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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바야흐로 때는 2002년, 중국 하얼빈에서 나의 캠퍼스 생활이 시작되었다. 당시만 하여도 우리 학교에는 한국인 유학생이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입학한 해부터 중국 붐이 불기 시작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였지만, 당시에는 150여명가량 밖에 없었다. 덕분에 서로 아껴주고 챙겨주는 선후배간의 정이 무척 끈끈하였다.
당시에는 유학생 전용기숙사가 1,2,3호관이 있었는데 나는 3호관 3309호에서 생활하였다. 물론, 한국인 뿐만 아니라, 러시아, 일본 유학생들도 함께 거주하였다. 다들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였기 때문에 밤만 되면, 복도는 시끄러운 음악로 뒤덮혔고 곳곳에서 파티가 벌여졌다. 층마다 청소해 주는 복무원만 존재하는 어떻게 보면, 무늬만 기숙사였다. 물론, 개중에는 열심히 공부를 하는 유학생들도 많았다. 아쉽게도 나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3311호로 오너라!"
어느날, 새로 온 나를 환영해주기 위해 선배들이 환영회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긴장한 채 방으로 들어가니 형과 누나들로 빼곡하였다. 나중에는 친형, 친누나처럼 편한 사이가 되었지만, 첫 만남은 어색하였다. 그러나 어색함을 상쇄시켜주는 술이라는 최고의 아이템이 있었다. 한 잔 두 잔 주고받거니 하는 사이 어색함이 많이 사라졌다.
"이것은 하피!"
흔히 중국 맥주라고하면 칭다오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하얼빈에서는 하피라는 로컬맥주가 있었다. 흑룡강성에서 가장 큰 지류인 송화강에서 퍼올린 물로 만든 맥주이다. 재미있는 점은 하피 1병에 당시 한국돈으로 300원가량 하였다. 이걸 2병 사서 마시고, 빈병을 가져다 주면 새걸로 다시 1명 주었다. 그만큼 가격이 저렴하였다.
한국에서 자주 마시는 소주는 죄다 보따리상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무척 비싼 편이었다. 그래서 유학생들은 주로 하피를 짝으로 사서 마시곤 하였다. 부담없는 가격이었기에 아니 물보다 싸다보니 정말 원없이 마신 거 같다.
"한잔 따라드리겠습니다!"
"왜 이래! 나 너랑 동갑이야!"
당시 20살인 내가 가장 막내였다. 물론 동기들이 더 있었지만, 그들은 1호관에서 생활하고 있었기에 이 자리에 없었다. 그나마 여자 동기와 남자 동기가 한 명씩 있었는데, 남자 동기의 이름은 상민이였다. 그는 본과생은 아니었고, 북경으로 가기 전에 잠시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나보다 한 학기 먼저 왔었기에 이미 선배들과 매우 친하였다. 그때만하여도 나랑 동기인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
"나 진짜 너가 형인 줄 알았어!"
"나도 마찬가지야!"
덩치 좋은 상민의 포스는 실로 어마어마하였다. 그렇게 첫인사를 하고 상민이와 나는 급격하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와의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길어질 거 같아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겠다. 한창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이미 나는 혼수상태에 빠지기 직전이었다. 그러자 선배가 상민이이랑 근처 안마방에 가서 정신 좀 차리고 오라고 하였다.
"안...안마방!"
안마방이라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국 거리 곳곳에 뿌려져 있는 안마 광고 명함들이 연상되며 왠지 모를 설레임과 흥분감이 교차되어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상민이도 좋다며 가자고 하였다. 막상 간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였다.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괜찮아!"
"어떻게 해야 되는지도 잘 모르고!"
"일단 닥치고 따라오샴!"
이미 시간은 자정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중국은 저녁 8시가 되기도 전에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그나마 몇몇 술집만이 영업을 하고 있을 뿐이다. 수많은 인파들도 귀신과 같이 사라지고 거리는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밤 늦게 돌아다니면 위험하다고 하였지만, 사실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때, 여선배가 걱정이 되어 한마디 하였다.
"쟤네들끼리만 나가면 좀 위험하지 않아?"
"쟤네들 생긴걸 봐봐!"
"별 일 없겠네!"
여선배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였다. 오히려 중국사람들이 피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학교를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상민이는 유창한 중국어 실력을 뽐내며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하였다. 당시 중국에 온 지 일주일도 안된 나로서는 할 줄 아는 중국어가 정말 몇 개 없었다.
"근데 가면 대화는 해야될 거 아냐!"
"간단한 소개하고 그렇지 뭐!"
"아나! 그래도 뭐 좀 알려줘! 말이 통해야지!"
"그럼 분위기 보고 워 위앤이 건 니 지에원이라고 말해!"
"워 위앤이 건니 지에원? 무슨 뜻인데!"
"그냥 하면 돼!"
우리를 태운 택시는 14차선의 도로를 시원하게 가로질러 질주하였다. 얼마후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나는 상민이가 알려 준 멘트를 열심히 되뇌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난생처음 가보는 안마방, 그 곳에는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추천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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