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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보기
오늘은 일병때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5년 8월, 나는 강원도 인제의 외딴 산 속에 있다. 지금 나는 조국의 운명을 걸고 북한군들과 처절한 사투을 펼치고 있다. 이미 나의 소중한 전우들이 북한군의 막강한 자주포 공격에 운명을 달리 하였다. 지난 6개월여간 생사를 같이 해온 친형제같은 고참와 후임들이 내 눈 앞에서 쓰러졌다.
"삐삐~! 적 포탄 낙하~! 전원 소산~!"
또 지긋 지긋한 북한군의 자주포 공격이 시작되었다. 최대한 적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인적 드문 깊은 산 속으로 기동하고 있는데도 귀신같이 찾아내서 집요하게 공격한다. 소대장은 살아남은 소대원들과 함께 최후까지 결사항전을 다짐하였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밀려나면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친구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야 한다.
"여기서 밀려나면 끝장이다~!"
나는 죽은 전우들이 들고 가던 연막탄과 남은 탄을 회수하였다. 이미 지칠대로 지친 내 육신, 그들이 남기고 간 장비들은 너무 벅차다. 그냥 나도 전우들의 뒤를 따라가고 싶었다. 그러면 모든게 편해질텐데,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육체적 고통도 더이상 느끼지 않을 수 있을텐데 말이다.
앞서가던 김상병이 쳐지고 있는 나를 바라보았다. 김상병... 지난 군기순찰편에 등장한 나의 소중한 고참이다. 비록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그 앞에서는 그냥 귀여운 동생이고 싶었다. 그와 함께라면 그곳이 지옥이라도 함께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끙끙거리던 나를 바라보더니 모른척, 다시 앞을 보고 걸어간다. 아나 방금 말은 취소다.
지금은 우리 대대는 전군 최초로 실시되는 육군과학화 훈련장에서 대대급 KCTC훈련을 뛰고 있다. 가츠의 군대이야기의 첫편인 첫 포상휴가편을 보며 한결 쉽게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중간 타격지점까지 진출한 우리는 마지막 공격을 위해 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하였다. 적 진지 깊숙이 침투한 우리에게 식사 추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출발할 때 행보관으로 지급받은 전투식량을 꺼냈다.
수통의 물을 전투식량에 부어 넣기 시작하였다. 원래 뜨거운 물로 하여야 하지만, 이미 출발할 때 받은 물은 식은 지 오래다. 차가운 비빔밥을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그러나 이내 포기한다. 너무 맛이 없다. 옆에 있던 김상병도 몇 숟가락 먹더니 포기하고는 후식으로 제공된 새알 초코렛을 건빵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출발할 때까지 휴식을 취하며 잠들어 버렸다.
하지만 나는 아껴 두는 편이 아닌지라 뜯어서 야금야금 먹었다. 한알 한알 녹여 먹는데 너무 맛있었다. 초코렛의 단 맛이 몸의 피로를 풀어 주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곧 새벽이 찾아 올 것이다. 적군들이 가장 취약한 시간이다.
"3소대 출발 5분전~!"
소대장의 외침이 들렸고, 이제 마지막 격전을 위해 우리는 지친 몸을 추스리고 다시 출발하였다. 무전기에서는 쉴새없이 다급한 외침이 들리고 있다. 저 멀리 뿌연 연기와 총소리도 들린다. 이미 다른 곳에서는 교전이 시작되었나 보다. 다급해진 소대장은 더욱 행군 속도를 끌어 올렸고, 이제는 거의 구보 수준이다.
얼마나 달렸을까? 눈 앞에 물살이 제법 세찬 개울이 나타났다. 평소 같으면 얇은 지역으로 돌아가겠지만, 지금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소대장은 보란듯이 개울을 향해 뛰어 들었고, 순식간에 건너가버렸다.
