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지난 글보기
"이화여대 100주년 기념관이요!"
"이화여고겠지!"
"아 맞다!"
나도 모르게 여대로 가고싶은 마음이 들켜버렸다. 11시까지 오라고 했는데, 어느새 시간이 20분도 채 남지 않았다. 가는 길에 바람나그네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이미 도착하였다고 하였다. 게다가 주작님과 라라윈님도 출동하였다고 하니, 꽤나 근사한 행사임에 틀림없었다.
"다행히 늦지 않았어!"
부랴부랴 도착하여 내부로 들어갔다. 이미 언론사에서 총 출동한 백여명들의 기자들과 블로거들이 가득 하였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자리를 잡았다. 곧, 사회자가 등장하여 행사 일정을 소개하였다. 이미 사진만 보아도 알겠지만, 오늘은 베스트셀러 제작보고회가 있는 날이다. 주연배우로는 남자들의 영원한 로망, 엄정화이다.
극중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열연하는 엄정화의 최신작이다. 개봉을 앞두고 언론에 처음 공개하는 것이다. 평소 제작보고회와는 특이하게 극중 배우의 출판기념회 형식으로 꾸며졌다.
"엄...엄정화다!"
그녀의 등장에서 폭발하는 플래쉬 세례, 장내는 연신 마치 나이트마냥 번쩍거리기 시작하였다. 오랫만에, 아니 실물로는 처음보는 그녀였다. 세월도 허락하지 않는 그녀의 아름다움이다. 현역 시절, 얼핏보면 큰삼촌같았던 우리 중대장보다도 2살이나 많았던 그녀였기에 더욱 대단하였다.
"어쩜! 저리 예쁠 수가!"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는 그녀의 모습은 여신 그 자체였다. 극중에서 최고의 인기 작가로 활동하다 표절 시비에 휘말려, 칩거하여 재기를 꿈꾸며 회심차게 준비한 작품, 심연을 가지고 당당하게 돌아 온 것이다. 그리고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하여 승승장구 하나 싶었지만, 심연이라는 작품마저도 이미 과거에 출간 된 서적과 같은 내용, 심지어 주인공 이름마저도 같았다.
다시 엄청난 표절시비에 휘말리고, 엄정화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녀는 그 책의 존재도 알지 못하였고, 자신의 딸에게 들은 내용을 소설로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후, 그녀는 자신이 작업한 별장으로 돌아가 알 수 없는 음모를 파헤치게 된다는 내용이다.
"왠지 흥미진진한데!"
본격적인 제작발표회가 진행되었다. 그녀의 남편역으로 등장하는 류승룡과 함께 나온 엄정화는 오랫만에 무대에 올라와서인지 쑥스러워하였다.
"천하의 엄정화도 부끄러워하는구나!"
"누가? 내가? 노노!"
역시 나의 착각이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녀만의 매력을 발산하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끌어 나갔다. 망원렌즈와 스트로보가 없었기에 도저히 그녀의 모습을 가까이서 닮을 수 없었다. 더이상 줌이 되지 않는다면, 내가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이미 복도 계단에도 많은 취재진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욕심에 기자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여러분들을 위해 좀 더 가까이에서 그녀의 모습을 찍어 오겠습니다!"
"괜히 우리 팔지마! 니 욕심이잖아!"
"이제 좀 잘 보이네!"
사실 무대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바로 무대만 오르면 그녀를 잡을 수도 있는 거리였다. 흡족한 나머지 신나게 찍고 있는데, 뒷쪽에서 분위기가 싸하였다. 쉴 새 없이 들리는 카메라 셔터소리도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불안한 기분이 드는 찰나, 누군가 나의 어깨를 두들겼다.
"무슨일이시죠?"
"당장 비켜요!"
"거기 뭥미! 걸리잖아요!"
"나와요!"
과도한 취재욕심에 너무 앞으로 다가간 것이다. 사진 속에서는 다 나오지 않았지만, 방송용 카메라앞에 수십여명의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찍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화각을 침범한 것이다. 기자들의 날카로운 눈빛이 온 몸을 파고들었다. 나는 잽싸게 엎드려 포복자세를 취하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마터면 언론의 공적이 될 뻔 했어!"
"풉! 가츠 지못미!"
부끄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제자리로 돌아와서 다시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어느덧 무대는 막바지에 다다랐고, 사회자의 소개멘트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모실 분은 대한민국의 다코타 패닝! 박사랑양입니다!"
"사람이야! 인형이야!"
너무나도 깜찍한 꼬마숙녀가 곰인형을 들고 입장하였다. 2003년 생인 그녀는 정녕 살아움직이는 아기천사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자리는 처음인지 무척 어색해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한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결정적인 스포일러를 말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내용은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으니 작성하지 않겠다.
"저 녀석! 멍때리고 있어!"
그리고는 시종일관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멍한 표정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의 옆에는 연기 대선배이자, 극중에서 엄마였던 엄정화가 있었다.
"딸내미! 누가 멍때리래!"
"아잉!"
"앞으로 많이 사랑해주세요!"
그렇게 베스트셀러 제작보고회는 훈훈한 분위기에서 마무리 되었다. 생소한 장르인 크로스오버 미스터리 추적극, 다음달 영화관에서 직접 확인해보아야겠다.
"그나저나 악수도 못했어! 어흐흑흑ㅜㅜ"
반응형
'가츠가 만난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츠의 취재이야기, 김병지 골키퍼 (167) | 2010.06.04 |
---|---|
가츠의 취재이야기, 오인용 (203) | 2010.04.06 |
가츠의 취재이야기, 강산에 (163) | 2010.02.23 |
가츠의 취재이야기, 김상훈 교수님 (167) | 2010.02.04 |
가츠의 옛날이야기, 김명곤 선생님 (242) | 2009.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