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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기사를 보다가 화이트크리스마스 소식을 들었다. 눈 오는 크리스마스라? 하늘이 나에게 제대로 도전장을 던지는건가? 안 그래도 우울한데 더 우울해졌다. 그래도 눈 오는 크리스마스날 제설작업하는 군인들을 생각하며 애써 마음을 추스렸다.
"뭔가 계획을 세워야겠어!"
알찬 연말을 보내기 위해, 컴퓨터 옆에 있는 달력을 보았다. 어느새 달력은 마지막 한 장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달력을 보다가 훈훈한 소녀시대가 보였다. 작년 이맘 때, 아무 생각없이 치킨을 시켰는데, 연말 이벤트로 받은 거였다. 알고보니 소녀시대 팬들 사이서는 엄청난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달력이었다.
왠지 올해도 달력을 줄 것 같았다. 잽싸게 치킨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한층 업그레이드된 소녀시대 달력을 상품으로 주고 있었다. 마침 그 날이 이벤트 마지막 날이었다. 나는 일말의 재고도 없이 냉큼 우리 동네에 있는 치킨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굽네치킨입니다!"
"지금 치킨시키면 소녀시대 달력주나요?"
"이긍! 어쩌죠? 벌써 다 나갔답니다!"
"아...네! 안녕히 계세요!"
"뭥미! 안 시키는겨?"
"달력 안 주잖아요! 수고하세요!"
"야이 이 소덕후같은 놈아!"
"뚜뚜............"
나는 잽싸게 옆 동네 치킨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어김없이 없다고 하였다. 새삼 소녀시대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4군데를 더 걸었지만, 구할 수 없었다. 이제 우리집과 치킨집과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무늬만 같은 도시에 있는 아주 먼 치킨집에까지 전화를 걸게 되었다.
내심, 있어도 걱정이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우리집까지 배달한다면, 아마 오다가 낙오하지 않을까? 있다고 한다해도 우리집 주소를 부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전화를 걸었지만, 다행히(?) 그 곳마저도 달력이 없다고 하였다. 그렇게 2010 소녀시대 달력은 포기하여야만 하였다.
"걸그룹이 소녀시대만 있는게 아니잖아!"
나는 급선회하였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피자를 시켜먹으면, 카라 달력과 브로마이드를 준다고 하였다. 생계형 그룹의 대표주자 카라! 충분히 매력적인 걸그룹이었다. 나는 피자를 먹기로 하고, 피자집에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따끈따끈한 피자가 배달되었다.
배달하는 아르바이트생은 종합선물세트마냥, 나에게 한보따리를 안겨 주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나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곧, 피자상자에서 풍기는 맛있는 냄새로 인해 몸이 둔화되기 시작하였다.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피자부터 먹기로 하고 상자를 개봉하였다.
"정녕 예술이로다!"
상자 안에는 먹음직한 피자가 나를 반겨주었다. 오늘의 메뉴는 한우송이 피자였다. 생긴 건 평범하였지만, 흑마늘소스에 브로콜리, 송이 버섯, 한우의 조합이 예술이었다. TV화면에서는 유럽챔피언스리그 하일라이트가 다이나믹하게 나오고 있었지만, 나의 시선은 오로지 피자로만 향하였다. 호날두의 시원한 슛장면도 메시의 화려한 개인기도 지금은 나를 사로잡을 수 없었다.
"오오오옷! 눈물 날려고 해!"
한 조각을 집어들고는 냉큼 베어 물었다. 아직 따끈따끈한 피자는 입 속에서 나를 흥분시켰다. 그렇게 한참을 피자와 씨름하였다. 배를 채우고나자, 정신이 들었다. 원래 목적은 피자가 아니었다. 바로 카라 달력과 브로마이드!
카라 달력과 브로마이드를 조심스레 챙겨들고는 내 방으로 들어왔다. 한 장 한 장 달력을 넘기면서 깜찍한 카라의 사진을 감상하였다. 보고만 있어도 훈훈한 그녀들의 매력이 나를 즐겁게 하였다.
"얼른 여름이 왔으면 좋겠다!"
한 해 동안 나를 즐겁게 해준 소내시대 달력이 있던 자리에는 신상 카라 달력이 떡 하니 놓여 있다. 이제 브로마이드만 붙이면 된다. 정말 얼마만에 만지는 브로마이드인가? 그것도 예전에는 걸그룹이 아닌, 게임관련 브로마이드였다. 드레스룸에는 아직도 중학교 때 붙여 놓은 풍운이라는 게임의 브로마이드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카라 브로마이드는 항상 볼 수 있는 곳에 붙이기로 하였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내 방 방문이었다. 이제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카라가 나를 반겨 줄 것이다.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안녕! 가츠오빠~♥"
"안...안녕! 부끄부끄"
정말 훈훈하지 않은가? 혼자 사진을 보며 헤벌레 웃고 있는데, 어머니가 방에 들어오셨다. 나를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일갈하셨다.
"야이 오타쿠야! 장가나 가버려!"
추천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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