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홍대가나요?"
"탑승!"
대한민국 젊음의 거리, 예술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홍대로 가는 버스 안이다. 홍대는 정말 오랫만에 가는지라 무척 설레였다.
"예쁜 누나들이 많아야 할텐데!"
하지만 아쉽게도, 방학이었다. 게다가 평일 낮 시간대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그나저나 촌놈이 홍대에는 왜 가는걸까?
며칠 전,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수 강산에씨가 곧, 있을 콘서트에 발 맞춰, 블로거들과의 자유로운 대화를 가진다는 것이다. 메일을 확인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아쉬웠다.
"기왕이면 소녀시대가 좋은데!"
"영혼도 팔 수 있을텐데!"
어찌되었건 내가 만나야 할 사람은 강산에였다. 강산에가 누구인가?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션이 아닌가? '라구요', '넌 할 수 있어',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등 수많은 명곡을 시원하게 때로는 애절하게 불러제낀 그였다. 학창 시절, 쉬는 시간마다 복도를 뛰어다니며 그의 노래가사를 목청껏 불렀던 기억이 떠올랐다. 게다가 연예인과 대면하는 일은 언제나 흥분되고 설레는 일이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행사 관계자분들이 맞이하여 주셨다. 몇몇 블로거 분들도 미리 도착해 있었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직 오프라인 행사를 자주 참가하지 않았기에 갈 때마다 외롭다는 단점이 있었다.
"외톨이야 외톨이야~♪"
"요즘 자꾸 도찰하는 버릇이 퍽퍽!"
자리를 안내해 준 관계자분께서 친절하게 음료까지 대신 주문하여 주셨다. 나는 그녀를 모델 삼아 카메라 테스트를 하였다. 절대 도촬하는 게 아니었다. 카레라 설정을 테스트하는 거다.
곧, 그녀가 가져다 준, 찐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행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누군가 등 뒤로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기쁜 마음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낯선 남자 2명이 서 있었다.
"누...누구세요?"
"가츠씨 반가워요! 저는 바람나그네, 이 쪽은 주작이랍니다!"
"와우! 처음 뵙겠습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평소 웹상에서만 소통하였던 블로거를 직접 만나게 되었다. 게다가 그들은 대한민국 방송, 연예블로그 1, 2위를 다투는 최강자들이 아닌가? 비록 처음 만나는 자리였지만, 오랜 지인을 만난 거 마냥, 편하고 좋았다. 마냥 그들에게 의지하고 싶었다.
"곧 행사가 시작됩니다. 거침없는 질문 부탁드릴게요! 유쾌한 시간 되세요!"
진행자는 행사 시작을 알렸고, 우리는 미리 준비해온 질문을 종이에 작성하였다. 나는 2가지 질문을 작성하였다. 첫번째는 질문은 "강산에씨의 측근(김C, 윤도현, 김제동 등)은 활발하게 TV출연을 하는 반면, 유독 강산에씨는 TV에서 볼 수가 없다. 왜 그런가?"
두번째로는 "최근 트위터를 활용하여 깜짝 게릴라 콘서트를 하여 이슈인데, 사실, 기획사에서 홍보용으로 사용한 감이 없지 않다. 추후, 누리꾼들과 트위터나 블로그로 소통할 계획은 있는가?"
내가 작성하였지만, 꽤나 괜찮은 질문인 거 같아 뿌듯하였다. 잠시후, 피당 대표인 탁현민씨와 강산에씨가 입장하였다.
"산에형 블로거가 뭐하시는 분인지는 알죠?"
"으응? 기자는 아니잖아?"
"휴우! 오늘 험난하겠군!"
그의 첫인상은 뭐랄까? 평소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잘생겼다. 그리고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는 대화를 진행하였다. 대화를 하면서 느낀 건데, 말투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말하는 톤이나, 추임새, 쉬어가는 느낌까지 화법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무척 부러웠다.
"어디보자! 다음 질문은 오호 날카로운데요!"
질문함에서 내가 작성한 질문이 모두 나왔다. 첫번째 질문의 답으로 그는, 자신 스스로 방송에는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하였다. 고쳐말하자면, 짜여진 각본, 대본은 좀처럼 소화할 수 없는 사람이랄까? 그만큼 꾸밈 없는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작가가 제 대사를 다 빼버리더라고요!"
하지만 내가 봤을 때, 그가 한창 TV출연을 할 때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당시에는 그의 언변이 맞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현 트렌드에서는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될 거 같기도 하다.
