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릉! 따르르릉!"
편집장의 전화는 언제나 기피대상 1호이다. 마음 같아서는 매몰차게 거절하기 버튼을 누르고 싶었지만 냉혹한 현실은 나로 하여금 최대한 반가운 목소리를 연기하게 만든다.
"뿌잉뿌잉! 편집장님 잘 지내셨어요?"
"그래! 그나저나 요즘 바빠?"
"네! 완전 바빠요! 밥 먹을 시간도 없어요!"
"됐고! 학교나 한번 갔다와라!"
"........."
"세계를 넘어설 당신! 오라! 한양으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한양대 역에 내리면 바로 본관 광장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지만 신도림에서 한양대까지는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그나마 환승없이 한 번에 갈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달콤한 겨울방학을 만끽하고 있는 나를 학교로 보낸 이유는 무엇일까? 다름아닌 한양대학교가 자랑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인 박물관 취재 때문이다. 현재 한양대학교 박물관에서는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기획초대전이 한창이었다.
"지역사회의 문화적 핵심기관!"
한양대학교 박물관은 대지 4,000㎡, 연건축면적 998.35㎡에 지하 2층, 지상 3층으로 구성된 5층 건물이다. 지난 1978년 박물관 건립 이래 끊임없이 귀중한 문화유산을 발굴, 수집, 보존하고 연구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특히 2003년 리모델링 이후에는 매년 두 차례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으며 각종 문화체험 및 박물관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여 교직원, 학생들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직접 보면서 배울 수 있는 현장체험!"
항시 10,000점 이상의 유물이 전시되고 있는 한양대학교 박물관은 각 층별로 관람 주제가 나눠져 있다. 입구 격인 3층은 기획전시실로 다양한 주제의 특별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본교 설립자인 백남 김연준 선생의 관련 자료를 전시한 백남기념실과 한양대학교의 역사를 보여주는 교사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아름다운 한국의 민속 공예품!"
4층은 전통공예실로 박물관에서 직접 수집한 소장품 가운데 도자기, 서화, 민속 공예품을 전시하여 우리 조상들의 화려하고 섬세한 공예기법을 느끼고 나아가 한국의 미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5층은 1979년 미사리 선사유적에 대한 발굴조사를 실시한 이래 한양대학교 박물관에서 발굴 조사한 유적과 유물을 시대별, 발굴지별로 전시하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박물관과 고고학의 관계를 알리고 여러 유적에서 출토된 다양한 유물들을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밖에도 멀티미디어 기능을 갖춘 120석 규모의 세미나실과 체험학습실에서 어린이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과 다양한 문화행사 및 학술회의 등이 개최되고 있다.
"유영상 화가의 아름다운 행진!"
박물관에 들어서자 유영상 작가의 아름다운 작품들이 가장 먼저 반겨주었다. 유영상 작가는 산업적 기능에 맞춰진 일러스트의 세계를 순수예술로 승화시켜 다양한 도형과 색감으로 내면 세계를 표출함으로써 그 작품성을 인정 받은 작가로 알려져 있다.
또한 본교 동문으로 항상 재능기부에 앞장서고 있는 따뜻한 화가이기도 하다. 그제서야 얼마전 방문한 인천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에서 그의 작품을 처음 접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림을 읽다!"
우리는 아름다움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번에 전시된 45점의 작품은 대부분 진실, 희망, 꿈을 주제로 제 3의 회화를 말하고 있다. 여기서 제 3회화란 그림을 읽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은 설명이 되어야 하며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작품 철학이다.
그는 아름다운 이면에 얽힌 고통의 절절함과 절실함을 함께 표현함으로써 신비롭고 환상적인 시간의 하모니와 전율 더불어 평화로운 빛과 환경적이고 희망적인 메세지를 이번 전시회를 통해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진실된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사실 그는 몇해 전부터 당뇨합병증으로 인해 한 쪽 눈이 거의 실명된 상태이다. 하지만 그럴 수록 그림을 읽고 그림에 대해 말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그가 들고 있는 붓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일까? 건강이 악화된 이후에 그린 그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따뜻하고 밝은 느낌을 나타내고 있었다. 비록 그의 두 눈은 멀어가겠지만 예술을 보는 영혼의 눈은 영원히 빛날 거라 기원하며 조용히 박물관을 나왔다.
막상 집을 나설 때만 하여도 편집장을 저주하며 귀찮다고 투덜거렸는데 지금은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진실, 희망, 꿈이 가득 전해지는 그의 작품은 나로 하여금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다.
'가츠의 문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구는 직관이 제 맛이지! 2012 프로야구 시범경기를 가다! (54) | 2012.04.02 |
---|---|
예술작품으로 승화한 달콤한 초콜릿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영등포 롯데갤러리 현대미술전 (86) | 2012.02.17 |
소셜마케팅의 진화, 임페리얼 페이스북에서 만난 한수위 파티 (59) | 2011.12.14 |
20개국 글로벌 친구들과 함께한 코리아 브랜드 토크 콘서트 (54) | 2011.11.21 |
나는 탐지견이다! 국내 유일의 탐지견 경진대회 (60) | 2011.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