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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6월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겠군요. 건강 유념하시고, 오늘도 힘찬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번 시간에는 병장이었을때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이용해주세요!
때는 바야흐로 06년 8월, 드디어 가츠가 사병으로서는 마지막 계급인 병장으로 진급한 달이다. 이미 지난 분교대파견도 사단 1등으로 당당하게 수료한 가츠군은 대대장님과 중대간부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거기다가 병장까지 되었으니 중대는 가츠천하였다.
상병때부터 갓 병장을 단 시기는 여러가지를 많이 따진다. 그동안 일,이등병때 누리지 못한 것들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바지주머니에 손 넣고 걸어다녀도 보고, 내무실에서 뽀글이도 먹어보고, 집합시간에도 일부러 어슬렁거리며 천천히 걸어나가보기도 한다.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없다. 이 얼마나 짜릿한 순간인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 이것 또한 곧 식상해진다. 그럼 그때부터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유치하고 무의미한 것이지만, 군인들에게 정말 목숨만큼이나 중요할 수도 있다. 휴가때 민간인들은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는데, 일주일동안 전투화 광을 내고, 전투복을 다리고 또 다리는 심정과 비슷한 맥락이다.
일단 남들과 뭔가 달라야 한다. 그리고 좋아야 한다. 총기나 장구류는 항상 A급으로 삐까뻔적 빛나야하고, 전투복도 항상 깨끗해야 한다. 정작 보는 사람들은 여자 한명 없이 죄다 군인들 뿐인데 말이다! 지금와서 보면 참~ 왜 그랬나 싶다. 하지만 당시 군인들은 그런 모습에 서로 비교하고 부러워하고 뿌듯해 하였다. 아마 지금도 그럴거라고 생각한다. 군인이 되면 다 그렇게 된다. 거기서 딱히 할게 없으니 말이다.
분대장이 되면 어깨에 녹색견장을 달고 다닌다. 견장은 간부와 분대장만이 찰 수 있다. 그만큼 분대장도 간부급의 능력을 가진다는 것이다. 물론 전시가 아닌 지금과 같은 평시체제에서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일,이등병들에게 녹색견장을 차고 있는 고참의 모습은 정말 멋지다. 훈련소 조교들의 경우는 다 차고 있다. 조교는 이등병일지라도 훈련생들은 훈육하거나 교육할때, 분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진에서는 2가지 밖에 없지만, 크기에 따라 대, 중, 소 3가지가 있다. 주로 야상을 입을때는 제일큰 것를 착용하고 전투복은 작은 것을 착용한다. 하지만 사진에서처럼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이 보기에도 이쁘고 글도 새길 수 있어서 뽀대가 난다. 그래서 나는 전투복에도 큰 것을 떡하니 달고 다녔다. 남들은 전투복에는 착용안하므로 나만 착용하고 다니니 왠지 뿌듯하였다. 물론 이를 본 간부들이 뭐라고 하였다.
'아나~! 가츠 죽을래? 전투복에 그걸 왜 달고 다녀? 친히 찾아와서 죽여달라고 5중대 3소대 2분대장이라고 떡하니 새겨났네~! 오냐~ 직접 가서 죽여주마! 아예 '나는 분대장입니다' 라고 새기지 그랬냐~! 퍼퍽퍽!!'
하지만 난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계속 하고 다녔다. 사실 간부들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관심이 없거나 친하니깐 그냥 넘어가는 걸 수도 있겠다. 아무튼 효과는 좋았다. 취사장에 밥먹으러 갈때나 PX에 갈때마다 다른 중대아저씨들이 신기하다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빛을 보니 마음까지 읽을 수 있었다.
'오오홋~! 저녀석 뭔가 달라보이는데, 어깨에서 빛이 나는거 같애~! 왠지 멋있어 보이는걸.....'
하하하~! 이게 바로 너희들과 나와의 차이다! 넘을수 없는 벽이랄까나? 난 어느때보다 어깨를 힘을 주고 당당하게 대대를 활보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분대 후임인 이일병이 나에게 오더니 말했다.
