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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월요일, 향긋한 냄새의 추억으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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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예비군 2년차가 된 지금와서 돌이켜 보는거지만, 군대에 있을때가 가장 잘씻고, 깨끗한 환경에서 지내지 않았나 싶다. 영하 20도의 혹한의 추위에서도 눈뜨자마자 신나게 아침구보를 뛰고 부리나케 세면장으로 뛰어갔다. 일과를 마치고는 전우들과 함께 샤워를 하였다. 물론 훈련을 나가면 4박 5일동안 세수한번 못하지만, 평소 주둔지에서는 이렇게 꼬박꼬박 잘 씻는다.
우리 부대의 경우 최전방 산골짜기에 위치한 GOP사단보다는 양호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물이 부족했다. 물이 부족한 와중에도는 병사들의 씻고자 하는 의지는 정말 대단했다. 지금같은면 그냥 내일 씻지 머~ 하고 포기할텐데 말이다.
또한 내무실을 살펴보자~! 역시 아침식사후 매일 청소를 한다. 그리고 점심먹기전에도 청소를 한다. 저녁먹기전에도 청소를 한다. 점호를 취하기전에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게 청소를 한다. 건장한 병사 20,30여병이 20평도 안되는 조그만한 내무실을 하루에 4번 죽기살기로 청소를 하는 것이다. 정말 침상바닥에는 그 흔한 머리카락 한 올 없다. 음... 그러고보니 머리가 다들 짧으니 없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타 다른(?)털도 없다.
문득 지금 글을 쓰면서 방바닥을 유심히 살펴보니, 앜ㅋㅋㅋ 무섭다 ㅜㅜ
이렇듯 군인들이 잘 안씻고, 더럽다는 생각은 정말 잘못된 편견이다. 평소 더러운 녀석들도 군인이되면 어쩔수 없이 씻어야 된다. 공동생활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청결을 유지하고 깨끗한 척해도 안되는게 있다. 내무실바닥에 티끌같은 먼지가 아니라, 바로 허공에 떠다니는 냄새다.
이 모든것은 망할 놈이 전투화때문이다. 사실 병장들은 틈만나면 슬리퍼를 신고 전투화를 벗고 생활하지만, 짬안되는 후임들은 아침 6시 기상과 동시에 신는 전투화는 주로 저녁먹기전인 오후 5시까지 신고 생활한다. 사회처럼 조신하게 생활하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밥안되는 후임들이 군대에서 조신하게 있을때가 몇번이나 있을까?
죽어라 뛰어다니고, 구르다보면 전혀 통풍이 안되는 전투화 속의 발의 상태는 안봐도 비디오이다. 또한 사회에서처럼 여러켤레의 신발을 신으며 다니는 것도아니다. 대개가 입대할때 2켤레의 전투화를 보급받는다. 그중 한개는 행사나 휴가,외박때 신을려고 고이고이 모셔두는 A급이고, 나머지 한개는 평소에 신는 전투화이다. 즉 한 켤레만 1년이고, 2년이고 주구장창 신는 것이다.
그래서 군인들이 무좀에 많이 걸리는 것이다. 무좀은 고통을 수반하기도 하지만 지독한 발냄새도 가져온다. 대개 일, 이등병때 걸리고, 전역할때 즈음이면 낫는다. 아 글을 쓰다보니 무좀의 고통이 아려온다. 어흑흑 끔찍해~!
고로, 군인들은 매우매우 청결하고 깨끗하지만, 특유의 발냄새는 어쩔수가 없는 것이다.
