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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무더운 날씨군요. 여름이 성큼 다가왔나 봅니다. 군대에서는 여름이 되면 잡초와의 전쟁이 시작된답니다. 오늘은 제초작업에 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떄는 바야흐로 05년 8월, 가츠네 부대는 지난 3월부터 그 어느때보다 많은 훈련들을 모두 소화하고 주둔지로 돌아왔다. 특히, 8월초에 뛰었던 KCTC훈련으로 인해 대대원들은 약 3주간 주둔지를 비워두었다.
한여름, 3주간의 시간은 잡초들로 하여금 한낱 풀에서 갈대로 진화시킬만큼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잡초들이 허벅지까지 자라있었다. 콩나물이 빨리 자라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주둔지에 서식하는 잡초가 들으면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우리 중대에서 대대 주차장을 바라보면 주차된 차량들이 보였는데, 지금은 완벽하게 은,엄폐되어있다. 탄약고 주변과 순찰로등은 이미 그들에게 점령당해서 길이 보이지도 않는다.
사실, 여름이 되면 매일 저녁 먹기전에 중대원들은 커터칼, 낫 등을 들고 가볍게 제초작업을 한번씩 해주고 하루 일과를 마친다. 주말에는 좀더 본격적으로 한 두시간 집중적으로 하고 말이다. 꾸준히 제초작업을 하여도 서슴없이 자라는 녀석들인데, 3주라는 시간을 주었으니 어떻게 되었겠는가?
정말~!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너무 기뻤는데, 영외도로에서부터 반겨주는 갈대급의 잡초를 보는 순간, 입가에 미소가 사라졌다.
복귀 후, 며칠간은 훈련정비로 인해 제초작업 할 시간이 없었다. 그렇게 또 속수무책으로 그들이 자라는 것을 보고 있었다. 또한, 제설작업과는 달리 제초작업은 주로, 모든 교육시간을 마치고 남는 시간에 주로 투입된다. 아니면 쉬는 주말에 하거나 말이다. 그러니 더 짜증나는 것이다. 일과시간은 일과대로 교육받거나 작업하고, 쉬는 시간에 투입되어서 해야되니 말이다.
여느때처럼 제초작업 집합이 전파되었다. 우리의 발빠른 일,이등병들은 잽싸게 중대창고로 가서 전투무기를 챙긴다. 빨리 가서 도구를 챙겨야지 고참들이 보다 강화된 무기로 잡초들을 처리할 수 있기때문에 항상 타소대와 신경전이 펼쳐진다.
제초작업시 가장 우수한 무기는, 커터칼이다. 무엇보다 가볍기 때문이다. 커터칼은 위해물품이므로 중대 행정비품함에 소량으로 보관하고 있다. 그래서 챙기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주로 병장층이 사용한다. 그냥 손에 들고 있다가 간부가 오면 휘두르는 시늉만 하면된다.
다음으로 뭐니뭐니해도 손잡이가 나무로 된 낫이다. 흔히 사회에서 농사지을때 볼 수 있는 평범한 낫이다. 상병층이 사용한다. 그 다음이 바로 쇠파이프에 낫만 용접한 강철 낫이다. 이건 손잡이 부분이 철로 되어있어 무겁다. 주로 일병들이 애용한다.
자 그럼 이등병은? 그들에게 무기는 아직 이르다. 고로 맨손으로 잡초와 한판승부를 하게된다. 사실 맨손으로 하는게 가장 효율적이다. 뿌리채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매일 오후, 주말에 중대원들은 쉴틈없이 제초작업을 하였다. 하필 우리 중대가 대대탄약고랑 가장 가까운에 있어서 대대탄약고랑 대대주차장이 우리 구역이었다. 이미 그곳은 잡초와 일반 풀과의 경계가 없어진 곳이다. 그냥 무언가 무성하게 자라있다. 닥치는대로 뽑고 자르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을 자신의 집 정원에 있는 잔디들을 이쁘게 다듬지 않는가? 우리는 잡초들을 이쁘게 다듬는다. 이미 그곳은 잔디밭을 가장한 잡초밭인거다. 다만 이쁘게 다듬어서 잔디밭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군대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8월의 강렬한 태양은 중대원들을 하나 둘씩 미치게 만들었다. 옆포반 고참은 급기야 방한용품을 착용하더니 겨울을 그리워 하기 시작하였고, 후임 하나는 지가 해리포터인마냥 빗자루를 타고 탈출을시도하였다. 분명히 얼마전까지만 해도 멀쩡한 그들이었다. 이 모든게 제초작업을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어흐흐흑..
