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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보기
오늘은 일병 때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시간적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기억나는 사건을 재구성하여 작성하고 있습니다. 고로 예전 글을 안 읽으시고 바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은 윗부분에 위치한 지난 글보기를 이용해주세요!
2005년 12월 6일 화요일 저녁이었다. 생일을 하루 앞둔 나는 오랜만에 집에 전화를 걸었다. 이등병 때만 하여도 자주 하였지만, 어느새 전화를 하는 빈도가 줄어 들었다. 몇 번의 연결음이 이어지고, 곧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저예요!"
"아들! 춥지? 잘 지내고 있어?"
"얍스루잇! 집에는 별 일 없죠?"
"안그래도 부대에 전화 한번 할려고 했는데!"
"응? 무슨 일 있는거임?"
"주말에 면회갈려고!"
그렇게 어머니는 주말에 아버지와 함께 면회를 오시겠다고 하였다. 멀리서 오시기 때문에 1박 2일로 면회외박을 하자고 하였다. 어느덧 휴가를 다녀온지도 4개월이 흘렀다. 오랫만에 부모님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 기분이 업되었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이내 걱정이 생겼다.
이번주 외출, 외박자는 이미 조사를 완료하였다. 군대는 항상 가용인원이 적정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미리미리 조사를 하여 적정수준을 유지한다. 고로 지금처럼 갑작스런 외박의 경우, 근무변경은 물론이고, 심하면 기존의 외박자가 짤릴 수도 있다.
이유인즉슨, 군대에서는 면회외박을 최우선으로 내보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면회외박 중에서도 부모님 면회가 1순위이다. 고로 만약에 인원이 초과된다면, 나보다 먼저 신청하였지만, 그냥 면회없이 외박을 나가는 인원이 짤릴 수도 있다. 나는 분대장에게 바로 달려가서 상황을 설명하였다. 분대장은 부모님이 오신다고 하니, 알았다며 인사계원에게 말해준다고 하였다. 그 순간 뒤에서 들리는 최상병의 목소리.
"아나 누구는 면회 올 사람 없어서 못 나가나! 쩝!"
지난 외박자 조사 때, 인원초과로 인해 짤린 최상병이 투덜거리는 목소리였다. 나 역시 마음이 불편하였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멀리서 오신다는 부모님을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입대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처음 오시는 면회였다. 나는 죄인인 마냥, 고개를 숙이고는 애써 시선을 회피하였다.
하루가 지나고, 군대에서 처음 맞이하는 생일날이다. 평소 같으면, 동네방네 떠들면서 생일이라고 자랑했을텐데, 지난 밤 외박 신청으로 한껏 눈치를 보아야 했다. 아침 점호를 마치고, 취사장으로 향하는 길, 생일날 아침이면 항상 어머니께서 따뜻한 미역국을 끓여 주셨다. 나는 내심 미역국이 나오기를 기대하였다.
군대에서도 미역국이 식단에 있기 때문에 종종 나왔다. 가끔 자신의 생일과 맞아 떨어지는 전우들을 보면 참 행복해보였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생일날 아침, 미역국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에이! 명태국이네!"
아쉽게도 나의 생일날은 명태국이 나왔다. 그래도 콩나물 국보다는 낫다. 어쨌든 같은 바다에서 나온 것으로 요리한 것이라는 초 긍정적인 마인드로 애써 아쉬움을 달랬다. 그나저나 아침을 먹는데, 분대원들은 오늘이 나의 생일인지 모르나보다. 하긴 내가 말을 안했으니 알 리가 없었다.
어떻게든 알려줘야 할텐데, 나는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담배를 피며 옆에 서 있는 윤이병에게 질문을 하였다.
"깐돌아! 니 생일 언제냐?"
"오오! 제 생일 말입니까? 12월 9일입니다!"
"뭥미? 이번주야? 그렇군!"
"넵! 맛있는 거 사주셔야 됩니다!"
역시나 윤일병은 센스가 없었다. 분명히 예전에 내가 말해준 거 같은데,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지 생일만 거듭 강조하였다. 그나저나 금요일이 윤일병이라니 전혀 생각지도 못하였다. 역시 소대원들이 나의 생일을 모르는 것은 당연한 거였다.
순간, 나의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얼마전 소대꾸미기를 하면서, 내무실 한쪽 벽면에 소대원 생일을 기록해둔 벽보가 있었다. 그 곳에는 분명히 나의 생일이 떡하니 기록되어 있다. 나는 잽싸게 피우던 담배를 끄고는 내무실로 들어갔다. 역시나 벽보에는 12월 7일 가츠 생일이라는 표시가 선명하게 되어 있다. 그때부터 나는 벽지 앞에서 얼쩡거리며 소대원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하였다.
"가츠! 작업 준비 안해? 이게 다음달 상병단다고 벌써부터 빠져가지고! 지금 상병이야! 어?"
"아닙니다!"
최상병이 나를 보더니 갈구기 시작하였다. 분명히 외박때문에 나에게 심술이 난게 틀림없었다. 나는 울면서 창고로 뛰어갔다. 최상병이 갈궈서 그런게 아니다. 일어난지 2시간이 지났는데, 아무도 축하해준다고 하지 않아서이다. 입대 전만 하여도, 자정이 되는 순간부터 친구들에 전화와 문자가 왔는데, 군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생일도 축하받지 못하는 내 신세가 너무 처량하였다.
