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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보기
오늘은 상병때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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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06년 5월, 나는 상병 5개월차의 소대 실세였다. 일명 짬팀이라 불리는 소대의 어머니 같은 존재이다. 각종 훈련 준비, 후임 관리 등을 도맡아 하며, 실질적인 리더인 셈이다. 짬팀의 역량이 소대의 운명을 좌우한다. 돌이켜보면, 이때가 가장 악랄가츠다운 때가 아니었나 싶다.
내무실에서 고참들과 TV를 보며,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짬팀의 주된 임무는 병장들이 굳이 할 말이 없게끔 하는 것이다. 다행히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 소대장이 내무실로 들어오더니 지시사항을 발표하였다.
"이번주까지 표어 2개 만들어서 제출하도록~!"
"표어 말입니까? 주제는 상관없습니까?"
"기왕이면 군사보안, 대적관, 금연 같은게 좋겠지?"
"네 알겠습니다!"
소대장은 지시사항을 전달하고는 유유히 내무실을 벗어났다. 병장들은 이내 관심없단듯이 들어 누웠고, 나는 후임들을 주목시켰다. 표어라? 기왕이면 글재주가 좋은 녀석을 시켜야 되겠지. 나는 후임들을 하나하나 살펴 보았다. 이것들 다 고만고만한다. 일단은 평소 감수성이 풍부하고, 서정적인 표정이 예술인 김일병을 지목하였다.
남은 한 명이 문제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글짓기와 어울리는 녀석이 없었다. 정녕 인재가 없단 말인가! 나는 다시 차근차근 살펴보는데 유독 한녀석만이 나의 시선을 회피한 채로 딴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일병이었다. 정말 자신이 없는지 시종일관 모른척 모드였다. 그래 어차피 버리는 카드도 한 장 있었야지!
"야 이일병! 니가 해!"
"저 말입니까?"
"어!"
"흑...."
평소 이일병은 글재주를 떠나서 내무생활도 다소 약하였다. 생긴 거는 정말 강인하게 생겼는데 뭔가 항상 부족하였다. 강하게 키울 필요가 있었다. 나는 표어 제출자들을 선정하고, 다시 고참들 곁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다시 샤바샤바 모드로 일관하였다. 지금와서 보면, 정말 얄미워 보인다.
얼마후 표어 제출하는 날이 되었고, 김일병과 이일병은 완성된 표어를 가지고 행정반에 제출하고 왔다. 그시간에 나는 근무 중이라서 그들이 작성한 표어를 검토하지 못하였다. 그래도 일단, 제시간에 제출하였으니 별문제 없을거라 생각하였다. 그렇게 나는 서서히 잊혀져 갔다.
일주일후, 소대장이 기쁜 얼굴을 하며 내무실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연신 이일병을 애타게 부르더니 다가갔다. 이일병을 머리를 쓰다듬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리들은 내심 긴장하며, 드디어 소대장이 미쳐버린걸까? 이일병이 저렇게 칭찬 받을 일이 없는데 말이다. 너무 화가 나서 그저 웃는걸까?
"주목! 이일병에게 박수 세번 시작!"
"짝짝짝!"
"이일병이 이번에 개최한 대대 표어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에 포상휴가증을 증정식이 있겠다!"
"우와! 말도안돼!"
"이일병! 작성한 표어 한번 읆펴봐!"
"내가버린 보안스팸! 적에는 보안메일!"
오오! 참신하긴 한데, 낯이 익네! 여튼 이일병에게 저런 재주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곧 이어, 소대장은 주머니에서 포상휴가증을 꺼내더니 이일병의 손에 쥐어 주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리얼이었다. 우리들은 연신 부러운 얼굴로 이일병을 축하해주었다. 이때, 침상 반대편에 앉아 있는 막내 김이병의 표정이 어둡다.
나는 내심, 내가 작성해서 제출할걸! 급 후회가 되었다. 부러운 마음으로 이일병을 바라보았는데, 배상병이 연신 이일병을 갈구고 있었다. 아니 포상휴가 받은 녀석을 갈구고 있다니! 무슨일인가 싶어서 다가갔다.
"야 임마! 휴가가는 놈을 왜 갈구고 난리야!"
"가츠상병님! 이색히! 표어 제출한 거 지가 작성한 거 아닙니다!"
"으응?"
"막내 김이병한테 부탁해가지고 자기 이름으로 제출한거지 말입니다!"
이일병은 연신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하였다. 그럼 그렇지!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테리였는데, 해답이 풀렸다. 나는 막내를 불러서 자초지종을 들었다. 그러자 자기 작성한 내용이 맞다고 하였다. 근데 이녀석도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나는 휴가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 이미 상부에는 이일병의 휴가 정해져 있으니 말이다. 나는 김이병을 붙잡고, 진지하게 말하였다.
"김이병! 비록 너가 쓴 거지만, 일이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렸어!"
"네 그렇습니다!"
"게다가 너는 A급이잖아! 아마 앞으로 나갈 기회가 많을거야! 이일병은 점마는 딱봐도 포상 받을 운명이 아니야!"
"네 그렇.. 아닙니다!"
"여튼 이일병 한번 보내주자! 불쌍하잖아! 대신 맛있는 거 왕창 사달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서로 원만하게 합의를 보았다. 사실 김이병 입장에서는 엄청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신경을 써서 그런지 아랫배가 아파왔다. 나는 화장실로 가서 담배를 물고는 연신 힘을 주고 있는데... 나의 눈 앞에 보이는 한 장의 포스터!
"머야 이거! 앜ㅋㅋㅋㅋㅋ"
이일병이 제출한 포스터와 딱 2단어가 달랐다. 그제서야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다. 나에게 지시받은 이일병은 혼자 고민하다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자, 똘똘해 보이는 김이병에게 부탁하였다. 급작스레 부탁받은 김이병은 화장실에 붙은 표어에 단어만 바꿔서 이일병에게 준 것이다.
다음날, 우여곡절 끝에 이일병은 빛나는(?) 포상휴가를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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