐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마 타고난 외모때문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나이도 꽤나 많은 편에 속했고, 덩치도 좋았다.

"다 필요없고, 니 인상이 겁나 험악했어!"

아무튼 나는 누구보다도 편하게 후임들의 보필을 받으며 말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루한 나머지 옆에 있는 배병장에게 장난을 걸었다. 그러고보면, 나는 배병장을 참 많이 갈궜다. 그것도 진심으로 말이다. 계급사회인 군대이다보니 선후임간의 지적과 갈굼은 하루에도 수십번 일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유독 배병장에게만 진심으로 갈군 적이 많은 거 같았다.

물론, 배병장이 혼날만한 짓을 많이 하였다. 가끔은 묻어버리고 싶은 적도 많았고, 살인충동도 많이 느꼈다. 그렇다고 어리숙한 고문관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조직사회에 아주 잘 적응하는 전형적인 인간이랄까? 사실 생각해보면 그의 모습에서 내가 보였기 때문에 유독 심하게 갈군 거 같았다. 배병장은 나를 무척 많이 닮았다.

"전 세상에서 가츠병장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나와 같이 생활하는 배병장의 속마음이 아닐까? 그만큼 나는 항상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보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회심의 드롭킥을 선사하였다. 그렇게 배병장은 전입오자마자 1년 8개월을 나와 같이 지냈다. 얼마나 힘들어겠는가? 그와 나의 차이점이라면, 나는 완전범죄를 구사하였고, 그는 나에게 항상 범죄가 발각되었다는 것이다.




"군대인지 경찰서인지 분간이 안되었습니다. 향숙이 예뻤다? 아닙니다! 가츠는 악랄했다!"

어찌되었건 배병장에게 나는 눈엣가시였음에 틀림없었다. 나만 없었다면, 훨씬 편하게 군생황을 할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도 나도 병장이 되었다. 이제는 서로 집에 갈 날만 기다리며 시체놀이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가츠병장님! 한자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왜? 이색히! 전역하면 내가 괴롭혔다고 소송걸려는 거 아냐?"

"..............."

얼마 후, 배병장은 휴가를 나갔다가 돌아왔다. 점호 청소시간, 나는 공원에서 담배를 피며 멍 때리고 있었는데, 휴가복귀를 한 배병장이 나에게 주삣거리며 다가왔다.

"아따! 무슨 군디스를 태우고 계십니까? 안습입니다! 안습!"

"이게 또 개념없이 까분다! 확!"

"워워! 제가 그래서 우리 가츠병장님을 위해 던힐을 준비했지 말입니다!"

"개...개념 있는 녀석!"

"하하! 개념은 이미 충만하지 말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배병장은 바지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내 앞으로 내밀었다. 그것은 바로 내 한자이름이 새겨진 도장이었다. 며칠전 내 생일이었는데, 휴가 나간 김에 선물삼아 사가지고 온 거였다.

"후훗! 고이고이 간직하십시오! 볼 때마다 제 생각날 거라능!"

"..............."




두번째 도장은 며칠 전에 받았다. 얼마 전, 역시 나의 생일이었는데, 포병학교에서 경리병으로 근무하고 있는 동생이 휴가를 나오면서 가지고 온 것이다. 경리과에서 근무하다보니, 외부업체 직원이 자주 방문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특별히 나를 위해 거금을 들여 주문하였다고 하였다.

"형! 이거 완전 백프로 주문제작 한정판이거든!"

괜히 엊그제, 동생에게 한우를 먹인 게 아니었다.

2010/01/18 - [가츠의 옛날이야기] - 가츠의 옛날이야기, 한우
 




지금 이시간, 나랑 신나게 놀다가 휴가복귀를 앞두고 내 방 침대에서 곤히 잠든 동생의 얼굴과 군 시절 찍은 한 장의 사진이 나로 하여금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정말 서정적인 밤이예요!"


< 훈련출발 앞둔 어느 날, 왼쪽부터 배병장, 가츠, 윤병장 >




반응형

'가츠의 군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츠의 군대이야기, 총기탈취 上편  (201) 2010.02.01
가츠의 군대이야기, 군가  (316) 2010.01.21
가츠의 군대이야기, 사단장  (288) 2010.01.14
가츠의 군대이야기, 전차중대  (224) 2010.01.13
가츠의 군대이야기, 혹한기훈련 완결편  (263) 2010.01.06


2개, 가츠의 군대이야기, 군대이야기, 눈엣가시, 도장, 동생, 리얼로그, 배병장, 블로그, 블로깅, 사진, 살인의 추억, 생일선물, 선물, 악랄가츠, 완전범죄, 윤병장, 이슈, 초승달, 추억, 휴가
AND COMMENT 213
YOUR COMMENT IS THE CRITICAL SUCCESS FACTOR FOR THE QUALITY OF BLOG POST
  1. 이전 댓글 더보기


