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보는 위대한 장군의 삶!"
지난 주 강원도 중부전선 최전방에 위치한 부내 내 작은 교회에서 한 편의 연극을 관람하고 왔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의 위대한 삶을 그린 연극 장군! 안중근이다. 이번 연극은 육군본부와 한국연극협회가 공동으로 기획, 제작한 작품으로 그동안 정형화된 정신교육에서 탈피하여 우리 장병들이 연극을 관람하면서 안중근 장군의 삶을 통해 군인정신과 국가관, 사생관 등을 마음에 깊이 새길 수 있도록 준비되었다.
기존의 정신교육은 강사나 교관에 의해 준비된 교육자료나 영상, 국군TV 시청 방식 위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이번 연극처럼 문화와 예술을 접목한 방식의 야전 정신교육 방식은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본 연극이 끝나면 장병들이 직접 참여하여 안중근 장군, 이토 히로부미 등이 되어 보는 역할극 시간을 가지면서 연극에 대한 소감과 군생활에 대한 각오 등을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부대에서 연극을 보다니 믿겨지지 않아요!"
공연 시간이 되자 육군 7사단 56포병대대 장병들이 하나 둘씩 영내교회로 들어왔다. 밤이 되면 민간인의 출입도 철저하게 통제되는 최전방 지역이다 보니 부대를 방문한 배우와 스태프를 직접 본 장병들은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다.
반면 배우와 스태프는 다소 열악한 무대환경을 감안하여 더욱 신경써서 장병들에게 최고의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무대를 세팅하였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연극 <장군! 안중근>은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게 된 이유에 대해 각각의 장면을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고종황제를 폐위시킨 죄, 을사조약과 한일신협약을 강제로 맺은 죄, 무고한 한국인을 학살한 죄 등 총 15가지에 달하는 이유를 재판장에서 당당히 밝히는 대목에서는 당시 조국을 잃은 슬픔과 통쾌함이 교차되기도 하였다.
"나라면 과연 안중근 장군처럼 할 수 있었을까?"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 하고 조국의 원흉을 처단하기 위해 중국으로 향한 안중근 장군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장병들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60여 분 동안 이어진 공연 내내 객석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장병들의 눈빛과 표정에서는 숙연함과 뜨거운 무언가가 전해졌다.
"코레야 우라! (Корея! Ура!)"
본 공연이 끝나자 장병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2부 무대가 이어서 진행되었다. 2부 무대에서는 안중근 장군의 어머니이신 조마리아 역을 맡은 한록수 배우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지킬수 있는 조국이 있어 감사합니다!"
연극 소감에 대한 발표가 시작되자 장병들은 앞다투어 자신이 보고 느낀 감정을 발표했다. 한 장병은 자신이 아닌 조국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 안중근 장군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나라사랑에 큰 감명을 받았고, 그의 정신을 본받아 군복무에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소개했다.
또한 지킬 수 있는 조국이 있다는 사실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는 말이 가슴 깊이 와 닿는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가 바로 안중근 장군!"
특히 장병들이 직접 안중근 장군이 되어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며 극중 장면을 재현하는 역할극은 이번 연극의 백미를 장식하였다.
다소 어색하기는 했지만 안중근 장군의 대사를 읊을 때만큼은 진지하면서도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객석에 앉은 장병들은 무대 위 전우의 모습을 보며 뿌듯해 하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 민망해 하기도 했지만 무척 즐거워 하였다.
"저도 커서 안중근 장군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배우들의 열연과 장병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연극 <장군! 안중근>의 첫 번째 무대는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분명 지금까지 봐온 정신교육과는 180도 차별화되어 전방부대에서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문화와 예술이라는 코드가 잘 접목된 프로그램이었다.
이번 연극은 육군 7사단을 시작으로 9월 말까지 총 20여 개 야전부대를 찾아 장병들과 함께 할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이 같은 정신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되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장병들에게 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특별한 추억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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