'가츠병장님~ 제가 엠보싱 병장약장(계급장)을 구해왔습니다~! 방탄모에 새로 부착해드리겠습니다~!'
'오호~ 센스있는녀석~! 넌 정말 장래가 촉망되는 녀석이다.'
그렇게 이일병이 나의 방탄모에다가 신상 병장약장을 붙일려고 하는 순간, 나의 눈에는 반대편 침상에서 소대 게시물 작업을 하고 있는 전령이 보였다. 그 전령은 지난 경계파견편에 꾸준히 등장한 김이병이다. 김이병은 코팅지를 가지고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이일병에게 대기하라고 하였고, 반대편 침상으로 먹어가서 코팅지를 챙겨왔다. 그리고는 김일병에게 말했다.
'야~! 이 코팅지로 병장약장을 일단 한번 코팅한 다음에 방탄모에 붙혀봐~! 왠지 더 멋있을거 같애~!'
'오~! 정말 가츠병장님의 잔머리는.. 아니 두뇌는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하시다니, 정말 존경하옵니다~!'
그렇게 나의 방탄모에 부착된 병장약장은 코팅지로 코팅되었고, 매끈하게 각이 살아나보였고 훨씬 이뻐보였다.
그런데 며칠후, 야간에 연대탄약고 교대장 근무를 나가게 되었다. 연대탄약고는 앞서 이야기한 거처럼 우리 대대가 아닌 3대대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위병소를 거쳐서 나가야 하였다.
야간에는 위병소도 조명이 꺼진 상태이고, 누군가 다가오면 수하와 동시에 조명을 켜서 확인한다. 또한 위병소는 8중대가 전담으로 근무투입된다. 항상 근무투입간에는 주둔지 안에서 나오는 인원들이므로, 그리고 항상 그시간에 오는 근무자들이기 때문에 수하는 정말 형식적으로 한다. 천천히 위병소쪽으로 걸어가면서 암호를 말하고 근무투입 중이라고 말하는 찰나, 위병소 선임근무자가 나에게 씩씩하게 거수경례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기자~! 근무 중 이상무~!'
순간 위병소 내부에 위병조장도 위병소 근무자가 경례를 하자 당직사령 순찰인 줄 알고, 부리나케 뛰쳐나오면서 브리핑을 할려고 폼을 잡는다. 이게 무슨 해괴한 일인가?
'아나~! 아저씨~! 저 5중대 교대장이예요~! 왜그러세요~! 제가 당직사령만큼이나 늙어보이세요? ㅜㅜ '
이내 간부가 아니란 것을 알아채린 위병조장은 상병으로 보이는 선임근무자를 갈구기 시작하였다. 하긴 나같아도 갈구겠다. 그렇게 연대탄약고로 후임들 근무 교대시켜주면서 이야기 했더니, 다들 내가 늙어보여서 그런거라고 타박하였다.
그리고 그 뒤로도 한번씩 타중대 이등병들이 내가 지나가면 당당하게 거수경례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기자~! 사랑합니다~!'
'어어~! 저도 사랑은 하는데, 저 간부아니예요~!'
이등병들이 하니깐, 순간 당황해서 고참으로 착각해서 하는 줄 알았다. 아니 근데 왠걸~ 나중에는 상병, 병장들도 하는 것이 아닌가? 아나 내가 겁나 노안인가 보다. 자책을 하였다. 그런데 근무복장으로 착용하고 있을때만 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무더운 여름, 우리 소대는 교육훈련을 마치고 점심을 먹기위해 주둔지로 복귀하고 있었다. 마침 우리 분대가 선두에 서서 가고 있어서 내가 소대 선두에 있었다. 내리쬐는 햇살에 한껏 인상을 찡그리며, 위병소 근무자에게 출입인원을 알려주려 위병소 근무자에게 다가가는 순간, 저번에 경례한 그 상병아저씨다! 이번에도 나를 보더니 대끔 경례를 하는게 아닌가?
