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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이어서 계속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난 편을 안 읽은 분은 먼저 훈육분대장 上편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훈련소에서의 밤이 찾아 온다. 우리들은 평화로운 저녁 점호를 위해 연신 청소에 여념이 없다. 매일 밤마다 청소시간이 되면 각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제식이 가장 중요시 되는 훈련병이기에, 육체는 물론, 주위 사물 하나하나 통일되고 반듯하게 각이 잡혀 있어야 된다.
매트리스, 모포, 포낭의 3위일체는 기본이요, 각종 장구류까지 눈에 보이는 모든 물품은 일직선으로 정렬되어 있어야 한다. 이에 우리들은 아예 점호시간에 각만 전문으로 잡는 칼각병까지 정하고는 각만 잡게 하였다. 김조교는 점호가 시작되기 전, 내무실에 들어 와서는 청소상태를 점검하였다. 행여 미비한 부분이 있어서, 점호시간에 깨질까봐 미리 살펴 주었다.
그렇게 무사히 저녁점호를 마치고 나면, 달콤한 취침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다들 매트리스 위에 몸을 누이고는 보이지 않는 깜깜한 미래를 걱정하며 하나 둘씩 깊은 잠에 들어간다. 우리 훈육분대장인 김조교도 우리랑 같이 잠을 잔다. 하지만 사후검토를 하느라 아직 내무실로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60번 훈련병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안자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지친 기색이 역력한 김조교가 내무실로 들어왔다. 우리는 잽싸게 자는 척을 하였다. 김조교는 내무실 인원들을 한번 둘려보더니, 우리 옆자리로 와서 옷을 벗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옷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실눈을 뜨고 보았는데, 엄마손파이였다.
맙소사 엄마손파이다~! 과자를 맛본지 오래된 나의 머릿속엔 달콤한 엄마손파이의 맛이 생생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먹고 죽어도 여한이 없어! 김조교는 불침번을 부르더니 엄마손파이를 하나 주면서 수고하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후레쉬를 꺼내서 수첩을 비추며 무언가를 연신 적고 있었다. 그리고는 엄마손파이를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더이상 참을 수 없어!'
나는 자다 깬 척 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마치 자연스레 김조교를 바라보았다. 과자를 먹던 김조교는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멋적게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59번! 어디아파?"
"59번 훈련병! 아닙니다!"
"이거 먹고 얼른 자라~! 내일도 피곤할텐데~!"
앗싸~! 대박~! 나는 김조교가 건네준 엄마손파이를 손에 꼭 쥐고는 부들부들 떨면서 포장을 뜯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손가락에 집어 들고는 한참을 바라보다, 한입에 쏙 넣었다. 하앍~! 이맛이야~! 온몸의 세포가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대로 죽어도 좋아~!
그러자 갑자기, 옆에 있던 60번이 벌떡 일어났다! 앜ㅋㅋㅋㅋ 그렇게 60번과 나는 엄마손파이를 먹고 행복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재깍재깍~!
훈련소에서의 아침이 밝아 오고 있다. 시계의 분침은 6시 30분을 향해 쉴새 없이 가고 있다. 어느덧 나의 생체리듬은 군대에 적응 된 것일까? 기상시간이 되기도 전에 눈이 떠진다.
옆자리에서 누군가 옷을 입고 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자세히 보니, 김조교였다. 김조교는 훈련병보다 일찍 일어나서 복장을 갖추고, 조교로서의 임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훈련소에서 가장 바쁘고 힘든 사람은 어찌보면 훈련병이 아니라 조교일 수도 있겠다.
"59번 안자고 왜 벌써 일어났어? 눈 좀 더 붙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나를 발견한 김조교는 해밝게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건네고는 밖으로 나갔다. 역시 김조교는 천사다. 이미 며칠간 지켜본 결과, 우리 훈육분대장인 김조교는 영락없는 순둥이 천사였다. 어떻게 조교가 되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우리 내무실 동기들은 죄다 23살, 22살 또래였다. 어찌보면 늦게 온 친구들이다. 그나마 남들보다 사회생활, 대학생활을 1, 2년 더한 우리들은 하나같이 눈치가 빠르고 사교성이 좋았다. 고문관이라고 불릴만한 녀석들이 없다는 건, 정말 축복이다.
"기상합니다아! 신속히 침구류 정리하고 환복합니다아!"
기상시간이다. 드디어 훈련소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득달같이 일어나 침구류를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내무실 문이 쾅하고 열리더니 조교가 들이닥쳤다.
헉~! 저녀석은? 이미 동기들 사이에 악마라고 명성이 자자한 신조교이다. 계급은 이제 갓 일병으로 진급한 녀석인데 포스는 병장급이다. 그가 나타나면 초토화 되었다. 신조교는 우리 내무실을 둘러보더니 나에게로 다가왔다. 주섬주섬 매트리스를 정리하고 있던 나는 일순 긴장하였다. 문득 옆을 보니 우리의 60번 훈련병은 정신 못차리고 꿈나라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60번! 유우욱시이입버어언!"
