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나 야근 중이야!"
철부지 시절,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몰래 바람피는 친구나 선배들을 보면 괜스레 부럽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만큼 이성에게 매력적인 존재로 다가온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결과는 한결같이 파국으로 치닫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여자친구가 아니라 아내와 자식이 있는 유부남이라면 천벌받아 마땅한 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본인이 할 수 없기에 대리만족을 느끼고자 자연스레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지인이 들려주는 적나라한 이야기부터 지금 이 시간에도 인터넷, 잡지 등 수많은 매체에서는 자극적인 불륜을 소재로한 글이나 기사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아침드라마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불륜코드!"
언제부터인가 드라마에서 불륜이라는 소재는 단골손님이 되었다. 특히 아침드라마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나 역시 한 때, 뽀뽀뽀를 졸업하고 아침드라마를 즐겨보던 때가 있었다. 항상 선정적이다, 자극적이다, 심지어 막장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결론은 정말 재미있다는 것이다. 정신없이 보고 있노라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지각하기 일쑤였다.
"달나라 우주기지같은 외관!"
오늘의 목적지는 경기도 일산에 위치한 SBS탄현제작센터이다. SBS탄현제작센터는 국내 세트촬영의 메카로 예술의 전당을 직접 설계한 김석철 건축가의 작품으로 마치 우주공간에 있는 첨단기지처럼 생겼다. 준공 당시 규모는 국내 최대일 뿐 아니라 시설면에서도 단연 최고를 자랑하였다. 그동안 수많은 SBS 드라마가 이 곳에서 제작되어 왔으며 내가 방문한 날도 어김없이 드라마 촬영이 한창이였다.
"카메라가 돌아가면 절대 엄숙!"
방송국 세트장은 평소 외부에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 공간이다. 극의 내용유출 방지 등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연기하는 배우들의 감정선을 흐뜨러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촬영 중 절대 엄숙을 약속하며 드라마 녹화가 한창인 스튜디오로 입장할 수 있었다.
"사...사기다! 모든 것이 조작되었어!"
그동안 TV에서 봐왔던 아파트, 오피스텔 등은 철저하게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세트였다. 넓은 스튜디오 공간에는 위와 같은 세트가 셀 수 없이 많았고 쉴 새없이 스텝과 배우들이 이동하며 촬영이 한창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많은 세트가 매일같이 철거하였다가 새로 만들기를 반복한다는 점이다.
"세상은 변했다! 아내는 더이상 약자가 아니다!"
한창 촬영 중인 작품은 언급하였듯이 불륜을 주제로한 SBS 아침드라마 장미의 전쟁이다. 평범한 40대 부부가 각각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서 겪게 되는 갈등과 가정의 의미를 그려낸 드라마로 극 중에서는 배우 김혜리와 오대규가 결혼 16년차 부부로 출연하고 김인서가 오대규의 직장동료이자 불륜녀로 이형철이 김혜리를 사랑하게 되는 벤처기업 사장으로 출연한다.
하지만 단순히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막장드라마가 아니라 심각한 가정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가정의 소중함을 되찾는 부부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물론 무조건 참고 살라는 구시대적이고 가부장적인 보수로의 회귀가 아니라 삶에 위기가 닥쳤을 때 내 가족과 아이들, 그리고 본인 스스로가 가장 덜 상처받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이 무언인가를 현명하게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우와! 가츠님이다!"
"그 놈의 과대망상증!"
가장 먼저 극중 오대규의 동생으로 출연 중인 신인배우 한수진이었다. 85년생인 그녀는 시원시원한 성격과 우월한 외모를 자랑하며 시종일관 촬영장 분위기를 밝게 해주고 있었다.
"여배우에게 있어 제일 부담스러운 장면은?"
"단연 식사 씬이지요!"
마침 세트장에서는 중견배우 윤미라의 식사 씬이 한창이었다. 누가 봐도 맛있게 먹어야 하기에 항상 관리를 해야되는 여배우에게 있어서는 무척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중견배우 윤미라는 그가 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 나의 눈 앞에서 몸소 보여주었다.
"컷! NG!"
문제는 배우들의 연기가 아니라 소품에 있었다. 상다리가 위태위태하더니 급기야 촬영이 중단되었다. 잠깐 쉬는 중에도 자신이 맡은 부분을 체크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여주인공이랍니다!"
옆 세트로 이동하니 장미의 전쟁 여주인공인 배우 김혜리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촬영하는 날이면 어느 때보다 신경이 예민하고 날카롭기 마련인데 그녀에게서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맡은 역할처럼 진짜 아이 엄마인 40대 배우 김혜리, 무심한 세월도 그녀에게 만큼은 빗겨가는지 여전히 빛나는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 또한 천상 엄마였다. 드라마 촬영을 시작하면서 새벽에 나가고 새벽에 들어오기 때문에 한창 엄마가 필요한 아기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하였다.
"반전의 미학! 사고뭉치 딸내미!"
장미의 전쟁에서 배우 김혜리의 딸로 등장하는 아역배우이다. 극 중에서는 걸그룹을 동경하며 엄마 몰래 교복을 줄여입고 만날 학원을 땡땡이치는 말썽꾸러기로 열연 중이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그녀는 또래의 아이들마냥 수줍어하고 귀여운 새침데기였다.
"저 나쁜 여자 아니예요!"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단숨에 일약 스타가 된 배우 김인서, 육감적인 몸매와 강렬한 인상 그리고 장미의 전쟁에서 맡은 역할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차가운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 역시 그녀를 촬영할 때가 가장 긴장하였는데 막상 마주하니 모든 것이 오해였다. 평소 카메라에 익숙한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자 잠시 머뭇거리며 부끄러워하였다. 그래도 이내 웃으며 다양한 포즈를 취해주며 낯선 이방인을 살갑게 대해주었다.
그렇게 스튜디오를 둘러보고 나오는 순간까지 수많은 스텝과 배우들은 쉬지않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찌보면 그들에게 있어 작업을 방해하는 불청객일 수도 있었을텐데 마지막까지 진심으로 환대해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나오는데 스튜디오 밖에서 만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미소년 캐릭터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극 중 김혜리의 아들로 출연하는 아역배우 안재성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오늘만큼은 전국에 있는 누나 팬들의 위해 사랑스런 그의 모습을 담아보았다.
이대로만 자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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