아나~! 눈부셔서 인상 좀 찡그렸다고, 나에게 경례를 하다니~! 내 얼굴이 그렇게 험악한가? 정녕 경례를 부르는 얼굴이란 말인가? 왜 자꾸 경례를 하는걸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상병아저씨한테 인원을 알려주면서 물었다.
'5중대 3소대 26/1/1 교육훈련 복귀요. 근데 아저씨 왜 자꾸 저만 보면 경례해요? 무안하게시리~!ㅋㅋ'
'아니~! 아저씨 화이바에 약장이 자꾸 빛에 반사되서 빛나잖아요. 계급장이 안보이니깐 당연히 간부인줄 알고 본능적으로 경례하는 거잖아요~! 아나 코팅지 발라논거네요~! 아 쩐다~! ㅋㅋㅋ'
그랬다. 그동안의 미스테리가 모두 풀렸다. 코팅지가 빛에 반사되어 그런 것이다. 일반적으로 병사들 방탄모가 빛에 반사 될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 경례부터 하고 보는 것이다. 밑져야 본전이니 말이다.
훈련 사진들은 항상 방탄모에 피아식별띠를 하기때문에 약장이 보이지 않는다. 어렵사리 한 장을 찾았는데 무리하게 확대까지 하니 상태가 멜롱이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병장약장부분이 코딩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태양이나 야간에 조명에 반사가 되어 반짝거리는 것이다.
그후로도 종종 타중대 아저씨들에게 경례를 받았고, 즐겁게 같이 경례를 받아주었다! ㅋㅋㅋ
그리고 전역을 얼마 앞둔 시점, 당직근무를 들어갔다. 당시 간부들이 부족해서, 5,6중대 통합 당직사관으로 운영되었고, 우리 중대는 당직병인 나와 상황병인 노병장, 둘이서 중대를 책임지고 있었다. 당직사령은 우리 소대장을 하시다가 부중대장이 되신 베스트 오브 베프 김중위님이셨다.
새벽에 행정반으로 한 통의 전화가 울린다. 부중대장님이 근무지 순찰나갈껀데, 혼자 가면 심심하다고 나랑 같이 가자는 것이다. 그렇게 지통실로 내려가서 같이 순찰을 나갔다. 언제나 첫코스는 자연스레 위병소이다. 부중대장님과 나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위병소를 향해 침투하기 시작했다. 이보다 더 완벽한 기도비닉은 없을 것이다.
곧 위병소 건물 코앞까지 당도하였고, 위병소 문안으로 들어본 내부는 안타까웠다. 우리의 위병조장님께서는 곤히 엎드려서 주무시고 계셨다. 이에 부중대장님은 출입문을 발로 차면서 들어갔고, 위병조장은 자다가 저승사자를 만난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어라~ 위병조장은 몇달전에 나에게 경례했던 그 아저씨다~! ㅋㅋㅋ
'이색히가~! 내가 근무만큼은 철저하게 서라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쳐자고 있어!?
'병장 최OO! 죄송합니다! ㄷㄷㄷ'
'너 오늘 잘걸렸다! 한번 죽어보자! 복장착용해! 임마~!'
그렇게 부중대장님의 호통에 위병조장은 신속하게 탄띠와 방탄모를 착용하였다 앗~! ㅋㅋㅋ
저 아저씨도 방탄모에 코팅지를 발라놓았다. 참~ 지금 이순간, 호통치는 부중대장님 바로 코앞에서 그의 병장약장은 조명에 비쳐서 반짝반짝 거린다. 눈부시게 슬프다. ㅜㅜ
'너 이색히 화이바에 뭔 짓을 해논거야~! 야 임마~! 이런 쓸데없는 거는 잘하는 놈이 근무시간에는 쳐잔다 이거지~! 대가리 박어~!
그렇게 부중대장님과 나는 원산폭격하고 있는 위병조장을 뒤로하고 다시 연대탄약고로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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