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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의 아침이 밝았다. 무척이나 추웠던 지난 밤, 너무 과도하게 달린 탓일까? 새해부터 늦잠을 자버렸다.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침대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딩동~♪"
휴대폰에는 새해를 알려 주는 지인의 안부인사가 도착해 있었다.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를 볼 수 있다는 간절곶에서 도착한 해돋이 사진을 보며, 2010년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간절곶은 영일만의 호미곶보다 1분 빠르게, 강릉의 정동진보다도 5분 빨리 해돋이가 시작된다고 하였다.
쓰린 속을 달래며 냉장고로 기어가서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시원한 냉수가 몸 속으로 들어오자 정신이 확 들었다. 그러나 이제 새해연휴 첫째날이다. 아직 달려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았다. 아니나 다를까? 휴대폰이 울리더니 승재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가츠! 어디야? 경주왔어?"
"계속 있었거든!"
"암튼 이따가 나와!"
다들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고 있었기에,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었다.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지만, 악랄패밀리는 총 7명의 고등학교 친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다들 사는게 바쁘다 보니, 최근에는 좀처럼 다 보일 기회가 없다. 그나마 오늘은 나를 포함하여 4명이 모일 수가 있었다. 과반수는 넘었으니, 어느정도 선방하였다.
"오늘은 끝까지 달릴 수 있나? 또 나중에 징징 짜지말고!"
"또또 까분다! 너나 울지마!"
아니나 다를까? 만나자마자 티격태격 거렸다. 이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긴장을 늦출 수가 없게 만든다. 잠깐이라도 멍때리고 있으면, 무차별 갈굼이 집중포화된다. 그러나 어설픈 말장난과 개그에는 모두 냉정하기 때문에 되려 반격을 당하기 일쑤다. 어찌 되었건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유쾌 그 자체이다.
1차에서 가볍게 맥주를 마신 우리들은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된다. 근처에 있는 곱창집으로 향하면서, 무언가 재미있는 것이 없을까? 고민을 하였다.
"근데 술만 먹기에는 좀 허전한데?"
"맞제?"
"그리고 너무 배불러! 소화를 시켜야 되는데!"
"무엇을 원하는거야?"
"나...나이트!"
"코오올!"
누구 입에서 먼저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구동성으로 나이트를 연호하였다. 오랫만에 의기투합된 우리들은 곱창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배는 충분히 불렀지만, 아직 나이트를 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퐈이어!"
"아나 지금 머하자는 거임? 손 어쩔? 영화 너무 많이 봤어!"
".........."
"이거라도 들고 있어!"
다들 한껏 신났다. 술도 어느 정도 취했고, 맛있는 것도 잔뜩 먹었다. 그리고 너무 오랫만에 만났다. 학창시절에는 매일같이 지겹도록 봐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일년에 한번 보기도 힘들어졌다. 물론, 무엇보다도 나이트를 가기로 했기에 더욱 들떠 있었다.
"근데 오늘은 예쁜 누나들 많을까? 방학해서 다들 집에 간 거 아냐?"
"음! 그럴 수도 있겠다!"
"하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우린 늘 우리끼리 놀았잖아!"
"그런 말 하지마! 우리가 우리끼리 놀고 싶어서 논 게 아니잖아! 괜히 슬퍼져!"
"오늘은 나만 믿어!"
"아 됐고! 당신은 제발 자지나 마! 나이트가 안방인줄 알어!"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자정이 훌쩍 넘었다. 술도 얼큰하게 취하였고, 배는 터질 것만 같았다. 이제 소화를 시키러 가야할 시간이다.
곱창집을 나와, 나이트로 향하였다. 다들 정말 오랫만에 가보는 거 같았다. 멀리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까워질 수록,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앞서가던 그들은 어느새 스텝을 밟고 있었다.
"우리 지금 나이트 간다고! 저질 스텝따윈 밟지 말라고! 제발!"
입구에 도착하자, 덩치 좋은 아저씨가 연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린 싼 남자들이 아니다. 사뭇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마치 갈 마음이 없다는 냥, 고개를 가로지으며 손사래쳤다.
"놀다 가세요!"
"저희 그런 사람 아닙니다!"
"왜 이래요? 오늘 물 지대론데! 진짜 미어터져요! 후회 안합니다!"
"좋...좋아요?"
"에이 속고만 살았나! 얼른 올라가세요! 4분 올라가신다!"
다 필요없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린 속고만 살았다. 삐까번쩍한 나이트 내부에는 분명히 사람들로 미어터지긴 하였다. 문제는 죄다 남자사람이었다. 흡사 군부대 단합대회를 보는 거 같았다.
"제대로 낚였어! 어흐흑흑ㅜㅜ"
얼마후, 인근 꼬치집에서 한 명의 낙오자없이 사이좋게 꼬치를 뜯고 있는 남자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우리의 우정은 영원하리라!"
추천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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