일주일간 꾸준히 하였는데도 잡초들은 굳건하게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있었다. 급기야 행보관님은 시설관리병인 손상병에게 예초기 투입을 전격 명령하셨다.
시설관리병 손상병? 시설관리병인 손상병은 우리 소대였다. 이상하게 손상병은 나를 좋아라 하였다. 시설관리병은 말그대로 중대 시설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병사이다. 겨울에는 보일러를 담당하고, 평소에는 중대내 각종 작업을 최일선에서 도맡아 한다. 뺑끼칠, 용접, 수리 등을 하며 중대시설을 책임진다. 고로 일체 훈련 및 교육을 열외한다. 심지어 훈련을 떠날때에도 시설관리병은 홀로 잔류하여 중대를 지킨다. 어찌보면 땡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재수업게 큰 작업이 걸리면, 죽어라 일만 해야된다. 나름 장단점이 다 있는 것이다. 당시 일병이었던 나는 손상병과 노는 것이 재미있었다. 손상병은 작업이 있을때마다 나를 간택해주었고, 나는 좋아라하며 따라다녔다.
사실 전문적인 작업에 잼병인 나는 딱히 하는 일도 없다. 그냥 손상병이 뭐 가져오라고 하면, 쪼르르~ 창고로 달려가서 공구를 가져오는 등 잡다한 심부름만 하면서 옆에서 놀면 되었다. 놀면서 라면도 끓여먹고,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짱박혀서 잠도 자고 말이다. 그시간에 중대원들은 나가서 뛰어다니느라 여념이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맨날 손상병이랑 놀기만 하면 고참들이 갈굴 수 있으므로 항상 소대로 복귀하기전에는 가볍게 땅바닥을 몇바퀴 뒹굴어주고, 물을 머리와 얼굴에 적셔서 땀으로 위장해준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내무실로 들어가준다.
'이야~ 가츠 땀흘리는거봐~! 옷은 완전 먼지투성이네? 이거 작업하다가 애 잡겠네 잡겠어~! 얼른 씻고 누워서 쉬어~!'
후훗... 나의 연기는 언제나 최고였다~! 그리고 예초기 투입이 결정된 날, 어김없이 손상병은 나를 도우미로 선택하였고, 나는 손상병과 함께 오전부터 예초기를 돌리기 시작하였다. 예초기를 처음 본 나는 신기할 뿐이없다. 청소 진공기처럼 생긴 이 녀석이 장정 100명의 몫을 하는게 아닌가?
휘이이잉~~! 무지막지한 소음을 내면서 거침없이 이녀석이 지나가는 곳은 깔끔하게 잡초가 정리되었다. 손상병은 능숙하게 시범을 보여주고는 나에게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자신은 주임원사가 시킨 작업때문에 가봐야된다며 혼자 하고 있으라고 하였다. 그렇게 나는 예초기를 등에 메고 신나게 잡초와의 한판 승부를 벌였다.
후두두둑~~! 마냥 재밌고 신기하였다. 혼자 이리저리 흔들며 신나게 예초기를 돌려댔다. 10분, 20분, 30분.... 등이 뜨겁다~! 제초작업시 잡초가 찢어지면서 온갖 풀가루랑 풀즙이 튄다. 그래서 폐급 판쵸우의 뒤집어쓰고 돌린다. 거기다가 등에는 뜨거운 모터엔진을 메고 있으니,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엔진이 과열되어 고장날까봐 잠깐 꺼놓고 담배 한대를 입에 물었다. 헐~! 손이 혼자 떨린다. 마치 라이언일병 구하기에 나오는 밀러대위처럼 말이다. 그렇게 혼자 오전내내 대대탄약고를 힘차게 돌렸다. 곧 저 멀리서 손상병이 PX에서 구입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들고 나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예초기가 지나온 자리들을 모았다. 잡초들을 일정한 높이로 가지런히 전사하여 누워있었고, 얼핏보면 천연의 잔디구장처럼 이뻤다. 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다시 무섭게 자라겠지? 그럼 또다시, 이짓을 반복할테고 말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작업인가? 난 아이스크림을 먹다 울컥하여 허공을 향해 마음속으로 내질렀다~!
그리고 문득, TV에서 본 제초제가 생각났다. 그것만 한번 뿌리면 말끔하게 사라질텐데 말이다.
'손상병님~! 이거 맨날 해봤자~ 또 자랄텐데, 차라리 제초제같은 거 사서 뿌리면 말끔하게 처리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그러고보면 군대는 진짜 답답하고 대책없단말입니다! '
'가츠야~! 너 아직 몰랐냐? 우리가 제초제보다 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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