신조교는 샤우팅을 날렸고, 그제서야 잠에서 깨어난 60번은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이녀석, 누워있다가 1초만에 차렷자세로 일어놨다. 하아 이정도 진기명기 수준인데 ㅋㅋㅋ
"60번 내무생활불량으로 벌점 5점 제출합니다아!"
"네 60번 내무생활불량으로 벌점 5점 제출하겠습니다아!"
당시, 우리 신교대는 상벌점제도가 운용되고 있었다. 상점을 많이 모으면, 전화를 이용할 수 있었고, 반대로 일정 이상의 벌점을 받으면, 주말에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돌아야 했다. 60번 녀석은 울상을 지으며 주저 앉았다. 안타까운 60번.... 완전군장이 보이는구나~!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우리들은 경계교장으로 이동하여 군인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경계교육 받았다. 조교들의 화려한 시범에 우리는 연신 감탄하며 지켜보았다. 역시 조교는 각이 생명이구나~! 한참을 진지하게 보고 있는데, 우리의 천사 김조교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 순간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물론 나야 뭐가 뭔지 모르니깐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뭔가 실수를 한 모양이다.
조교들의 시범이 끝나고 10분간의 휴식시간을 가졌다. 이때가 되면 조교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흡연을 하러 가는 것이었다. 담배를 피지 못하는 우리들을 위해 안보이는 곳으로 가서 흡연을 하고 오는 것이다.
순간, 수풀사이로 포착된 김조교와 신조교의 모습. 우리 김조교는 일병이었기에, 신조교보다 고참이거나 최소 동기인 줄 알았다. 훈련병들 앞에서는 조교들끼리도 서로 존대를 하며 부르기에 계급장을 보고 어느정도 짐작만 할 뿐, 정확한 선후임 관계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달에 갓 일병인 된 신조교가 김조교를 세워 놓고 연신 갈구고 있었다. 이건 딱봐도 고참이 후임을 대하는 자세였다. 내 옆에 있던 60번도 발견하였나보다.
"가츠! 김조교님이 고참인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네?"
"그러게~! 근데 악마 신조교는 이번달에 일병 진급했다메?"
"맞네~! 그러고보니 이상한데?"
아무리봐도 이해가 안가는 장면이다. 같은 일병인데 아니, 갓 진급한 신조교는 일병중에서 가장 막내일텐데, 우리 김조교한테 어떻게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걸까?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기분이었다.
그날밤 어김없이 점호를 마치고, 취침시간이 되었다. 김조교는 사후검토를 위해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고, 나는 60번과 연신 수다를 떨고 있었다. 사실은 김조교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는게 더 정확하겠다. 혹시 오늘도 과자를 줄지 모르니 말이다.
"야 오늘도 과자 먹을 수 있을까?"
"절대 안잘거야~! 혹시라도 잠들면 무조건 깨워~!"
"나두나두~!"
그렇게 한참을 티격태격거리며 김조교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11시가 다 되어갈 무렵, 역시 피곤에 지친 모습인 역력한 김조교가 내무실로 들어왔다. 오늘은 아예 대놓고 반갑게 맞이하였다.
"이기자 김조교님 고생하셨습니다!"
"야 이것들아 안자고 모해~! 이것들이 몸이 편하구만~! 한딱가리 할까?"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내심 싫어하는 거 같지는 않아 보였다. 우리는 얌전히 모포를 덮고 누워서 김조교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더니, 건빵주머니에서 쿠크다스를 꺼내는 것이 아닌가? 이젠 자동이다. 김조교는 불침번과 우리에게 쿠크다스를 한 개씩 던져주었다.
"하하 감사합니다~!"
"이것들 맨날 이거 노리고 안자는거 아냐~!"
"아닙니다아~! 근데 질문 있습니다~!"
"응 뭔데?"
"신조교님이랑 동기이십니까?"
질문을 던지자 김조교는 당황한듯 멈짓하였다. 이것봐 분명히 뭔가 있어~! 우리는 계속 추궁하였고 김조교는 이내 체념한듯 우리에게 비밀이라며 말하였다.
"사실, 나 이등병이야~!"
두둥~! 그랬다~! 당시 조교들의 인원이 부족해서 부득이하게 이등병이었던, 김조교마저도 훈육분대장으로 투입된 것 이었다. 행여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있으면, 보기에도 안좋고, 훈련병들이 무시할까봐 일병 계급장을 달고 투입한 거였다.
그제서야 밤마다 몰래 과자를 가지고 와서 먹던 김조교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되었다. 우리에게는 하늘과 같은 조교였지만, 그도 이등병이었기에 고참들의 눈을 피해서 몰래 먹던 것이었다.
그렇게 김조교는 자신이 조교로서 처음 받은 훈련병인 우리들을 유난히 애지중지 하였고, 우리도 착하디 착한 김조교가 행여 우리때문에 고참들에게 혼날까봐 열심히 하였다.
지금 이시간에도 조국을 위해 훈련중인 훈련병들과 불철주야 정병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교관,조교 여러분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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