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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권의 책을 선물 받았다. 표지에는 판타지소설이라고 적혀있지만, 오히려 무협소설에 가까웠다. 얼마만에 잡아 보는 무협소설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본 기억이 없으니, 근 7년만이었다.
학창시절, 공부하기를 지지리도 싫어했던 나는 항상 만화책과 무협지를 끼고 살았다. 수업시간에도 항상 졸기 일쑤였다. 가끔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안 자고 있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어김없이 교과서 밑에 만화책이나 무협지가 놓여져 있었다. 당시만 하여도 책 대여점이 큰 인기였다. 동네마다 꼭 한 두개씩은 있었다. 하루는 책 대여점에 들어가서 한참을 서성이다 슬퍼하였다.
"맙소사! 다 봤어!"
그랬다! 나는 책 대여점에 있는 만화책을 다 보았다. 물론 아주 순정적인 내용의 만화책은 보지 않았지만 말이다. 더 이상 볼 것이 없어진 나는 무협지 코너로 진출하였다. 무협지는 만화책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작가만의 독특한 구성과 진행, 인물 묘사는 나로 하여금은 어느새 학교가 아닌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중원으로 데려다 놓았다.
무협지라고 하면 단연 본토인 김용, 와룡생, 고룡, 양우생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원조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한창 읽을 당시에는 국내 작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금강, 용대운, 운중행, 좌백, 야설록, 사마달, 이재일, 와룡강 등 이름만 들어도 단전에 기가 꽉 차는 거 같지 않은가?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게도 죽어라 공부를 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영역은 항상 괜찮게 나온 거 같았다. 물론, 언어영역을 제외하고는 주화입마에 빠졌지만 말이다.
책장을 넘겨보니, 안병도 작가의 친필사인이 있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그가 누군지 몰랐는데, 좌측에 소개된 약력을 보니, 어렴풋이 기억나는 책이 있었다. 그의 97년작 '일본정벌기'이다. 고등학교 때, 친구 녀석이 빌려가지고 보고 있는 것을 보았던 기억이 났다. 내용은 확실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돌아가시지 않고 비밀리에 은거하여 훗날 일본을 정벌하러 간다는 내용의 역사 소설이었다.
10년만에 다시 재회한 그의 작품,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였다. 나는 까까머리 철부지에서 어느새 부쩍 자란 청년이 되었다. 그리고 한껏 성숙하였다.
"결론은 늙었다는거지! 어흐흑흑ㅜㅜ"
그간 정통적인 역사소설을 주로 써온 작가인 줄만 알았는데, 이번 작품은 다소 의외였다. 주인공은 현재 우리나라 상황을 잘 묘사하듯, 이태백의 대표주자인 27세 백수 '안진현'이라는 인물이다. 88번째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낯선 인물을 만나 중원으로 시공간 이동 된다. 여기까지는 흔하디 흔한 퓨전판타지 소설과 비슷하다.
"너무 뻔하잖아!"
하지만 확연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오호! 이것은?"
그 것은 바로 주인공의 손에 잘 빠진 글록17권총과 탄알이 있다는 사실이다. 무공은 전혀 구사할 수 없고, 그 흔한 내공도 없는 주인공, 대신 그에게는 근대역사에 큰 획을 그어버린 총이 있었다. 가끔 역사극을 보며 한번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가? 지금 시대의 무기를 가지고 옛날로 간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군대 있을 때, 종종 이런 생각하였다. 완전무장한 우리 소대 병력만 조선시대로 돌아간다면, 전세계를 아니 최소 아시아 정도는 장악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소설이 바로 그런 나의 마음을 대변해주었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난 주말 드디어 정독할 수 있었다.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학창시절, 선생님의 눈을 피해 조마조마해 하며 무협지를 보던 소년으로 돌아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랫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그동안 너무 어려운 책만 읽었나보다. 술술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느새 다 읽어버렸다. 시리즈물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언제나 다음 편이 너무 궁금해!"
오랫만에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고마운 작품이었다. 1부 총 8권으로 예정되어 있다고 하는데, 기다리는 재미가 솔솔하겠다.
멋진 선물을 보내주신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모두 즐거운 주말 되세요! TGIF!
덧] 다음주 조국의 부름받아 먼 길 떠납니다. 다녀와서 따끈따끈한 포스팅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추천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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