"아나~! 전투화 다 젖겠네 ㅜㅜ"
"오늘 소대장님 겁나 오바하시는데~! ㅋㅋㅋ"
소대장이 가면 소대원도 가야지~! 우리는 머리 위로 총을 올리고는 개울을 건너기 시작하였다. 앞서가던 김상병이 돌을 잘못 밟더니 미끄러졌다. 다행히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중심을 잡아 다치지는 않았다.
개울을 건너자,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이제 정말 다왔다. 바로 코 앞에 적들이 있다. 이 순간을 위해 밤새 걸어왔다. 다 갈아마셔주마~! 그렇게 전의를 불태고 있는데, 동이 트기 시작하였다. 뜨거운 아침 햇살이 대지를 비쳐주었고, 나의 눈 앞에서 무언가 반짝 거렸다.
"초코렛이다~! @.@"
아하~! 아까 김상병이 미끄러지면서, 건빵 주머니가 뜯어졌나보다. 그럼 저것은 김상병의 초코렛? 나는 슬금슬금 다가와서 조용히 초코렛을 줏었다.
땅에 떨어진 건 줍는 사람이 임자~!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진리다~! 바로 먹을려고 했지만, 시간이 없다. 곧, 우리 옆으로 든든한 아군 탱크가 지원 와주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랄까?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생각난다. 탱크에 올라타고 싶어~!
곧, 소대장의 돌격 명령이 시작되었다.
"3소대 적 진지를 점령하라~!"
"와아아아~!"
곳곳에서 연막탄이 터지고, 탱크의 굉음이 들린다. 우리는 연신 적진을 향해 뛰어갔다. 그냥 앞만 보고 뛰는거다. 빗발치는 총탄보다 빨리 뛰어야 된다. 안 그럼 죽을테니깐~!
곧, 소대원들은 흩어지기 시작하였고, 나는 김상병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좌측 어깨에 부착된 모니터에서 연신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삐삐삐삐~! 적 포탄 낙하~!"
우리는 득달같이 엎드려 포복으로 기어가고 있다. 팔꿈치와 무릎에서 통증이 아려온다. 앞서가던 김상병은 갑자기 죽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김상병님 무슨일 있습니까?"
"가츠야 존내 힘들어~! 좀 쉬었다 가자~!"
그렇게 우리는 적 포탄이 난무하는 들판 한가운데 죽은듯이 엎드려 있었다. 문득, 지난 밤 먼저 전사한 전우들이 떠오른다. 전사한 병사들은 지금 나무 그늘 밑에서 편안하게 시체놀이를 하고 있겠지? 아 너무 부럽다~! 나도 이대로 전사하고 싶다~! 제발 나를 죽여줘~! 어어 나의 기도가 들린걸까?
"삐이이이이이 가츠 사망~!"
"삐이이이이이 김상병 사망~!"
모니터는 우리가 적 포탄에 의해 전사하였다고 통보해주고 있다. 우리는 벌떡 일어나서 방탄모를 벗으며 부둥켜 안았다. 우리는 구원 받았다~!
"하하하~! 죽었어~! 가자 시체놀이하러~!"
"브라보~!"
우리는 우리 옆을 포복으로 기어가는 전우들을 뒤로한 채 전사자들이 집결해 있는 곳으로 사뿐사뿐 걸어갔다. 이미 그 곳에는 많은 군인들이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너무나 평온하게 말이다. 이내 우리도 자리를 잡고 들어 누웠다. 김상병은 건빵주머니에서 초코렛을 꺼낼려고 하였다. 그러나 있을리 만무하다~!
"어 내 초코렛? ㅜㅜ"
"아까 드신거 아닙니까?"
"아닌데 분명히 여기 넣어놨는데~!"
"일단 제꺼 있으니 나눠 먹지 말입니다~!"
"역시 가츠밖에 없어~! 복귀하면 맛있는거 사줄게~!"
"하하 이 정도는 기본이지 말입니다~! 후임으로서 당연한 거 아닙니까~!"
적 포탄이 난무하는 들판에서 우리는 평화롭게 초코렛을 나눠먹으며 휴식을 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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