그날은 유난히 작업도 빡셌다. 하루종일 삽질만 하면서 보냈다. 저녁시간이 되자, 외곽근무를 나가야 했다. 윤일병과 함께 연대탄약고를 투입한 나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고향을 그리워하였다.
"깐돌아! 형이 존내 슬프다!"
"왜그러십니까?"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오늘... 아니다!"
"오늘? 오늘 뭐 말입니까?"
"실은 오늘... 내 생일이야!"
"진짜입니까? 진작 말하지 말입니다! 복귀하면 PX도 문 닫았을텐데!"
그랬다! 복귀하면 이미 중대는 저녁점호를 취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그렇게 나의 23번째 생일은 잊혀져 가는 것이다. 잠시후, 근무를 마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중대에 돌아왔다. 이미 중대는 저녁점호를 취하고 있었다. 당직사관과 당직병은 소대별 인원을 확인하고 있었기에, 우리는 간부연구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근무자로 열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잠시후, 저녁점호가 끝났고, 나와 윤일병은 소대로 복귀하기 위해 본부포반을 가로질러 갔다. 야간에는 외부로 통하는 출입문을 모두 잠그기 때문에 중앙통로만을 이용해야한다. 본부포반을 가로질러 가는데, 포반 고참들과 동기들이 나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가츠야! 생일 축하해!"
뭥미! 소대원들도 모르는 생일을 옆 소대인원들이 알고 있다니, 감동이었다. 순간, 내가 본부포반이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본부포반이었다면 멋진 생일파티를 해주었을텐데 말이다. 근데 이사람들, 어깨를 두들겨 주는게 아니고 신나게 생일빵을 하는 거 같았다. 겨우 도망쳐서 우리 소대로 들어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가츠! 생일 축하합니다!"
"............"
"뭐해 임마! 빨리 불어! 담뱃재 떨어지면 죽는다!"
"............"
어두침침한 내무실, 소대원들은 초코파이케이크를 나에게 들이대며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이윽고 나에게 득달같이 달려드는 소대원들, 필사적으로 온 몸을 방어하며 나는 감동의 눈물을 흘렀다. 절대 아파서 운 것이 아니다. 근데 가만보면, 최상병이 제일 신나게 때리고 있다.
역시 소대원들은 나의 생일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바쁜 훈련 중에도 우리들은 소대원들의 생일을 꼭 챙겨주었다. 흔한 초, 케이크도 없어서 담배를 꽂은 초코파이였지만, 우리들은 그렇게 서로의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따뜻한 미역국이 없어도, 갖고 싶은 생일선물이 없어도, 나의 생일을 축하해주며 함께 즐거워하는 100여명의 전우가 있었다. 이윽고 다른 소대에 있는 고참과 동기들도 내무실로 찾아와 신나게 축하해주었다.
과자를 먹으며 웃고 있는데, 행정반에서 전화가 왔다며 나를 불렀다. 이 시간에 무슨 전화일까? 나는 행정반으로 가서 조심스레 전화를 받았다.
"정보통신보안 5중대 일병 가츠입니다!"
"얼레! 우리 가츠! 아직도 거기 있어?"
"누...누구십니까!"
"빠져가지고! 고참 목소리도 못 알아보네! 박병장이다!"
"박병장님! 잘 지내셨어요?"
"그래 임마! 오늘 생일이잖아! 형이 술 한잔 하다가 생각나서 전화했지! 축하한다!"
벌써 민간인이 된 지 5개월이 지난 박병장의 전화였다. 전역하고도 잊지 않고, 나에게 축하전화를 해준 것이다. 군복을 입는 순간, 많은 것을 포기하여야 했고, 인내하여야 했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다. 박병장이 해준 한 통의 전화, 나에게는 너무 소중하였다.
잠시나마 그들을 믿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사랑한다 5중대!
안녕하세요 악랄가츠입니다. 지난주부터 혼자 동네방네 떠들어서 다들 아시겠지만 오늘은 저의 27번째 생일이랍니다.
"짝짝짝!"
올해는 블로그를 하며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맺게 되어 여느 해보다도 많은 축하인사를 받았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저에게 말이예요.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게다가 평소 글을 발행하고 있는 다음뷰에서도 저에게 멋진 선물을 주었습니다. 바로 2009 view 블로거 대상에 저를 후보로 올려주셨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늘 부족한 점이 많아서 아쉬워 하였는데, 영광스런 자리에 후보로 등록되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때로는 힘들고, 지칠 때마다 끊임없는 격려와 응원이 있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따뜻한 한 주 맞이하십시오!
"짝짝짝!"
올해는 블로그를 하며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맺게 되어 여느 해보다도 많은 축하인사를 받았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저에게 말이예요.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게다가 평소 글을 발행하고 있는 다음뷰에서도 저에게 멋진 선물을 주었습니다. 바로 2009 view 블로거 대상에 저를 후보로 올려주셨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늘 부족한 점이 많아서 아쉬워 하였는데, 영광스런 자리에 후보로 등록되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때로는 힘들고, 지칠 때마다 끊임없는 격려와 응원이 있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아낌없는 조언 부탁드립니다. 따뜻한 한 주 맞이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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