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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이어서 계속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지난시간에 이어서 계속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지난 편을 안 읽은 분은 먼저 수통원정대 上편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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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황하사를 필두로 우리 원정대는 위병소를 나갔다.
'5중대 황OO하사 외 4명, 562고지에 수통 찾으러간다~!'
위병소 아저씨는 흠칫 놀라더니,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참나~ 황금같은 주말 오후에 위병소 근무서는 아저씨가 우리를 보면서 불쌍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말 무모한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영외도로에서 562고지을 바라보니 그냥 가슴이 답답해질뿐이었다.
그래~! 찾으러 가는거는 괜찮다. 문제는 황하사랑 같이 간다는 사실이다. 황하사는 나보다 2주정도 늦게 전입왔는데, 다른 통신부대에 있다가 우리 부대로 온 사람이다. 성격이 지랄맞고 완전 무개념이다. 특히, 이등병들을 아주 집중적으로 갈구었다. 병사도 아니고 간부가 말이다. 고로 중대원 모두가 싫어했고, 고참들은 아예 대놓고 무시하였다.
당시 원정대 구성원들을 살펴보면, 이상병, 심일병, 가츠, 윤이병이었다. 이상병은 황하사보다도 밥이 되었기에 건들지 않았고, 심일병은 너무 착하게 생겨서 넘어가고, 윤이병은 불안해서 봐주고, 결국 만만하게 나였다.
사실 그때까지만해도 나랑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었는데, 그날이후로 나의 가슴속에는 타도 황하사~! 타켓팅 되었다. 하지만 당시, 이등병이었던 나로서는 한낱 힘없는 먹잇감일 뿐이다. 황하사는 윤이병에게 정확히 위치를 물었다.
'야~! 너 어디서 잃어버렸어? 아나 주말에 너 때문에 무슨 개고생이야~! 아우 그냥 갈아마셔버릴수도 없고~!'
'이병 윤OO, 죄송합니다~! 386고지에서 562고지로 가는 도중에 잃어버린거 같습니다~!'
'에라이~! 그걸 어떻게 찾어~!'
그렇게 우리는 312고지를 향해 올라갔다. 푹푹찌는 날씨에 산을 타기 시작하자 곧, 온몸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며칠전부터 코감기 증상까지 있어서 죽을 맛이었다. 올라가는 도중에 코가 막혀서 계속 입으로 크게 호흡하였다. 그러자 갑자기 황하사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야 가츠 이색히~! 이거 깔짝 올라가는데 헉헉거리고 있어~! 암튼 요즘 애들은 겁나 나약해 빠져가지고 아나~! 쯧쯧~!'
'이병 가츠~! 죄송합니다~!'
아나~! 미치겠다~! ㅋㅋㅋ 남들보다 늦게 군대간 나는 당시 23살이었다. 내가 니보다 한살 많거든요~! 이상하게 고참들이 놀릴때는 괜찮았는데, 황하사가 저러니깐 괜시리 욱해진다. 그래도 난 이등병... 이등병... 이등병... 넌 하사... 하사... 하사... 자기최면을 걸었다.
곧 312고지에 도착하였고, 잠시쉬면서 수색방향을 정하기로 하였다. 심일병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562고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또 황하사가 외쳤다.
'야 가츠~! 죽을래? 이등병색히가 어디 짝다리 짚고 서있어~! 아나 3소대 개판이구만~! 야 이상병~! 니네는 애들 이딴식으로 관리하냐? 야 엎드려~!'
뭥미~! 짝다리는 개뿔~! 그냥 서있었는데... 저 인간~! 완전 표적수사의 달인이다. 군대가 아니라 검찰에서 일하면 더 성공할 수있겠다. 이거 왠지 잘못걸린거 같다. 그렇게 나는 312고지 정상에서 쌩뚱맞게 엎드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한데... 두고봐라~! 이 치욕 기필코 갚고 말겠다~! 얼마나 엎드렸을까? 다시 출발하였다.
심일병은 괜찮다고 다독거려주었고, 윤이병은 미안한지 연신 나를 쳐다보았다. 난 쿨하게 괜찮다고, 빨리 찾아서 내려가자고 하였다. 이녀석 감동받았나보다~! 나만 졸졸 따라온다.
'야 니가 앞장서야지~! 이 멍청아~!'
이래가지고 오늘내로 찾을 수 있을까?
상황이 걸린 지점부터 모두 흩어져서 찾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찾았을까? 도통 보이지 않는다. 벌써 562고지까지 2번은 넘게 왕복하였다. 정녕 수통 하나때문에 이렇게 고생해야되는걸까? 문득 처량해진다. 그리고 옆에서 계속 투덜거리고 있는 황하사를 보니 군인인 내 자신이 너무 나약해보였다.