입대전 씻는걸 정말 귀찮아 했던 가츠군, 군입대후 깔끔가츠로 탈바꿈하였다. 하지만 나에게도 무좀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일,이등병때 무좀에 걸려서 개고생을 하고 분대장이 되고서는 철저한 관리를 통해 무좀과의 이별을 고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신병이 왔다. 아참~! 그동안 지난 글들을 보면 항상 김이병, 김이병이 등장하였는데, 당시 가츠의 분대원 중에 김씨 성을 가진 후임들이 자그마치 4명이나 있었다. 고로 항상 등장하는 김이병들은 같을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요즘 후임들이 나의 글을 모니터링하면서 테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대가 정말 좋아졌다. 어디 감히 하늘같은 고참에게 말이다 어흑흑흐그ㅜㅜ
그 신병 역시 김이병이다. 체구는 작은편인데, 뽀얀 피부를 가진 깔끔한 이미지를 풍기는 녀석이었다. 사진도 있지만, 공개하면 곤란할 것 같아 생략하겠다.
그리고 여느때와 같이 종일 작업을 하고, 내무실로 들어왔다. 저녁식사시간까지 30분가량 남은터라 간단한 내무청소를 지시하였고, 나는 공원벤치에서 담배 한대를 태우고 돌아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내무실~! 으음~! 좋쿤~!
'야 3소대 환복해라~!'
'네에에엣~! 와아 환복이다~! 활동복 좋아 좋아~!'
환복지시에 너도나도 전투화를 벗고 침상으로 올라와서 활동복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사실 훈련때마다 복귀행군하고 돌아오면 30여명의 소대원 발에서나는 발냄새로 소대는 지옥이다. 고로 왠만한 냄새따위는 군인들에게 별 감흥을 주지 못한다. 그런데....
스으으으으으으으윽~~~~~~~ 커헉~!
헉... 이건 머지... 숨을 못쉬겠어~! 온몸의 세포에서 격렬한 반응이 일어난다. 이건 냄새가 아니야~! 신경가스야 가스~! 나는 군장뒤에 올려둔 방독면을 본능적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방독면은 발냄새을 막아주지 못한다. 화생방 가스에만 효과적으로 작용된다. 뭐야 이건 그럼 독가스보다 더 치명적인 완벽한 무기란 말인건가?
'야야야야~! 누구 발이야~! 이건 진짜 사람이 아니다~! 짐승같은 색히~! 목숨걸고 접니다라고 해라~! 아낰ㅋㅋ'
다들 자신의 발인가 싶어 이러저리 맡아보고 확인하지만 선뜻 자수하는 녀석이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무실 전체로 퍼져나가는 이 미친듯한 냄새... 이건 꿈이야... 점점 정신착란 증세까지 오는 거 같았다.
다들 죽을려고 하고 있는데 담담한 한 녀석이 나의 눈에 포착되었다. 바로 내옆에 조신하게 앉아있는 신병, 김이병이었다. 설마~ 바로 내 옆자리에서 생활하는 너라니~! 아닐꺼야~! 너 아니지? 너 일리가 없어~! 두려움에 옆에있던 이상병에게 확인해보라고 지시하였고, 킁킁거리던 이상병은 곧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도망갔다.
'이병 김OO~! 죄송합니다~!'
'아나~! 야야 너 그냥 씻지말고 바로 평양으로 투입해~! 이정도면 충분해~! 전멸이야 전멸~!!'
아흑... 나 아직 전역까지 반년이나 남았는데 앞으로 이걸 몇번이나 더 맡어야 되는거지? 하루하루가 화생방훈련하는 기분이잖아 이건~! 문득 슬퍼졌다. 김이병이 씻으러 갔는데도 좀처럼 그의 냄새는 내무실에서 가시지 않았다. 그가 딛었던 침상 장판도 오염이 시작되고 있는 거 같았다. 머야 이거 장판 색이 변한거 같애~! ㄷㄷㄷ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는 관물대에 넣어둔 분대장 관찰일지를 꺼냈다. 관찰일지를 손에 꼭 쥐고는 중대 공원 벤치로 가서는 담배를 하나 물고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였다. 곧 나는 조심스레 관찰일지를 작성해나가기 시작했다.
전입신병 특이사항 - 발냄새가 소대원의 위협을 초래함, 최고 수준의 관리감독이 필요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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