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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형님 오랫만이예요!"
"우리 가츠 잘지냈어? 서울이라며? 시간있으면 넘어와! 맛있는 거 먹자!"
"헐! 없어도 가야지요!"
"그럼 압구정 스테파니 카페로 와!"
"우와! 스테파니랑 카페에 있다고요?"
"뭥미? 니가 요즘 많이 힘들구나! 스테파니 카페로 오라고!"
며칠전 행사취재를 위해 서울에 다녀왔다. 취재를 마칠 무렵 이웃블로거인 주작님에게 전화가 왔다. 압구정에 위치한 스테파니 카페에 있으니 와서 놀다가라는 것이다. 나는 지방에 살기 때문에 잘 몰랐는데, 이미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스테파니 카페는 꽤나 유명한 곳이었다. 압구정에 위치한 스테파니 카페는 1호점의 인기에 힘입어 얼마전에 오픈한 2호점이었다.
"오오! 분위기 괜찮은데?"
약속된 장소로 가니, 이미 주작님과 바람나그네님이 도착해 있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야외테라스에 자리 잡고는 나를 반겨주었다. 꼭두새벽부터 취재를 하기 위해 올라온 나는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하였다. 매우 심각하게 허기진 상태였다.
"일단 주문부터 하겠습니다! 추천해주세요!"
"아무거나 먹어!"
"그럼 하나씩 다 시켜도 되요?"
"................"
"오오! 여기 무선인터넷도 잡히네요!"
"서울은 웬만하면 다 잡혀!"
역시 지방은 아직 멀었나 보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메일과 블로그를 확인하며 무선인터넷을 즐기고, 오랫만에 만난 그들과 담소를 나누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빨리 빨리 요리합니다아!"
주방에서는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었지만, 성격 급한 나는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무언의 압력을 넣기 시작하였다. 나의 렌즈를 의식한 탓일까? 그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나만의 요리를 정성스레 만들었다. 문득 또 한번의 차이를 느꼈다. 아직도 우리 동네에서는 음식점에서 사진을 찍으면, 놀란 듯이 물어본다.
"지금 왜 찍는 거예요?"
블로거의 개념을 모를 뿐만 아니라, 사진 찍히는 것에 대해 무척 부담스러워 한다. 물론 인식의 차이이겠지만,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마늘빵!"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 마늘빵이 나왔다. 언제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고 특유의 갈릭향이 매력인 마늘빵은 내가 매우 좋아하는 빵이기도 하다. 각자 2개씩 먹으라고 나온 거 같았지만, 그들이 신나게 대화를 하는 사이 혼자 4개를 먹어주는 센스를 발휘하였다.
"주문하신 아마트리치아나 나왔습니다!"
아마트리치아나? 이태리 매운 고추인 페페로치노와 칠리 소시지로 맛을 낸 아마트리치아나는 매콤한 맛이 포인트라고 한다. 파스타가 매워봤자 얼마나 맵겠냐? 싶지만 생각보다 꽤나 매웠다. 물론 주문할 때 10단계로 맛을 조절할 수 있다고 하는데, 가장 매운 버전으로 주문하였다. 하지만 매운맛 특유의 중독성과 그에 버금가는 달콤함이 나로 하여금 계속 포크질을 하게끔 만들었다.
"맛있다! 완전 중독성 있는데요!"
"가츠야! 이 거는 형이 주문한 거잖아! 왜 자꾸 뺏어먹어!"
"원래 남의 떡이 더 커보이잖아요!"
"비트크림 파스타 나왔습니다!"
드디어 내가 주문한 비트크림 파스타가 나왔다. 근데 이거 내가 먹기에는 너무 발랄한 게 아닌가 걱정되었다. 면역력 강화에 좋다는 비트를 갈아 넣어 만든 예쁜 핑크빛이 도는 크림소스 파스타였다. 얼마전까지만 하여도 크림파스타는 잘 먹지 못하였는데, 요즘에는 크림파스타도 곧잘 먹는다.
"자고로 음식은 가리면 안되요!"
"맥 앤 치즈 나왔습니다!"
맥 앤 치즈? 내가 직접 주문한 것이 아니다 보니 당최 정체를 알 수 없었다. 미국전통요리라고 하는데 느끼한 맛이 매력포인트라고 하였다. 주로 외국인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하였다. 마카로니 앤 치즈 6가지와 홍메이드 화이트소스로 맛을 낸 오븐요리였다. 보기에도 푸짐한 치즈를 보니, 정말 느끼할 것만 같았는데, 정작 맛을 보니 의외로 상당히 괜찮았다.
"역시 난 느끼한 놈인가?"
"팬케익이다!"
배고픈 나를 위해 푸짐하게 주문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에 질세랴 빛의 속도로 나오는 음식을 먹어치우기 시작하였다. 열심히 먹는 모습이 뿌듯하였을까? 미모의 여사장님이 나의 옆자리에 앉더니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역시 나의 인기는 아직 죽지 않았나 보다.
스테파니카페의 모든 메뉴는 사장님이 직접 개발하였다고 보니 새삼 대단해보였다. 게다가 주재료만큼이라도 꼭 유기농채소를 고집한다고 하니, 더욱 아름다워보였다.
"사장님! 미인계로 장사하시면 안되죠!"
"호호호! 어디 보자! 무엇이 필요하나?"
마침 그날은 오전부터 비가 내렸고, 기온까지 높다보니 하루종일 끈적끈적한 날씨였다. 여사장님은 센스있게 서비스로 엘리켓을 내주셨다.
"보기만 해도 시원해!"
시원한 맥주가 나의 목줄기을 타고 넘어가자 온 몸이 상쾌해지는 거 같았다. 게다가 엘리켓 특유의 고구마향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한참을 먹고 나서야 포크를 놓을 수 있었다.
좋은 분들과 함께한 맛있는 식사, 비록 남자들 뿐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디저트를 먹으며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 야외테라스다 보니, 지나가는 분들이 바로 눈 앞에서 보였다. 역시나 압구정의 명성은 명불허전이었다. 지나가는 여성 분들의 미모는 하나같이 엘프급이었다. 가게문을 나서며 다짐하였다.
다음에는 꼭 여자친구와 함께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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