POWERED BY DAUM & TISTORY | E-MAIL REALOG@NAVER.COM | IS Base Renewal
COPYRIGHT ⓒ 악랄가츠, ALL RIGHTS RESERVED. CONTACT BLOGGER.
블로그 이미지
빡세게 유쾌하고 겁나게 발랄한 청춘의 비망록
by 악랄가츠
  • 악랄가츠의 리얼로그 연락처
  • 악랄가츠의 리얼로그 프로필

ARTICLE CATEGORY

악랄가츠의 리얼로그 (1813)
가츠의 프로필&연락처 (2)
가츠의 군대이야기 (170)
가츠의 육군이야기 (135)
가츠의 문화이야기 (217)
가츠의 식탐이야기 (56)
가츠의 모터이야기 (54)
가츠의 게임이야기 (59)
가츠의 옛날이야기 (87)
가츠와 꼬미이야기 (66)
가츠가 만난사람들 (56)
가츠의 리뷰이야기 (307)
가츠의 스마트기기 (222)
가츠의 IT이야기 (139)
가츠의 보물창고 (64)
옐의 신혼이야기 (1)
가츠의 여행이야기 (151)
대한민국 여행기 (68)
유럽 런던취재기 (5)
미국 CES 2014 (8)
아시아 일본원정대 (4)
아시아 홍콩원정대 (6)
아시아 태국허니문 (4)
캐나다 끝발원정대 (34)
남아공 붉은원정대 (8)
퀸즐랜드 액티비티 (13)

RECENT ARTICLE

  • 면세점 화장품 쇼핑코스 추천! 롯데면세점 스타에비뉴 코너 블루밍뷰티! 9
  • 스타일리쉬한 뉴요커의 전자담배! 카트리지 교체형 전담 픽스 사용법! 2
  • 모든 이웃이 즐거운 세상! 롯데 플레저박스를 아시나요? aka 롯데 사회공헌활동 4
  • 북유럽 갬성 블루투스 이어폰 추천! 수디오 니바(sudio NIVA) 개봉기! 6
  • 초경량 무선 게이밍 마우스의 진화! 로지텍 G304 10
  • 피파온라인4 게이밍 키보드 추천! 로지텍 G613 6
  • 무선 기계식 키보드 로지텍 G613 사용기! 5
  • 배틀그라운드 무선 마우스 추천! 로지텍 G304 화이트 16
  • 디자인까지 잡은 초소형 무선 이어폰! 디어이어 오밸(Dearear OVAL) 사용기! 2
  • 배틀그라운드 게이밍 마우스 추천! 무선으로 즐기는 로지텍 G603 사용기! 6
  • 무선 게이밍 마우스 추천! 배터리 걱정 없는 로지텍 G603 14
  • 게이머를 위한 7.1채널 헤드셋 추천! 로지텍 G533 사용기! 17
  • 무선청소기 추천! LG 코드제로 T9으로 청소가 즐거워지다! 4
  • 디자인도 편의성도 모두 챙긴 무선청소기! LG 코드제로 T9 10
  • 배틀그라운드 준비물 추천! 무선 게이밍 헤드셋 로지텍 G533 6
  • 롯데월드타워 미술관 데이트 어때? 롯데뮤지엄 전시회 댄 플래빈, 위대한 빛 4
  • 체리 청축 기계식 키보드 추천! 로지텍 G610의 매력은? 10
  • 배틀그라운드 게이밍 키보드 추천! 로지텍 G610 사용기! 22
  •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한 롯데하이마트 옴니스토어 구리역점 방문기! 10
  • 롯데홈쇼핑 반려동물쇼핑몰 코코야(COCOYA) 만나보개! 14
  • 반가워 코리토리! KT 대표 캐릭터 가즈아! 20
  • 배틀그라운드 게이밍 마우스 추천! 로지텍 G703 라이트스피드 사용기! 12
  • 아직도 몰랐어? KT 배터리 절감 기술로 더욱 빵빵하게! 22
  • 롯데그룹과 구세군이 함께하는 마음온도 37℃ 캠페인을 아시나요? 12
  • 무선청소기 추천! LG 코드제로 T9의 초간단 배터리 충전과 청소기 관리법! 4

COUNTER


RECENT COMMENT

  • 하트하고 가요.
  • 후임같은데 반갑네^^
  • 03군번입니다. 군시절 지금 생각해보니 고참들께는 다시⋯
  • 동기네 누구냐
  • 혹시 이제품을 가지고 계신다면 010 71115473으⋯
  • 저도 저기에 있겠네요 .. 05 군번 ㅎㅎㅎ 저는 77⋯
  • 14년도 해당부대에서 제대했고요 사병은 전투지원도 합⋯
  • 오케이광자매 이광식 오로라공주 전소민 하나뿐인내편 김도⋯
  • 나도여자랍니다 장나라 인생연습 한가빈 이못난사랑아 박강⋯
  • 대박 전 곽필주 행보관님 밑에서 군생활...사병 생활도⋯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