두번째 질문의 답변으로는 언제든지 소통 할 준비는 되어 있다며 쿨한 답변을 해주었다. 이에 모 블로거는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을 하였다.
"그럼 제 블로그에 와서 댓글 달아주세요!"
"..........."
"오우!"
이외에도 다양한 질문이 나왔고,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이어졌다. 나는 준비해간 질문의 답변을 모두 얻었기에 다소 편안한 자세로 관망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마침 나의 자리가 탁대표와 강산에씨 정면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탁대표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는 나를 지목하며 탁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우리 가츠씨도 질문 하나 주세요!"
"뭥미!"
이미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다 구하였기에, 멍 때리고 있었는데, 깜짝스런 질문 요청에 당황하였다. 순식간에 행사장의 이목이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방송용 카메라도 나를 향해 방향을 돌리고 있었다. 무슨 질문을 해야되나? 짧은 찰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러다가 행사장에 오기 전에, 잠깐 검색을 하면서 본 기사가 떠올랐다. 몇년 전, 북한에서 공연을 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좋았어!"
질문거리가 생각난 나는 여유로운 포즈로 수첩을 한번 접고는 한껏 기자 포스를 풍기며 날카롭게 질문을 내던졌다. 참고로 강산에씨의 어머니는 실향민 출신이셨다. "라구요" 데뷔곡도 데뷔 이전에 어머니에게 선물할려고 만든 곡이었다.
"몇해 전, 북한에서 콘서트를 하셨는데요! 북한에서의 무대와 한국에서의 무대에 대한 차이점과 관련 에피소드가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북한이요? 한 적 없는데!"
".................."
"아쉬워요! 우리 가츠씨 무리수 던졌죠!"
"앜ㅋㅋㅋㅋ"
이럴수가! 순식간에 행사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분명히 기사를 보았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탁대표는 나에게 무리수를 던졌다며 농을 던졌고, 바람나그네님과 주작님은 이런 내가 부끄러운듯 고개를 돌리셨다. 주위에 있던 카메라가 나를 향해 반짝이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한방에 무너지는 걸까?
"아하!"
"그러고보니 금강산에서 한번 콘서트 한 적이 있었네요!"
아나 이 사람! 있으면서 왜 없다고 한걸까? 당시 금강산 무대였기에 관중들도 다들 한국인이었고, 분위기 자체도 전혀 북한스럽지 않았기 때문에 잠깐 잊은 듯 하였다. 왠지 첫번째 질문의 답변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요즘 방송 트렌드와 너무 잘 어울리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그는 일전에 장가하가 말한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강조하며 항상 음악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하였다. 어느덧 데뷔한 지, 20여년이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그의 열정은 여전히 ing 이었다.
당장 다음주에 홍대 V홀에서 어쿠스틱 레인보우 콘서트가 열린다고 하였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일곱가지 무지개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아날로그 감성으로 전해 줄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관객과 더욱 가까이서 호흡하기 위해 관객사이에서 공연을 한다고 하였다. 실로 기대되는 무대이다.
"격조있게 와인마시는 세 남자!"
행사를 마치고, 자리를 이동하여 바람나그네, 주작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와인을 마셨다. 항상 매일 아침, 웹상에서만 볼 수 있는 그들이었는데, 실제로 함께하니,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래된 지인같았다. 역시 오프라인 모임이 아날로그 감성을 더욱 자극하였다.
방송,연예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들이었기에 재밌는 에피소드도 무척이나 많았다. 그리고 나에게 여러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다. 멋진 분들을 대거 만날 수 있어서 무척 행복한 날이었다. 그리고 헤어지면서 나에게 한마디 남겨주셨다.
"가츠씨도 방송이야기 한번 작성해봐요!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해요!"
"헐! 제가 하면, 연예인 팬클럽으로부터 테러 1순위가 되지 않을까요! 전 오래 살고 싶어요!"
추천 쾅
반응형
'가츠가 만난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츠의 취재이야기, 김병지 골키퍼 (167) | 2010.06.04 |
---|---|
가츠의 취재이야기, 오인용 (203) | 2010.04.06 |
가츠의 취재이야기, 엄정화 (164) | 2010.03.15 |
가츠의 취재이야기, 김상훈 교수님 (167) | 2010.02.04 |
가츠의 옛날이야기, 김명곤 선생님 (242) | 2009.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