'그냥 저기 절벽 올라갈때 옆에서 살짝 밀어버릴까? 아무도 모를꺼야~! 단순사고로 위장하면되, 그래도 유공자는 될 수 있으니 날 원망하진 않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찰나, 황하사랑 눈이 마주쳤다. 헉!... 마치 속도업된 저글링처럼 다시 열심히 바닥을 파헤치며 찾기 시작하였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태양은 더 뜨거워졌다.
앞쪽에서 이상병이 뭔가를 발견하듯 파헤치기 시작한다.
'어어~! 여기 뭔가 있는거 같은데~!'
주위에 있던 우리들은 환호하면서 이상병에게로 달려갔다. 역시 짬밥은 무시하지 못하는군~! 이상병님이 찾을 줄 알았어요~! 인기가요보러 가자구요~!
뭥미? 이건 6.25때나 사용했을 법한 철모가 아닌가? 안그래도 요즘 매스컴에서 유해발굴사업이 한창이던데, 이러다가 우리가 유해발굴하는 거 아냐? 소대장님의 깊은 뜻은 바로 이거였나? 수통을 핑계삼아, 유해를 찾으라는 것인가? 어흐흑흫ㅜㅜ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우리는 312고지로 돌아왔다. 다시 원점이다. 정말 이러다가는 부대로 영영 못 돌아갈꺼만 같았다. 황하사는 이제 대놓고 우리 귀여운(?) 윤이병을 갈구기 시작한다. 사실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지만, 황하사에게 갈굼먹고 있는 윤이병을 보니 측은하였다. 안그래도 소심하고, 조용한 녀석이라서 소대장님을 비롯한 고참들의 걱정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녀석인데 말이다.
좀만 참아라~! 윤이병~! 형이 기필코 찾아주마~! 그리고 꼭 내가 찾아서 황하사 앞에서 보란듯이 자랑하고 싶었다. 다시 562고지로 올라가면서 수색을 하였다. 문득, 11시방향에 좀 깊숙한 곳이 나의 시야에 포착되었다. 사실 저곳에 절대 있을리가 없다라는 가정하에 몇번의 수색에도 그냥 지나쳤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미 찾아 볼만한한 곳은 다 찾아보았지 않은가? 속는셈치고 한번 내려가보자. 나무를 붙자고 내려가니, 그곳은 작년에 떨어진 낙엽들로 푹신푹신하였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전방에 무언가 반짝 반짝하는 것이 보인다~!
뚜뚜뚜뚜뚜...... 두둥~!
거짓말처럼 그 곳에 윤이병의 수통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찾..찾았다~! 우하하하~!'
100년묵은 산삼을 발견해도 이보다 기쁠 수 있을까? 나는 수통을 손을 들고 윤이병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의 손에 쥐어주면서 말했다.
'야 임마~! 형이 찾아준다고 했지~! ㅋㅋㅋ'
'이병 윤OO~!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흑흑흑.... 생명의 은인이예요~!'
그 녀석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우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그 사건이후로 윤이병은 나를 절대적으로 따랐고, 나 또한 귀여워하면서 부담없이 막 대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1년 2개월 후...
타도 황하사를 외치던 가츠군, 그러나 이미 몇달전 황하사는 각종 사고로 인해 옆중대로 보직이동되었다. 후훗~! 내손으로 타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타도하였다~!
그리고 분대장이었던 나는 막내 김이병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분대장님~! 죄송합니다~! 소총 가스조절기가 없어요~! 잃어버렸나봐요~! 흑흑 죽여주세요~!'
'아아아아아 야~! 너어 소대장님한테 보고안했지? 아무도 모르지? 닥치고 가만히 있어~! 형이 구해올테니~!'
문득 작년의 수통사건이 떠올랐다. 잽싸게 행정반으로 가서 병기계원이었던 동기녀석에 가스조절기를 하나 부탁하였고, 곧 신상 가스조절기를 받아가지고 내무실로 돌아왔다. 한데 침상 저편에서 이제는 부분대장이 된 윤병장이 김이병을 붙잡고 상담하고 있었다. 아낰ㅋㅋㅋ 염치가 있어라 좀~! ㅋㅋㅋ
그렇게 잘 마무리하고, 밤이 되었다. 자다가 화장실이 가고싶어서 눈을 떴는데, 옆자리에 김이병이 없다~! ㄷㄷㄷ 이거 탈영한거 아냐~! 깜짝 놀라서 일어나보니 반대편 윤병장 자리에 김이병이 같이 누워있는게 아닌가?
그랬다~! 윤병장은 밤새 김이병을 붙잡고 정신교육을 하고 있었다.
내가 정말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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